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루츠루 라멘, 봉천 - 보양식 수준의 깊고 진한 라멘

오랜만에 찾은 돈코츠 라멘. 자주 먹기엔 너무 부담스럽지만 한동안 먹지 않으면 간간히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비도 오고 고민도 많은 요즘, 기분전환을 위해 새로 생겼다는 한 라멘집에 들렀습니다. 봉천역 주변에 위치한 돈코츠 라멘 전문점 '츠루츠루 라멘'입니다.

 

츠루츠루 라멘은 봉천역 1번출구에서 약 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찾아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은 편.

상호는 일본어로 라멘 먹는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츠루츠루에서 따온 모양입니다. 한국말로 치면 '후루룩 라면'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가게 내부는 주방을 둘러싼 ㄴ자 카운터석과 빈공간을 메우는 테이블석 몇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날 제가 방문했을때는 주방에 계신 한 분이 주문부터 조리, 서빙, 계산, 청소까지 모두 혼자 맡고 계셨는데, 그러기에는 좌석 수가 꽤 많은 편인듯 합니다. 실제로 이 날 음식이 나오는데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거든요. 아마 평상시에는 직원을 쓰시는데 제가 간 날이 하필 혼자 운영하는 날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부수기재가 보관되어 있는 트레이

저는 카운터 석에 착석했습니다. 혼밥일때는 카운터석이 항상 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둘이 먹을때도 카운터석이 자리도 널널하고 대화도 편해서 테이블석보다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요

 

메뉴는 이렇습니다. 베이스 육수인 돈코츠로 세 종류의 라멘 바리에이션을 냅니다. 저는 첫방문이니만큼 가장 베이직한 츠루츠루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음 그렇다고 하네요

원하는 면 익힘을 주문시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알단테충인 저는 면을 단단하게 삶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라멘 매니아들의 용어로는 바리카타라고 합니다. '카타'가 그냥 단단하게 라면 '바리카타'는 매우 단단하게 면을 삶아달라는 뜻. 참고로 푹 익힌 면은 '야와'라고 하고 매우 푹 익힌 면은 '바리야와'라고 합니다. 

사실 용어는 알고 있어도 라멘집 사장님 앞에서 괜히 이런 단어를 쓰면 번데기 주름잡는것처럼 보일까봐 민망해서 "바..바ㄹ.. 아니 그냥 단단하게 삶아주세요." 라고 주문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한국말로 해도 통할 뜻인데, 어줍잖은 지식으로 아는 체 하기에는 아직 라멘 내공이 모자란 것입니다.

 

생강절임과 김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밑반찬 따위는 먹지 않는 극한의 상남자이기 때문에 뚜껑만 열어서 내용물만 확인하고 패스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먹다보니 돈코츠가 생각보다 헤비해서 생강 꺼낼껄 후회했던 것은 비밀

 

츠루츠루 라멘 (7,500원)

라멘이 나왔습니다. 육안으로도 진해보이는 육수 위로 존재감 강한 차슈가 세 장이나 올라갔습니다. 

 

겉보기에 특별히 독특한 한방이 있는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비주얼.

 

차슈 이외에도 목이버섯과 파, 달걀이 고명으로 올라갔고 숙주도 국물 사이로 언뜻언뜻 보입니다.

 

차슈는 토치로 강하게 불질을 해서 내어주십니다. 이를 라멘 매니아들 용어로는 차슈에 아부리(불질)를 했다고 합니다. 굳이 일본어로 쓸 필요는 없는 말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있어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법. 저도 아는체 할때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일단 국물부터 떠서 맛봅니다. 아주 푸근하게 다가오는 풍부한 지방맛이 입안을 훑고 지나갑니다. 돈코츠라면 이 정도 두께감은 있어야겠지요. 그러면서도 꼬릿하게 강한 돼지뼈 육수보다는 깔끔하게 진한 느낌이 더욱 강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쩍쩍 달라붙는 지방감이랄까요.

