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미엔, 왕십리 - 바삭한 눈꽃만두와 뜨끈한 온면

서울 동네 구석구석에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습니다. 행당시장 근처에 훌륭한 중국음식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왕십리 들를 일이 생긴 겸 방문해보았습니다. 국수과 만두류를 주로 취급하는 왕십리의 중국 음식점 '춘향미엔'입니다.

 

춘향미엔은 행당시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행당역 또는 왕십리역에서 내리는 것이 그나마 가까운데 어느 쪽이든 조금 걸어야 합니다. 접근이 아주 편리한 위치는 아닌 편.

 

가게는 최근 확장이전해서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저렴한 중국음식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가게 내부는 꽤 넓은 편인데, 식사 시간에는 종종 웨이팅이 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는 평일 2시쯤 애매한 시간에 방문했는데, 가게 좌석의 2/3 정도가 들어 차 있었습니다. 주변 주민들도 애용하는 식당인듯 합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뭐가 되게 다양한 것 같지만 결국 국수류와 만두류, 크게 두 가지 장르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가격은 최근에 한번 올랐다지만 여전히 나름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온면과 만두반반을 주문했습니다.

 

가게 설명을 읽으며 메뉴가 나올때까지 시간을 때우기로 합니다. 중국 심양에서 왔단는 옥수수면이나 직접 빚은 수제만두 같은 수식도 좋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영업시간. 무려 새벽 5시까지 운영합니다. 야심한 시각에 식사할만한 식당이 부족한 서울에서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제가 야심한 시각에 행당시장 주변을 배회할 일은 없겠지만요..

 

숟가락도 꺼내고 짜사이와 물도 세팅했습니다. 참고로 짜사이와 물은 셀프로 가져오면 되는 시스템.

 

온면 (7,000원)

온면이 먼저 나왔습니다. 묵직해보이는 국물 아래로 각종 재료들이 보입니다.

 

음.. 비주얼은 훌륭하다고 하기 어렵겠군요

 

국물은 은근히 농도가 있어보입니다. 가볍고 깔끔하기보다는 풍부하고 든든하게 승부하는 스타일에 가깝겠습니다.

 

차돌을 비롯해 파, 양파, 버섯 같은 채소들이 꽤 푸짐하게 들어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을 일단 떠서 맛봅니다. 역시나 굵직한 국물이 풍성하게 입 안을 적십니다. 감칠맛 가득하고 두터운 육수 속에 칼칼한 기운이 숨어 있는데, 이것이 국물의 전체적인 매력을 끌어올립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뭉툭한 국물을 칼칼한 매운 맛이 고삐를 틀어쥐고 길을 벗어나지 않게하는 느낌이랄까요. 

 

면은 옥수수면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쫄깃한 스타일입니다. 중간에 이로 끊어내려해도 잘 끊어지지 않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면보다는 밀가루 맛 좀 나고 툭툭 끊기는 면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저도 이 칼칼하고 묵직한 육수에는 지금처럼 쫄깃한 면이 좀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돌과 함께 면을 먹을 때 고기의 고소한 지방맛이 칼칼한 국물과 보조를 맞추며 가장 밸런스가 좋습니다. 입안에서 면을 쭉쭉 씹으면서 수저도 국물을 조금씩 떠먹으면 따듯한 기운이 몸 안으로 쑥 들어오는게 느껴지는데 이것이야 말로 해장에 딱 어울리는 국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듭니다.

 

계속 먹다보면 뜨뜻하고 좋긴한데 칼칼한 맛에 입이 적응하고 나면 다소 맛이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수를 좀 뿌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요청하면 고수를 내준다는데, 먹을 당시에는 그 생각을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만두반반 (7,000원)

춘향미엔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사실 바로 만두 때문이었습니다. 만두가 상당히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앞쪽 노릇하게 구워진 3알이 고기만두, 뒷편에 살짝 초록빛 도는 만두 3알이 부추만두입니다.

 

춘향미엔의 만두는 흔히 눈꽃만두, 빙화만두라고 불리는 스타일로, 전분에 물을 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만두를 올려 구워냈습니다. 만두 밑바닥은 눈꽃모양의 크러스트와 함께 바삭하게 구워졌고 윗면은 수증기로 부드럽게 익었습니다.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한 알에서 모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만두입니다.

 

만두를 찍어 먹을 간장도 함께 나옵니다.

 

우선 고기만두입니다. 크기도 크고 속도 튼실합니다. 겉에 붙은 바삭한 크러스트가 식감에 재미를 더하겠군요.

 

고기만두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고기만두라서 고기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새우도 들었습니다. 고기맛과 새우 맛이 어우러진 만두는 촉촉하고 감칠맛이 좋아 혀에 찰싹 달라붙습니다. 만두 껍질은 바삭하면서 속은 따끈하고 부드러워서 식감의 대비도 즐겁습니다. 

 

확실히 훌륭한 만두입니다. 고기만두는 굳이 간장을 찍지 않아도 될만큼 간도 적당합니다.

 

부추만두

다음으론 부추만두도 맛봅니다. 고기만두에 비해 속안 재료가 모양을 잡지 못하고 다소 흐물거리는 느낌.

 

속안은 새우와 부추, 그리고 계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추 특유의 익은 내가 꽤 쿰쿰하게 다가옵니다. 고기만두에 비해 간이 다소 약한 편이긴 한데, 그래서 오히려 깔끔하다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간이 다소 모자라 간장을 찍어 먹으니 전체적인 맛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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