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궁, 남부터미널 - 여운남는 진한 국물의 짬뽕

퇴사 전 회사 사람들과 가볍게 저녁식사를 했던 자리. 생각보다 퀄리티 좋은 중국 요리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사진은 다소 부실하지만 기록 용도 차원에서 올려보는 포스팅.

 

천지궁은 남부터미널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 건물 1층으로 가게 규모는 꽤 큰 편.

 

세련된 공간이라 하긴 어렵지만 충분히 깔끔하고 분위기도 편안합니다. 저렴한 중국집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

메뉴판을 찍지는 못했는데 메뉴 가격대는 어느 정도 있는 편입니다. 기본 짜장면이 7,500원이고 대표 메뉴인 해물짬뽕도 인당 만원이상의 예산을 잡아야 합니다. 식사에 요리라도 곁들이려면 인당 최소 2~3만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군요.

 

저희는 이날 탕수육, 항아리짬뽕, 게살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릇도 세 가지나 나왔습니다.

 

수저 받침대로 따로 줍니다. 

 

김치와 단무지 양파 춘장이 기본으로 깔리구요 짬뽕과 함께 먹기 위해 소주도 한 병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소주는 5,000원 받습니다.

 

왼쪽부터 게살볶음밥, 탕수육 그리고 항아리짬뽕입니다. 탕수육과 짬뽕은 49,000원짜리 2인세트 메뉴로 주문한 것입니다. 적혀 있기는 2인세트 메뉴인데 사실 세 명이서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양. 게살볶음밥은 따로 단품으로 주문한 것입니다.

 

게살볶음밥 (11,500원)

우선 게살볶음밥입니다. 게살을 넣어 볶은 밥을 짜장소스와 함께 줍니다. 비주얼만 봤을때는 사실 동네 중국집의 육천원짜리 볶음밥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맛은 확실히 우수한 편입니다. 밥 자체도 기름기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졌고 계란과 함께 부쳐내는 게살도 꽤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짜장소스였습니다. 굵직한 고기 건더기가 들어간 진한 짜장소스는 달달함과 짭짤함의 균형이 똑 떨어지고 맛이 충분히 묵직해서 밥 슥슥 비벼 먹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탕수육 (49,000원, 항아리짬뽕과 세트)

2인세트로 받은 탕수육입니다. 옛날 스타일로 튀김옷은 매끈하고 소스는 되직합니다.

 

탕수육 튀김 상태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일식 튀김처럼 바삭바삭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소스와 함께 먹는 중식에는 오히려 이런 스타일로 밋밋하게 튀겨내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고소한 밀가루 구운내가 튀김옷에서 은은하게 올라오고 소스를 조금 묻혀 먹을때 기분 좋게 씹히는 특유의 꼽꼽한 식감이 훌륭합니다. 

 

소스 역시 발군입니다. 새큼한 맛이 전체적인 인상을 지휘하는데 그 뒤로 단맛이 바짝붙어 따라옵니다. 탕수육 소스 역시 짜장 소스처럼 진한 스타일로 깊이가 있습니다.

 

항아리짬뽕 (49,000원, 탕수육과 세트)

이번엔 탕수육과 함께 세트로 나온 짬뽕입니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느낌. 단품으로 시키면 2인에 28,500원 3인에 39,500원. 아마 사진의 짬뽕이 2인으로 시켰을때 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낙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짬뽕입니다. 짬뽕이 으레 그렇듯 각종 해물과 채소로 베이스를 낸 듯합니다.  

 

낙지는 직접 잘라 먹어야한다는 점이 다소 귀찮고 불편하긴 합니다. 자칫하다가 빨간 국물이 옷이 튈 것만 같거든요.

 

천지궁의 짬뽕 면은 수타면을 씁니다. 보통 중국집의 면과 달리 좀더 납작하고 두께가 있는 편. 먹어보면 식감이 꽤 있습니다. 흔히 먹는 중국집 면보다는 칼국수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하는게 맞겠네요.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다른 짬뽕들보다 진한 이 집의 짬뽕 국물에 잘 어울립니다. 

 

앞접시에 국물까지 덜어서 맛봅니다. 확실히 잘 만든 짬뽕입니다. 무엇보다 국물이 꽤 진한데다가 뒷맛이 부드럽고 풍성해서 입안에 남는 여운이 있습니다. 일종의 크리미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뭐 그렇다고 느끼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요. 짬뽕 맵기는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짬뽕 수준의 맵기. 맵찔이인 저도 무리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국물 안에 건더기가 많이 들었습니다. 비싼 가격을 허투루 받는 건 아닌 모양이긴 합니다. 

 

사실 저는 짬뽕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천지궁의 짬뽕은 그렇게 맵지도 않고, 국물도 진한데다 부드러운 뒷맛이 매력적이면서 면발까지 탄탄해서 상당히 만족하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다른 요리도 먹어보러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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