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슬럿, 코엑스 - 요즘 유명한 계란 샌드위치

에그슬럿은 LA에서 먹었던 가장 인상적인 음식 중 하나입니다. 포슬포슬한 계란 스크램블과 부들부들한 빵의 조합이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브런치로 먹기 딱 좋은 샌드위치였죠. 미국 내에서도 LA의 명물로 인정받는 유명한 샌드위치입니다.

 

그런 에그슬럿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저도 기쁜 마음에 찾아가 먹어보았습니다. 사실 오픈하자마자 가고 싶었는데 어마어마한 웨이팅 행렬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참을 벼르다 방문한 것이지요.

 

몇몇 유우명 블로거와 인스타그래머들로부터 부정적인 의견들이 다소 흘러나오는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코엑스에 위치한 '에그슬럿'입니다.

 

에그슬럿은 삼성역 지하철과 코엑스를 잇는 소위 '밀레니엄 광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냥 삼성역에서 코엑스로 진입하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문 마감하고 찍어서 줄 선 사람이 아무도 없음

라스트오더 시간 이후에 찍은 사진이라 아무도 없지만, 영업 중에는 저 통유리창을 따라 길게 줄을 섭니다.

 

저는 토요일 저녁 8시반쯤 방문했는데 가게 밖에서 약 10분정도 대기했습니다. 저녁시간이 지난 애매한 때라 그리 오래 웨이팅할 필요가 없었던 듯 합니다.

 

줄서면서 메뉴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서 고민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동선 체크를 위한 QR 체크인도 해야하고, 입장하면 따로 체온도 재줍니다.

 

마지막으로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 사실 에그슬럿은 샌드위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단품이 칠팔천원대로 책정되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데 미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이 음식은 원래 비싼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아마 미국에서는 대표메뉴인 페어팩스가 약 7~8불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택스는 별도이니 실질적으로 샌드위치 하나 가격이 거의 만원에 육박하는 셈. 조그만 샌드위치 하나로 배가 차지도 없고 음료도 따로 주문해야 하니 에그슬럿은 미국 물가 기준으로도 비싼 식사였습니다. 

 

어딘가 쉑쉑이 떠오르는 주방 모습. 아무래도 둘다 SPC에서 수입한 브랜드들이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주문하고나면 사진찍고 놀으라고 이런 귀여운 진동벨을 사은품으로 줍니다. 물론 음식이 나오면 반납해야함

 

무려 사만원어치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사는 날은 아니여서 더욱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깥에서도 10분가량 대기하고 들어왔지만 주문하고 나서도 20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기하는 동안 노래는 공짜로 들려줍니다. 선곡표도 제공해주길래 심심해서 찍음

 

진동벨이 울려서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너무 빨리 뛰어왔는지 오렌지 주스 한잔이 아직 덜 나온 상황. 이렇게 짜투리 시간이 생기면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좌측이 에그슬럿의 대표메뉴인 페어팩스 우측이 베이컨 에그 앤 치즈입니다. 뒷편으로는 슬럿과 오렌지주스 두잔.

 

4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트레이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지 않고 촬영 및 감상의 시간을 먼저 가지기로 했습니다.

 

FairFax (12,800원, 아보카도/베이컨 추가)

우선 에그슬럿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페어팩스부터 맛봅니다. 푸드트럭 시절 에그슬럿이 제일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LA의 동네 Fairfax에서 이름을 따왔다고는 하는데 적고 보니 굳이 우리가 알 필요는 없는 정보인 것 같습니다. 

 

기왕 먹는 김에 푸짐하게 먹기 위해서 아보카도와 베이컨을 모두 추가했습니다. 미국에 있을때도 그렇게 먹었었기에 고민없이 주문. 허나 가격을 생각하면 잠깐쯤은 고민하는 것이 좋긴 하겠습니다.

 

맛은 미국에서 먹었던 것과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저도 이미 1년은 훌쩍 넘은 일이라 디테일하게 기억나는건 아니지만 최소한 알량한 복제품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브리오슈 번 안에 계란 스크램블과 아보카도가 고소하고 풍부한 맛으로 샌드위치의 전체적인 인상을 구축하고, 살짝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품은 스리라차마요 소스가 느끼함으로 치우치려는 균형추를 잡습니다. 거기에 짭짤한 베이컨이 샌드위치 맛에 방점을 찍는데, 결국 이 모두가 계란의 포슬포슬한 식감과 풍부한 맛을 강조해서 계란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주기 위한 조합입니다.

