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삼겹구이5900, 신대방삼거리 - 구운 김치와 삼겹살의 완전한 조합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7. 13. 08:25
고등학생때부터 꾸준히 다니던 삼겹살집이 있습니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저도 다른 삼겹살집 깨나 다녔지만, 아직 삼겹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오랫동안 먹어왔던 이 집의 것이더라구요. 가히 저의 '최애' 삼겹살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물론 최애치고 자주 들리는 못하는 곳이지만 아무튼, 저렴한 가격으로 고기 한판 뚝딱할 수 있는 곳, 신대방삼거리역 부근에 위치한 '통삼겹구이 5,900'입니다.
통삼겹구이 5,900. 가게 이름이 아주 직관적입니다.
신대방삼거리 7호선 지하철역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삼겹살 1인분에 5,9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 한때 잠깐 6,900원으로 올랐었던 것 같은데 그새 다시 돌아왔군요.
녹차삼겹살과 바베큐삼겹이 주메뉴입니다. 저는 방문하면 보통 80% 비율로 녹차삼겹살을 시키고 가끔씩 내키는 날에 바베큐 삼겹을 시키기도 합니다. 근데 항상 바베큐 삼겹 시켜놓고 나면 녹차삼겹 먹을껄 후회했던 듯. 바베큐 삼겹은 초벌되어 나와서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합니다. 오리도 예전부터 꾸준히 메뉴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는 아직 한번도 시켜본적 없습니다.
가게 내부는 이런 느낌입니다. 평범한 고깃집 스타일
불판이 독특합니다. 원래는 직사각형 불판을 썼었는데 몇년전에 이런 원형 불판으로 갈아치웠습니다.
불판에서 고기 굽고, 익은 것은 아래쪽 넓직한 판에 내려놓으면 되는 시스템. 고기가 식지 않고 보온이 되기에 나름 유용은 한데, 고기 보관용치고는 불필요하게 크다는 느낌이긴 합니다. 사실 먹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찍어먹을 소스가 세팅되고
고기 구이용 부수기재들도 함께 나옵니다.
쌈채소도 나오고 와사비와 쌈무도 나옵니다.
심지어 부침개와 마카로니도 나왔습니다. 고기 구워질때까지 주워먹고 있으면 될듯
사실 제가 이 집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직원분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는 것이었는데요, 언젠가부터는 직접 고기를 구워주지 않는 것으로 시스템이 바뀐 것 같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 오천구백원짜리 고깃집에서 여태 고기를 직접 구워줬다는 것이 더 이상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래서 셀프로 구워먹을 예정. 나름 열심히 구워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팔을 걷어 붙이고 불판이 달궈지기를 기다리는데,
직원분이 말릴 틈도 없이 덜 달궈진 고기를 덜컥 올려놓고 가셨습니다 흑흑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이제 제가 고기를 못 구워도 변명거리가 생긴 것입니다. 고기를 맛없게 구워지더도 죄스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고기가 불판에 너무 빨리 오른 탓을 하면 됩니다.
아무튼 고기를 자글자글 익히다가 김치를 함께 올려 굽습니다.
이곳의 핵심은 구운 김치에 있습니다. 그냥 생김치로 먹으면 그저그런데 돼지기름에 구워지고 나면 새큼함이 확 살아나 고기에 굉장히 어울리는 반찬이 됩니다.
고기가 익는 동안 할게 별로 없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중간에 부추도 올리고 마늘도 올려 함께 굽습니다.
돼지기름에 젖으면 무슨 야채든 맛이 좋아진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좋은 카메라를 가진 동행자에게 식탁 전경도 한장 부탁했습니다.
마침내 고기가 다 구워졌습니다.
불판을 더 달군 후 고기를 올렸으면 더 잘 구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러나저러나 맛은 큰 차이 안 날 수도 있는데 괜히 밑밥삼아 한 마디 얹어보는 것입니다
고기가 모두 구워졌으니 공기밥도 오픈합니다.