 

국물이 진하고 풍부한 만큼 염도도 지지 않게 꽤 강한 편입니다. 오히려 여기서 짠맛이 약했다면 밸런스가 무너졌겠죠. 몇 숟갈만에 지방맛이 혀를 잠식해 금방 물리고 말았을 겁니다.

 

한편 처음 설정된 국물의 온도는 꽤 뜨거운데 그렇다고 바로 덤벼들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몇 번 호호 불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

 

면입니다. 사실 아무리 단단하게 삶아달라한들 걱정할만큼 설 익은 면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돈코츠에 쓰이는 얇은 면은 1분 내외로 금방 익는 면이기 때문입니다. 끓는 면수에서 나와 그릇에 들어간 뒤에도 조금씩 계속 익습니다. 주방장이 고명을 올리고 서빙이 되는 동안 뜨끈한 육수 속에 잠겨있는 면은 조금씩 단단함을 잃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도 고려해서 면 익힘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그래서 특히 저처럼 먹기전에 사진 찍고 국물 떠마시고 면 뒤적거리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진짜 단단한 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츠루츠루 라멘의 단단한 면은 제 입맛에 딱 맞는, 그러니까 씹는 맛이 적당히 살아있는 그런 면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 문단 내용은 관련도 없는데 왜 쓴거냐 싶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적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포스팅 하나 쓸때도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인 것입니다.

 

강하게 아부리한 차슈. 확실히 불향이 훌훌 올라옵니다. 차슈 양념은 원래 달짝한 맛인듯 한데 너무 태웠는지 맛이 그렇게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다소 뜬금없이 단맛이 훑고 지나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물론 엄청 거슬리는 것은 아니었음

 

차슈 두께는 아주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즈. 솔직히 차슈는 그냥저냥 평범했습니다. 워낙 훌륭한 차슈를 내는 집이 많은지라 맛있음의 기준치가 높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굳이 찍었음

목이버섯과 숙주가 들어있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찍은 사진인듯

 

달걀도 그저 그랬습니다. 익힘은 괜찮으나 맛달걀 자체의 양념이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 그냥 달걀을 먹는 느낌. 아쉬운 것도 거슬리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평범하게 넘어가는 그저 그랬던 달걀이었습니다.

 

마늘은 따로 공용 마늘통이 비치되어있음

중간에 마늘을 넣어서 맛의 변화를 보라는 메뉴판의 제안이 기억나 마늘을 넣기로 합니다. 마늘짜개는 공용으로 비치된 것을 쓰게 되는데, 앞선 사람이 짰던 마늘 찌꺼기 위에 내 마늘을 짜야 하는 구조입니다. 앞 사람이 마늘에 침을 발라 짜지 않는 한 위생적으로 엄청 큰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는데 그래도 남의 찌꺼기 위에 내 찌꺼기를 남기려니 다소 찝찝하긴 하네요. 그렇다고 매번 마늘짜개를 세척하기에는 일손이 모자르시긴 하겠군요. 

 

아무튼 찝찝하다고 안 짤 수는 없고 그냥 짰습니다. 사실 원래부터 마늘향이 있어서 그랬는지 다이나믹한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마늘향 +1 정도의 감상.

 

차슈 모양도 그렇고, 진한 돈코츠 육수도 그렇고 마늘도 그렇고 먹다보니 지로우라멘이 언뜻 생각나기도 합니다.

 

면을 다 먹었으니 2차전으로 공기밥을 받습니다. 한공기 아니면 반공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강호동이 아니시라면 반공기 추천드립니다. 저는 배불러 죽는 줄 알았음

 

남은 육수에 밥이 너무 많이들어가니 간도 약해지고 양도 비대해집니다.

 

이 시점부터는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라멘을 푹푹 퍼먹습니다. 땀도 주륵 흐르기 시작하는데 이거 영락 없는 보양식 먹는 모양새입니다. 

 

뭐 어째됐든 깨끗하게 비우고 나왔습니다. 만족스러운 한끼였습니다. 집에 갈때는 든든한 포만감과 함께 했습니다.

 

*월~토 11시~22시, 브레이크타임 15시~17시, 일요일 휴무// 다음 지도에 매장이 등록되어있지 않아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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