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해장국, 춘천 - 선지가 푸짐하게 들은 해장국

여행의 마지막 날. 점심 메뉴로 해장국을 골랐습니다. 여행이란 본래 체력 소모가 큰 일, 마지막 끼니는 든든하게 먹고픈 맘에 국밥으로 메뉴를 정한 것입니다. 마침 춘천에서 꽤 유명하다는 남부해장국이 숙소 근방에 있기도 했구요. 푸짐한 선지와 시원한 국물 덕에 여행 마지막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남춘천역 근처의 해장국 전문점 '남부해장국' 입니다.

 

남부해장국은 남춘천역 근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춘천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해장국집이란 소문을 듣고 찾아온 곳.

 

토요일 열한시반 쯤 도착했는데 가게 내부는 한적했습니다. 주말 오전인지라 해장국집이 그리 붐빌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조용해서 식사하기 좋았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선지해장국을 필두로 몇가지 해장국 종류와 내장탕 같은 것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선지해장국과 우거지해장국을 먹어볼 예정

 

메뉴를 주문하고나면 밑반찬이 차르륵 깔립니다. 특별하달 것까지는 없는 구성.

 

원래 김치 잘 안 먹어서 다 먹고 일어날 때쯤 깨달은 것인데, 김치는 배추김치가 아니고 양배추 김치였습니다. 그냥 김치보다는 달큰한 맛이 더 강하더라구요. 다른 블로그를 참고해보니 매번 양배추김치를 내는 것은 아닌듯하고 제가 어쩌다 양배추 내는 날에 걸린 모양입니다.

 

요것들은 국밥에 넣어 먹을 수 있는 부수기재들. 위쪽의 희멀건게 마늘 다진 것, 아래에는 다데기와 고추절임 비스무리한 것입니다.

국밥 먹다보면 국물이 물리는 순간이 갑자기 올 수 있기에 뭘 넣어먹을지 시간남을때 미리미리 고민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단하게 밑반찬 집어먹으면서 차분하게 국밥 기다리는 중

 

밥 상태는 쏘쏘합니다.

 

선지해장국 (8,000원)

팔천원짜리 선지해장국이 나왔습니다. 

 

사진에서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아직 팔팔 끓는 중입니다.

 

비주얼은 대강 보기에도 시원하고 칼칼한 전형적인 해장국 스타일입니다.

 

국물 아래에 어마어마한 양의 선지가 잠겨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때는 들춰보지 않아서 아직 몰랐음

 

사진을 왜이리 많이 찍었냐 물으신다면 국밥이 그만큼 뜨거웠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사진찍는것말고는 식기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대강 식은 것 같으니 일단 국물부터 맛봅니다. 칼칼 시원한 스타일입니다. 동네 아저씨가 먹으면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자마자 "어으 시원하다"하고 걸걸하게 감탄부터 내뱉고 볼 그런 느낌의 국물.

콩나물과 우거지의 시원한 맛에 뒷켠에 치고 들어오는 선지의 묵직한 맛이 깔끔하게 어우러집니다.

 

본격적으로 먹기전에 국물에 숟가락 넣어 선지매장량을 확인하는데, 양이 상당히 푸짐합니다. 거의 뚝배기 절반이 선지로 차있었던 것

 

선지 상태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뭐 엄청 맛있고 신선하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만에 먹는 선지로서 충분히 만족할만한 맛이었습니다. 크게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 꽤 좋은데다 부드럽기도해서 부담없이 먹기 좋았습니다. 

 

내장도 들었는데 맛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 덕에 먹는 재미를 좀 더해줄 뿐

 

국물맛을 담당하는 우거지도 콩나물과 함께 꽤 들어있습니다.

 

공기밥 말아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합니다. 

 

선지 살살 으깨서 푹푹 떠먹습니다. 

 

뜨끈한 국밥 국물의 기운이 몸안으로 푹 전해집니다. 콩나물과 우거지로 낸 시원한 국물을 뚫고 들어오는 선지의 묵직하고 풍부한 향이 몸을 보신해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면서도 또 동시에 입안 가득히 퍼지는 선지 향이 쉽게 물러나지 않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계속 먹다보니 다소 물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안그래도 맛자체가 풍성한 선지인데 양까지 워낙 푸짐하다 보니, 먹다 혀가 지쳐버리는 감이 없지않아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먹을수록 목 뒤에 쌓여 들큰하게 걸리는 감칠맛도 숟가락질하는 속도를 늦추는데 한몫합니다.

 

다진마늘도 조금 풀었으나 결국 선지 먹다 지쳐 뚝배기를 완전히 비우지는 못했습니다. 첫 술 떴을 때의 감동이 끝까지 가기에는 어딘가 킥이 모자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지만 매력포인트가 없는 느낌이랄까요. 다데기를 풀었으면 좀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선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거지해장국 (7,000원)

이것은 동행자가 주문한 우거지 해장국입니다. 선지해장국에서 선지를 빼고 우거지를 조금 더한 스타일입니다.

 

우거지 해장국 = 선지해장국 - 선지 + 1/2우거지

맛 역시 재료의 등식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선지해장국에서 묵직한 선지향을 빼고 시원함을 조금 더한 맛. 깔끔하기는 훨씬 깔끔한데 뒤를 잡아주는 묵직함이 없어서 든든함은 조금 덜하다는 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담없이 먹기에는 이쪽이 훨씬 좋을 것 같긴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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