그리고 고기 올려 한 컷 후 맛보았습니다. 삼겹살 한 조각에 탱글탱글한 살코기와 지방의 고소함이 동시에 잘 살아 있습니다. 두께도 적당하고 고기의 감칠맛도 좋습니다. 육천원에 이 정도라면 감지덕지지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 집의 강점은 바로 구운 김치에 있습니다. 고기 위에 슥 올려서 밥과 함께 '삼겹살-김치-밥' 삼합으로 먹으면 이만한 콤비가 따로 없습니다. 삼겹살의 고소하고 풍부한 기름과 김치의 청량감있고 구수하게 탁쏘는 신맛 그리고 그 두 맛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탄수화물 쌀밥까지.
탄탄한 조합의 삼합입니다. 한국인에겐 그닥 특별한 것 없는 익숙하고 흔한 조합이지만, 이 조합이 이처럼 흔해진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이 삼합이 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비빔밥대신 한식 선봉장으로 내세워도 좋지 않을까요. K-김치도 들어가는데..
아무튼 이번에는 부추와 함께 먹어봅니다. 이 집 부추는 단맛이 거의 없는 일반적인 스타일입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강렬한 부추를 맛본뒤로는 일단 부추무침을 보면 양념스타일 검증의 시간을 갖는 편입니다.
아마 이천원쯤 하지 않았을까 싶은 된장찌개입니다. 전형적인 고깃집 된장찌개입니다. 자극적이고 짭짤한 염도로 고기로 느끼해진 입안을 씻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입안 가득 고기 넣고 씹다가 요렇게 한 숟갈 떠먹으면, 기름기가 깔끔하게 씻겨내려가며 오는 쾌감이 또 있죠.
맥주도 한 잔 시켰습니다. 로고때문에 되게 광고같이 찍힌 느낌. 근데 사실 테라가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잔을 얼려서 줘서 좋았습니다. 어차피 고깃집에서 먹는 맥주는 온도감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목젖까지 청량해지는 시원함이 좋습니다.
맥주로 입안을 정리했으니 다시 불판으로 돌아옵니다. 삼겹살에서 나온 돼지기름을 흡수한 김치는 고소한 맛을 한껏 품었습니다. 고기 없이 김치에 밥만 먹어도 한그릇 뚝딱일 정도.
고기와 함께 먹을때 그 매력은 좀 더 극대화됩니다.
상추쌈으로도 먹습니다. 뭔가 김치-삼겹살 조합만 먹다보면 위장에 무리가 갈 것 같아서 상추쌈도 중간에 한번씩 섞어준 것입니다.
하지만 김치에 먹는게 더 맛있음. 괜히 이렇게 돌돌싸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엔 밥도 볶아 먹기로 합니다.
볶음밥은 직원분이 숙련된 솜씨로 슥삭슥삭 볶아주십니다.
마지막엔 김으로 마무리
갓 볶은 볶음밥은 매우 뜨겁기 때문에 한참 식혀야 합니다. 약불로 놓고 누룽지 생길 때까지 숨참는다 흡
누룽지를 기다리기엔 숨이 모자라서 그냥 몇 숟갈 빠르게 떠서 먹었습니다. 달지 않게 적당히 잘 볶아낸 스타일. 고기 먹고 약간 모자른 위장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주변에 엉터리생고기나 화통삼같은 프랜차이즈 고깃집이 있음에도 항상 장사가 잘 되는 곳입니다. 경쟁력 있는 가격도 가격이겠지만, 평균 이상의 맛이 받쳐주기 때문이겠지요. 저 역시 그런 이유로 꾸준하게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구요. 아마 앞으로도 간간히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타지에서 굳이 수고를 들여 찾아올만한 곳은 아니겠지만 동네 주민들에게는 삼겹살 생각나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그런 식당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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