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가든, 강화도 - 찾아갈 만한 오리 숯불구이

비 내리던 어느 일요일 저녁. 모두가 출도하고 있는 강화도에 입도했습니다. 다들 집에 가느라 서울 방면 차선은 꽉 막혔는데 저희만 홀로 텅빈 반대편 도로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던거죠. 목적은 오직 오리구이였습니다...는 아니고 사실 바다도 구경하고 성벽따라 산책도 하고 싶었는데 하필 비가 와서 오리 구이 먹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강화도까지 먼 걸음한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훌륭한 오리 숯불 구이를 맛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강화도 한복판에 위치한 오리 전문점 '신길가든' 입니다.

 

신길가든은 강화도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을 곳이에요. 섬과 육지를 잇는 초지대교에서도 차를 타고 10분 이상 들어와야 합니다.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55번 강화 버스를 타고 솔정정미소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지도어플을 참고하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버스타고는 안가봄

 

가게 내부는 요런 느낌입니다. 신발은 벗고 들어오는데 철푸덕 좌식 자리는 없고 모두 테이블 석으로 준비되어있습니다. 소파 같은 느낌의 푹신푹신한 쿠션의자가 독특합니다.

아마 관광객들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자주 들르는 로컬 식당 느낌인 것 같아요.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오리를 베이스로 이런저런 구이요리가 준비되어 있군요. 저희는 흙마늘 오리 숯불구이를 주문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위에 있는 메뉴가 주력 메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리구이를 주문하고 나면 아주 화력이 강한 숯이 들어옵니다. 아주 강해요

 

흙마늘 오리숯불구이(43,000원, 절반만 올린 모습)

크게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오리고기가 나왔습니다. 접시에 담아주시는데 일단 반 정도만 불 위에 올린 모습. 직원분 말로는 사만삼천원 짜리 오리구이면 보통 성인 세 사람 정도가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화력 강한 숯 위에서 오리를 살살 뒤집어가며 굽습니다. 아마 직원 분이 직접 구워주시지는 않는 듯

 

맨날 훈제오리만 먹다가 이렇게 제대로 된 오리고기를 만나니 일단 눈부터가 즐겁습니다. 떼깔 너무 좋지 않나요

 

이름에 흑마늘이 들어가고 오리 겉면도 번들번들한 것을 보니 아마 오리를 흑마늘 액이나 양념에 재워내는듯한데, 흑마늘의 존재감이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 구울때도 그렇고 먹을때도 그랬습니다.

 

압도적인 비주얼에 저도 모르게 자꾸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네요. 이미 충분히 찍은 것 같은데 괜히 뭔가 놓친 것 같고 찝찝해서 계속 찍게 됩니다.

 

오리 구워지는 모습을 넋 놓고 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밑반찬이 깔려 있습니다. 

 

김치 두 종류가 준비됩니다. 저는 특히 열무 김치가 입에 잘 맞더라구요.  

 

어느 고깃집을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양배추 간장 소스도 나오는 군요. 

 

콩나물 무침도 밑반찬으로 나오는데 고소해서 상당히 맛있습니다. 아직 메인을 맛보지 않았지만 이 집 음식 잘한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던 대목. 

 

불이 강해서 은근히 금방금방 익습니다. 다만 오리구이 경험이 적어서 언제쯤 먹어야 가장 맛있을지 판단하기 어려웠으나, 혓바닥을 실험도구 직접 조금씩 먹으며 최적의 익힘 시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별건 없고, 그냥 육안으로 봤을때 적당히 노릇하게 익은 정도면 먹어도 무방한 듯 합니다 호호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첫 점 집어 먹습니다. 고소한 오리 특유의 기름기에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식감 그리고 은은하게 들어오는 숯불향이 고르게 조화를 이룹니다. 비를 뚫고 강화도까지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 점이었습니다.

 

오리고기를 찍어 먹으려고 굵은 소금을 조금 덜었습니다.

