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피자, 이태원 - 잘 구운 도우가 매력적인 피자

피자란 본래 빵 위에 재료를 올려 구워먹던 것에서 기원한 요리입니다. 빵을 맛있게 먹기 위해 토핑으로 재료들을 올렸던 것이죠. 그래서 피자의 본체는 도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찬이 아무리 맛있더라도 밥이 별로면 말짱 도루묵이겠이죠. 밥이 맛있어야 훌륭한 반찬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피자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도우가 좋은 피자를 만듭니다. 도우 잘하는 피자집이 진짜 실력 있는 피자집이라는 것.

이태원에 위치한 '부자 피자'에서 훌륭한 도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부자 피자는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한강진 역에서 내리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합니다. 물론 어느 쪽에서 내리든 10분정도는 걸어야합니다.

 

저는 평일 7시쯤 방문했는데 웨이팅이 걸리기 직전이었습니다. 나름 서울에서 피자로 꽤 인기가 많은 식당입니다. 

가게 내부는 밖에서 보기보다는 넓지만 그렇게 규모가 큰 편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주변에 2호점도 있다는 듯합니다.

 

주방에는 큼지막한 피자 화덕이 있습니다. 크으 멋있어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은 이렇씁니다. 노란 봉투안에 들은 것은 식기류. 하지만 피자는 손으로 먹는 것이라 배웠기 때문에 봉투에서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1인당 하나씩 나눠주는 메뉴판

 

핏짜를 비롯해 몇몇 이탈리안 요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이 날 피자를 먹으러왔기 때문에 다른 메뉴에는 시선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은 찍음

 

음료 메뉴판입니다. 왠지 와인을 시켜야할것 같은 가게 분위기라 와인을 주문했습니다.

 

로고 냅킨은 일단 찍어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피자에 찍어먹을 수 있는 부수기재가 나옵니다. 바질페스토와 크러쉬드 페퍼, 그리고 치즈가루인데, 바질페스토야 뭐 그렇다치지만 고춧가루와 치즈를 이렇게 쥐똥만큼, 그것도 접시바닥에 주니 먹기 쉽지 않았습니다. 

 

끼안띠 스피갈로 (49,000원)

사만구천원짜리 레드와인입니다. 붉은 장미 향을 느낄 수 있는 구조감 좋은 와인이라는데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별로 달지않고 훅훅 들어오는 목넘김이 좋아 이 날 먹은 피자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마르게리따 콘 부팔라 (19,800원)

이날 총 네 판의 피자를 먹었는데 그 중 첫 번째로 먹은 마르게리따 콘 부팔라입니다.

 

마르게리타 콘 부팔라는 토마토 소스, 바질, 모짜렐라 치즈 이렇게 세 가지의 토핑만을 올려 구워내는 마르게리따 피자의 일종인데 모짜렐라 치즈로 부팔라를 올린 피자입니다. 그냥 모짜렐라보다 물소 젖으로 만든 부팔라 치즈가 좀 더 고급품 취급을 받기에 피자 가격이 훨씬 더 비싼 것.

 

육안으로봐도 잘 구워진 한판입니다. 도우에 군데군데 탄자국이 있지만, 원래 고온에서 구워내는 피자에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영광의 상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타지 않도록 저온에서 살살 구워내면 반죽 속의 수분이 말라 도우가 탄력을 잃고 질깃해집니다. 쫄깃하고 탱탱한 도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고온 화덕이 필수인 이유입니다.

 

한조각 일단 접시로 옮겨 맛 볼 준비를 합니다. 가게 조명이 은근히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나오는 편. 절대 제가 못 찍은게 아닌 것입니다.

 

풍부한 부팔라 치즈의 맛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도우가 훌륭합니다. 탄력있고 쫄깃한 도우는 베어물때 기분 좋게 찢어지고 씹힐 때 경쾌한 치감을 뿜어냅니다. 토핑이 과하지 않아서 중앙부분의 도우도 축축하지도 않습니다. 도우 끄트머리도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잘 구운 빵을 먹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토핑은 자신의 존재감을 절제하면서 도우의 매력을 부각시킵니다. 도우가 주인공이 되는 피자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날 먹은 네 판 중 가장 좋았던 피자.

