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콩밭, 교대 - 담백하고 개운한 두부의 맛

두부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입니다. 갖가지 요리에 조연으로 등장하며 우리 일상에 깊숙히 스며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두부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분명 친숙하고 맛있는 음식임에도 메인으로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두부. 두부는 주연이 될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재료가 아닌 것일까요? 서울 시내에 두부 요리를 수준급으로 해내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에 찾아가보았습니다. 교대역 부근에 위치한 두부요리 전문점 '황금콩밭'입니다.

 

이름따라 황금빛 조명이 나오는 외관

황금콩밭은 교대역 9번 출구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황금콩밭은 교대역점을 포함해 서울에 두 군데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점은 아현동에 있고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넓직하고 깔끔합니다. 평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손님이 그닥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메뉴판은 한 눈에 파악이 힘들어서 한참을 뒤적거려야 합니다. 심지어 같은 메뉴가 두 번씩 기재되어 있어서 은근히 혼란스러움

게다가 메뉴도 굉장히 많아서 뭘 먹어야 이 집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대표 메뉴정도는 적어두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다른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본 결과 첫 방문시에는 두부 젓국과 생두부를 먹는 것이 좋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부젓국 (22,000원, 中)

그래서 일단 주문한 두부 젓국입니다. 육수에 두부와 새우젓을 넣고 팔팔 끓여내는 탕

 

뽀얀 국물에 뽀얀 두부가 들어갑니다. 그 위로 쫑쫑 썰어낸 파와 고춧가루 조금이 올라가있습니다.

 

끓여가며 먹는 스타일의 음식인지라 일단 내버려두기로 합니다.

 

푸짐하게 나온 밑반찬을 먹으며 두부 젓국이 끓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고사리, 콩나물, 멸치, 꽈리고추, 김치까지 5 종류가 나오는데 모두 맛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공기밥 (1,000원)

두부만 먹을 수는 없을 거 같아서  공기밥도 주문합니다. 

 

두부젓국에 공기밥만 시켜도 나름 푸짐한 한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슬슬 끓기 시작하려는 두부 젓국. 

 

밑반찬을 먹으며 예열합니다. 나온 반찬들 모두 괜찮았지만 특히 고사리가 맛있었습니다. 줄기가 통통해서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도 좋고 무쳐낸 양념도 고소하고 짭짤해서 자꾸 손이 가는 훌륭한 고사리로, 개인적으로 올해의 고사리상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시원하고 젓갈맛 나는 김치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두부 완자 (12,000원)

그사이 두부 젓국만 먹으면 왠지 너무 채식하는 기분일 것 같아서 주문한 두부 완자가 나왔습니다. 

 

두부와 돼지고기, 야채를 뭉쳐 부쳐낸 완자.

 

쉽게 바스라져서 접시로 깔끔하게 가져오는데 살짝 난이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부서지는 만큼 먹을때 식감이 부드럽겠군요.

 

한 숟갈 먹어보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감칠맛 그리고 그 사이에서 쩌릿하게 치고 올라고는 김치의 새큼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신 맛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두부의 쉽게 질릴 수 있는 밋밋함을 완벽하게 보완해냅니다.

 

따로 간장을 찍을 필요 없이 간이 이미 충분합니다. 고소하고 바삭하게 잘 부쳐내기까지해서 밥 반찬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두부 완자였습니다.

 

거의 끓어가는 두부젓국

두부완자에 정신을 뺏긴 사이 두부젓국이 팔팔 끓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슬슬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한 접시 대강 퍼서 가져옵니다.

 

국물의 첫맛은 다소 맹맹한 듯 하지만, 뒤에서 젓갈의 깊은 맛이 올라옵니다. 기름기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국물. 

 

부드럽고 촉촉한 두부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도 역시 좋습니다. 두부 특유의 기분 좋은 단 맛이 입안을 가득 메웁니다. 

 

뜨끈한 두부를 계속 퍼먹고 있으니 속안이 금방 든든해집니다.

 

점점 끓어가는 탕 국물이 슬슬 졸아들고 깊은 맛도 점점 강해집니다.

 

이제 국물 첫맛에서도 맹맹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신 깔끔한 감칠맛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빨간 양념 없이 젓갈로만 맛을 내서 두부의 매력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입안에 담백하게 남은 두부의 여운이 은근하게 오래갑니다. 국물도 개운하고 깔끔해서 다 먹고 나서도 속 편하게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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