 

짭짤한 맛이 오리구이에 더해지자 마치 특별한 마법의 가루라도 뿌린 듯이 고소한 오리기름의 풍미가 수직상승합니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계속 입을 땡기는 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쫄깃한 오리 껍질도 먹어보았습니다. 질겅질겅하면서도 고소해서 먹는 맛이 있습니다.

 

달달한 양배추 소스와도 함께 먹습니다. 역시나 맛이 좋긴 한데 오리의 맛을 거의 가려버리는 느낌입니다. 물론 오리 특유의 탱글하게 씹히는 식감이 아삭한 양배추와 어울리기는 하지만, 고소한 풍미가 좋은 오리고기를 굳이 양배추 소스와 함께 먹을 필요는 없다는 개인적 생각

 

쌈도 싸서 먹습니다. 쌈채소도 직접 기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콩나물 무침이 너무 맛있음

 

순식간에 먼저 올렸던 고기를 해치우고 남은 반을 굽기 시작합니다.

 

익은 마늘 먹으며 고기 익는 동안의 공백을 때우는 중

 

쫀득쫀득하고 기름기 가득한 오리 껍질이 참 매력적입니다. 소금 콕 찍어 먹으면 딱히 느끼하지도 않구요.

 

제대로 숯불에 구워먹는 오리구이는 확실히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돌솥밥 (3,000원)

돌솥밥도 주문했습니다. 돌솥밥을 시키면 오리탕도 따라나온다길래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아니 돌솥밥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거기에 오리탕까지 따라나온다니요. 바로 시킬 수밖에 없는 부분

 

뚜껑을 개봉합니다. 일단 돌솥부터가 멋지군요 크으으

 

야호 제가 좋아하는 흑미밥입니다. 

 

일단 밥그릇에 밥을 옮겨 놓습니다. 밥은 살짝 질게 한 스타일입니다. 원래 저는 진 밥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돌솥으로 해서 그런지 이 집의 진 밥은 다르더라구요. 밥알이 힘없고 찰기없이 흐드러지는 대신 풍부한 곡향을 뽐내며 혀에 척척 붙습니다.

 

한 숟갈 떠서 맛보고 너무 맛있어서 한 장 더 찍음

 

남은 누룽지는 박박 긁어 먹고 싶었지만 이따 입가심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물 살짝 부어놓고 오리탕 먹으러 갑니다.

 

돌솥밥을 시키면 사이드로 따라 나오는 오리탕입니다. 밥에 따라나오는 오리탕이라길래 고깃집 된장찌개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냥 단품요리로 내도 손색 없을 정도로 푸짐하게 나옵니다.

 

사실 아까 오리 구이 먹고 있을때 부터 팔팔 끓고 있던 오리탕

오리탕도 정말 떼깔이 좋습니다 캬

 

충분히 끓은 것 같으니 슬슬 앞접시로 옮겨 맛보기로 합니다.

 

국물은 진하고 들큰한 스타일. 오리 육수가 제대로 우러났습니다. 들깨가루도 들어간듯하고, 구수하면서 칼칼하기까지해서 한번 숟가락을 뜨면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을 자랑합니다. 

 

맵찔이인 제 기준에 살짝 매콤한 편이기는 했는데, 땀 흘리면서까지 쭉쭉 퍼먹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국물

 

이거보다 더 큰 살덩이도 많았는데 사진을 못찌금

남은 오리 고기를 이용해 끓여내는 듯한 데 뼈에 알게 모르게 은근히 살이 붙어 있어 발라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탕을 끝내고나서는 아까 물 부어둔 누룽지로 입가심을 합니다.

 

생각해보면 고기에 탕에 밥까지 다 먹고나서 밥으로 다시 후식을 먹는다는게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구수하니 맛있어서 더 깊이 생각하는걸 멈추기로 했습니다.

 

나가는 길에 후식 아이스크림 발견. 놓칠 수 없었습니다. 역시 아까 누룽지는 진정한 후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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