 

다만 먹기가 다소 어렵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주 재료인 계란부터 축축한 물성을 가진 재료인데다가 부드러움을 강조한 브리오슈도 그다지 내구성이 좋지 않아 자칫하면 샌드위치가 재료단위로 해체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위 사진의 샌드위치도 촬영 후 조각조각 분해되어버리는 비극을 겪게 되었습니다. 물론 종이 호일로 감싸져 나오기는 하지만 먹는 이가 조금만 부주의하더라도 부서질 수 있을만큼 예민한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특히 샌드위치 하나에 무려 만삼천원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Bacon, Egg & Cheese (8,800원)

따로 추가 없이 샌드위치 단품만 주문한 베이컨 에그 앤 치즈입니다. 팔천팔백원으로 나름 어마어마한 몸값이지만 앞서 먹었던게 너무 비싸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처럼 보이는군요.

 

빵 사이로 혓바닥 내밀고 있는 것이 계란입니다. 그 위에 살짝 보이는 노란 물체는 노른자는 아니고 치즈. 노른자는 더 안쪽에 반숙으로 들어있습니다.

 

구성은 정말 단순합니다. 이름 그대로 베이컨에 계란 그리고 치즈가 끝입니다. 거기에 매콤달달한 치폴레 소스가 들어갑니다. 

 

앞서 먹은 페어펙스와 달리 베이컨이 주연이 되어 짭짤한 맛에 방점이 찍히는 버거. 

 

잘 구워진 베이컨과 계란 그리고 촉촉한 빵이 단순한 조합이지만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계란이 스크램블로 올라가지 않다보니 먹기 난이도도 훨씬 쉬운 편. 하지만 페어팩스에 비해서는 풍부한 맛이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베이컨에 빵을 곁들여 먹는 느낌이 강한, 그야말로 아침메뉴. 

 

슬럿 (6,800원)

이름부터 민망한 슬럿입니다. 계란과 감자퓌레를 수비드 방식으로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낸 요리입니다. 

 

수저 넣고 잘 저어서 함께 나온 빵과 함께 먹으면 됩니다. 사실 저번에 미국서 먹었을때는 저어서 먹는건줄 모르고 그냥 한 술 떠서 먹었다가 위에 떠있는 굵은 소금 대차게 씹고 입맛만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잘 저어 먹기로 했습니다. 동행자가 열심히 젓는 동안 저는 사진이나 찍으며 농땡이를 부렸습니다.

 

감자와 계란이 부드럽고 고소하게 어우러집니다. 굳이 따지자면 맛은 담백에 가깝지만 간이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감자와 계란의 조합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입에 넣었을때 입안을 가득 메우는 풍부한 맛을 끌어냅니다. 

 

함께 나온 빵에 발라먹으면 되는데, 그냥 빵 없이 숟갈채로 떠먹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빵이 너무 눅눅해서 아쉬웠습니다. 

 

오렌지주스 (5,500원)

한잔에 오천오백원하는 오렌지 주스입니다. 요새 카페가면 다 이만큼하니까 기절할만큼 비싼 건 아닌듯하군요.

 

펄프라고 하나요, 아무튼 그 오렌지 찌꺼기가 꽤 들어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맛이 상당히 진하고 좋습니다. 특별하게 독특한 맛이 나는 오렌지주스는 아니지만 확실히 계란 샌드위치에 잘 어울립니다. 아껴먹게 되는 맛.

 


사실 에그슬럿은 명성때문에 너무 기대한 나머지, "긴 웨이팅, 비싼 가격 감내할테니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먹어보자"라는 마인드로 방문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식당이긴 합니다. 여지껏 세상에 없는 맛을 내는 샌드위치는 아니니까요. 에그슬럿에서 파생된 에그드랍같은 국내 아류작들도 이미 꽤 존재하는 상태에서 에그슬럿은 그렇게까지 오래 기다려 먹을 필요가 있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당히 근방을 돌아다니다가 점심으로 가볍게 한 끼 때운다는 마인드로 들린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샌드위치 자체는 먹기 힘든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 크게 나무랄데가 없으니까요.

 

에그슬럿의 맛이 너무나도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참 기다려가며 먹어볼법도 하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딱히 꼭 찾아가 먹어볼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인기가 어느정도 잠잠해지고 나서 코엑스 주변을 들리게 된다면 그때는 꼭 한 번 맛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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