 

그 다음으로는 콰트로 풍기와 부자 클라시카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꽈뜨로 풍기 (19,900원)

꽈뜨로 풍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네 가지 종류의 버섯을 올려 구워낸 피자. 

 

버섯이 잔뜩 올라간 모습

푸짐하게 올라간 버섯 위로 트러플 오일을 뿌려서 냅니다. 피자가 나오자마자 트러플 향이 뭉근하게 올라옵니다.

 

다만 먹어보니 다소 아쉽습니다. 버섯에 간이 모자라 밍밍한 느낌이 강합니다. 

 

버섯의 식감은 나쁘지 않지만 간이 모자라도 너무 모잘라 매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트러플 향 뒤에는 버섯 비린내가 숨어있습니다.

 

도우는 앞선 마르게리타와 마찬가지로 맛있었으나 토핑이 밋밋하니 도우만 먹느니 못한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아주 못먹을 맛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굳이 손이 가는 맛은 아니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

 

부자 클라시카 (19,600원)

부자 피자의 시그니쳐인 부자 클라시카입니다. 루꼴라와 치즈가 잔뜩 올라간 비주얼.

 

파릇파릇한 것이 피자가 아니라 샐러드를 시킨 느낌까지 듭니다.

 

루꼴라 밑으로는 바질페스토, 다진 올리브, 토마토 등의 토핑이 깔려있습니다. 

 

6조각으로 커팅해주는 다른 피자와 다르게 부자 클라시카는 4조각으로 잘라 나옵니다. 조각 크기도 크고 루꼴라가 워낙 풍성해서 깔끔하게 입에 집어넣기 어렵습니다. 사실 애당초에 접시로 깔끔하게 들고 오는 것 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루꼴라 질질 흘리며 먹을 수 밖에 없는 구조. 발사믹 스타일 소스의 존재감이 강한 피자의 전체적인 맛은 나쁘지는 않으나 제 취항과는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다른 피자에 비해 라이트한 스타일이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군요.

 

디아볼라 꼰 올리베 네레 (18,800원)

마지막으로 나온 피자는 디아볼라 꼰 올리베 네레. 이탈리아어로 디아볼라는 악마라는 뜻인데요, 매콤한 맛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방금 구글링해봄

 

토마토 소스 베이스에 올리브, 모차렐라 치즈 살라미가 토핑으로 올라가는데 매운 맛은 살라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타고난 맵찔이로서 너무 매울까봐 살짝 걱정했으나 제 입맛에는 그닥 맵지 않았습니다. 

 

저는 "매콤한 기운이 있긴하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함께 먹은 다른 친구들은 생각보다 맵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먹은 조각들이 우연히 덜 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 혀가 이탈리아식 매운 맛에는 유독 강한 타입일지도..

 

이 날 먹었던 다른 피자들보다 좀 더 기름진 스타일입니다. 앞선 피자들은 건강한 느낌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는데 디아볼라는 제가 흔히 먹어오던 피자처럼 꽤 묵직함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디아볼라가 이 날 먹은 피자 중 유일하게 고기가 들은 피자였군요.

 

한 조각 당 딱 한 장씩만 들어있는 살라미지만 피자에 감칠맛과 동물성 지방맛 그리고 간간하고 매콤한 맛까지 더해주며 피자 전체의 인상을 좌우합니다. 조그만 고기 한 조각이 피자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마르게리타와 더불어 이 날 맛있게 먹은 피자 중 하나였습니다.

 

 

 

 

함께보기

2020/06/19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웨이크앤베이크, 청담/도산공원 - 맛까지 좋은 파스타와 피자

2020/04/28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스폰티니, 강남 - 밀라노에서 배달 온 피자

2020/03/06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볼라레, 서래마을 - 제 몫을 다 해내는 파스타와 피자

2019/07/28 -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 [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피자 편 - 1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