이도곰탕, 역삼 - 비 올때 생각나는 뜨끈한 곰탕

비가 한없이 내리고 몸이 축축 처지는 날이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비 올때면 파전도 좋고 막걸리도 좋지만 저는 어쩐지 다른 음식보다 국밥 한 그릇 후루룩 먹으면서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 싶어집니다. 이 날 역시 서울에 비가 내내 내렸습니다. 허한 몸을 이끌고 곰탕 한 사발을 하러 간 곳, 역삼에 위치한 곰탕 전문점 '이도곰탕'입니다.

 

이도곰탕은 역삼 GS타워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꽤 큰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곳은 정문.

 

이쪽은 주차를 할 수 있는 후문 방면입니다. 나름대로 마당도 있는 건물.

 

메뉴는 크게 곰탕과 쌀면곰탕가 있고 각각 특을 주문해 사이즈를 키울 수 있습니다. 안주류로는 수육이 있는데 저는 오늘 그냥 곰탕만 먹을 예정입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런 느낌. 깔끔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소주 한잔 기울이기 좋은 수더분한 느낌의 가게. 

 

기본적인 찬이 깔립니다.

 

사실 국밥집 치고 김치는 좀 쏘쏘한 편입니다. 옆에는 달달한 간장 소스 같은 것이 겨자와 함께 나오는데 이따 곰탕 고기를 찍어먹으면 됩니다.

 

특곰탕과 쌀면곰탕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아래쪽이 특곰탕 위쪽이 쌀면곰탕입니다.

 

본격적으로 이도곰탕의 곰탕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이여곰탕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역삼의 이도곰탕과 서초의 이여곰탕은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가게라고 해도 좋을만큼 상당히 비슷한 스타일의 곰탕을 냅니다. 들리는 썰로는 이도곰탕 주인의 동생이 나와서 차린 곳이 이여곰탕이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어차피 블로그를 떠도는 소문들이라 진위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뭐 알아서 뭐하겠나요. 그냥 맛있게 먹으면 장땡인 것이지요. 아무튼 제가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무래도 저번 이여곰탕의 경험에 비추어 이도곰탕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 같으니 시간나면 이 포스팅도 한번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

 

특곰탕 (14,000원)

우선 만사천원짜리 특곰탕입니다. 생각보다 큰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곰탕. 그릇이 생각보다 꽤나 뜨겁습니다.

 

밥은 토렴되어 이미 국물 속에 들어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는 이여곰탕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국물은 곰탕답게 맑습니다. 간은 어느정도 되어 있어 따로 소금을 뿌리지 않고 먹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혀에 닿자마자 직관적으로 훅 들어오는 감칠맛이 금방 혀뿌리를 타고 뇌리까지 올라옵니다. 

 

뜨끈한 국물에서 올라오는 소고기의 맛과 은은하게 칼칼한 후추향에 일단 마음이 녹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역시 곰탕이 떠오르는 이유가 있어요. 감칠맛 넘치는 국물에서 오는 만족감이 분명 있습니다.

 

소스는 달달한데 딱히 제 스타일은 아니었음

다만, 만사천원짜리 특곰탕 치고 고기가 그렇게 푸짐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또한 하동관의 곰탕처럼 내장이 풍부하다거나 고기의 질이 굉장히 좋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동관 스무공 느낌의 고기가득 곰탕을 생각했다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겠군요. 사실 국물 자체도 이도곰탕의 것이 좀 더 탁하고 걸걸한 편입니다.

 

이여곰탕과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사실 큰 차이까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도곰탕의 국물맛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여곰탕의 국물은 밥알의 전분기 때문인지 간이 영 맹맹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처음엔 맛있다가도 금새 물리게 되는 애매한 정도의 간이었습니다. 반면 이도곰탕의 국물은 이여곰탕에 비하면 확실히 쨍쨍한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앗..그런데 지금보니 이여곰탕의 곰탕은 8,000원이었군요. 그렇다면 이여곰탕 승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사실 만천원에 기대하는 맛과 팔천원에 기대하는 맛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 먹고 나서 들큰하게 목뒤에 남는 감칠맛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제 기준치가 높아서 그렇지 사실 그래도 맛있는 곰탕이긴 했습니다. 

 

쌀면곰탕 (11,000원)

이번엔 쌀면곰탕입니다. 밥 대신 쌀국수를 넣어 나오는 곰탕.

 

곰탕과 쌀국수라고 하니 독특한데 직접 먹어보면 꽤나 둘이 잘 어울립니다. 국물 속에서 푹 퍼진 면이 맛을 꽉 잡고 있습니다.

 

사실 저번에 이여곰탕에서 먹었을때는 쌀국수가 다소 덜 익어 나와서 아쉬웠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이도곰탕에서는 면이 제대로 푹 삶아져 나왔습니다. 쌀국수 면이 덜 익으면 국물을 제대로 머금지 못해 맛도 따로 놀고, 심지어 젓가락으로 집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푹 익으면 면을 후루룩 먹는 재미도 있고 소고기 국물의 감칠맛이 깔끔하게 딸려들어옵니다.

 

왠만큼 익으면 그냥 숟가락으로 푹푹 떠서 먹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젓가락으로 찔끔찔끔 먹는 것보다는 이쪽이 좀 더 곰탕먹는 느낌도 나고, 면과 국물을 동시에 먹을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음.. 아무래도 다음 번엔 저도 쌀면곰탕을 시켜야겠습니다. 이 날은 동행자 것을 뺏어 먹은 거라 조금 아쉬웠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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