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칼리, 아차산 - 새롭게 나타난 타코 강자

아차산 부근에 새로운 타코 강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보았습니다. 나름 스스로 타코 매니아를 자처하고 있는 만큼 무려 한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감수하고 찾아가 본 것입니다. 서울 동쪽 끝자락에서 의외로 수준급의 타코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아차산에 위치한 멕시코 음식 전문점 '멕시칼리'입니다. 

 

'멕시칼리'는 아차산역에서도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타코집이 있다고..? 이거 지도 잘못 본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쯤 눈 앞에 나타나는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가게 외관. 토요일 오후 두 시쯤 도착했음에도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벽돌벽에 과하지않고 세련된 간판들이 붙어있습니다. 인테리어나 디자인 면에서는 정말 군더더기 없습니다. 제 취향에 딱 걸맞는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발소 스타일의 회전 간판도 있습니다. 귀여워서 바로 사진 찍음

 

근데 오늘은 혼밥 아녔음

20분정도 대기하자 자리가 났습니다. 혼밥석이나 2인 테이블이 없어서 혼자 온 손님들도 4인 테이블을 써야하는데, 강제로 합석시키지는 않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올바른 접객입니다. 물론 기다리는 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법도 하나 혼자 온 손님도 똑같이 대접받아야 할 손님이니까요. 몇몇 인기 노포들처럼 테이블 단가가 낮다고 푸대접하고 불편한 합석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다만 가게 입장에서든 회전율을 위해 혼밥석이나 2인 테이블을 좀 더 배치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도 싶은데 그건 사장님의 선택이겠지요.

 

가게 내부는 알록달록한데 촌스럽지는 않습니다. 소파석과 테이블석이 골고루 있고, 벽면에는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런거 짱 귀여움

 

메뉴입니다. 타코를 메인으로 타코랩(브리또), 나초 그리고 몇 가지 사이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토르티야와 살사(소스)를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요새 타코집이면 많이들 그렇게하기에 멕시칼리만의 차별점이라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좋은 인상으로 다가옵니다.

 

벽화들이 참 맘에 드는 것 같습니다. 타코 안 흘리고 먹으려면 그림처럼 타코는 수평으로 내비두고 고개를 45도 꺾어서 먹어야 합니다. 사실 그렇게 먹어도 흐르는 것이 타코입니다. 원래 질질 흘리면서 먹는 음식인 것입니다. LA에서 봤던 멕시코인들도 질질 흘리면서 먹음

 

음료도 주문했습니다. 

 

콜라 (1,800원)

콜라는 코카콜라 병콜라에 얼음컵 줍니다. 

 

레모네이드 (4,000원)

미국 남부식 레모네이드라는데 미국 남부에서 레모네이드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레몬의 새큼시큼한 맛보다는 달달한 맛에 중점을 둔 레모네이드였습니다. 레몬 사탕을 녹여서 차갑게 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새큼한 스타일의 레모네이드를 좋아하지만 이거도 꽤 맛있었습니다. 달달한거 좋아하시면 꽤 취향에 맞을 레모네이드겠습니다.

 

기본 식기 세팅입니다. 그냥 찍어봄

 

과카몰레 나초(7,800원)

칠천팔백원짜리 과카몰레 나초가 먼저 나왔습니다. 참고로 우리에게 과자 이름으로 익숙한 나초는 원래 토르티야를 튀긴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토르타야 칩이라고도 불리는 음식. 갓 튀긴 나초는 과자 봉지에 들은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부들부들한데 멕시칼리의 나초도 금방 튀겼는지 그렇습니다.

 

따끈따끈하게 나오는 나쵸. 고소한 냄새가 스윽 올라옵니다.

 

토마토와 양파로 만든 살사인 피코 데 가요를 위에 얹은 과카몰리가 함께 나왔습니다. 

 

매콤함보다는 달달함에 방점을 둔 소스도 나오구요. 모두 나초를 맛있게 먹기 위한 부수기재들입니다.

 

파삭파삭하게 입안에서 부서지는 나초입니다. 간도 짭짤하게 잘 되어있고 고소한 맛이 좋아서 굳이 과카몰리나 살사를 올리지 않고 단독으로 먹어도 훌륭합니다. 한국에서 먹은 나초 중에는 단언코 제일이었습니다. 

 

과카몰리도 올려 먹습니다. 과카몰리는 아보카도를 주 재료로 토마토, 양파, 고수, 라임 등을 넣고 함께 으깨 먹는 음식입니다. 튀긴 또르띠야를 곁들여 먹곤 합니다. 과카몰리는 부드럽고 풍부한 아보카도의 고소한 맛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멕시칼리의 과카몰리는 새큼한 맛이 강조된 편입니다. 보통 아보카도의 느끼함을 자르고 고소한 맛을 보조하기 위해 라임, 레몬즙 넣는데, 이곳의 경우에는 오히려 라임, 레몬즙이 아보카도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느낌입니다. 동시에 염도도 꽤 있는 편이라서 자극적인 스타일의 과카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쩌릿쩌릿하게 다가오는 새큼한 맛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과카몰리든 새콤한 과카몰리든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느낌. 저는 전자의 과카몰리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은 것입니다.

 

 

 

달달한 스타일의 살사도 올려 먹었습니다. 

 

 

나초 먹는데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사진을 자꾸 찍었던 것입니다. 앞에서 할 말을 다해서 딱히 더 쓸말은 없긴하지만, 기왕 찍었는데 안 올리기는 아깝고 그래서 올려본 것입니다.

 

소고기 타코 (8,300원)

먼저 소고기 타코입니다. 카르네 아사다 스타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카르네 아사다란 것은 이름이 생소해서 그렇지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릴에서 불향나게 구워낸 양념된 소고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타코 속재료로 애용되는 스타일입니다.

 

멕시칼리의 소고기 타코는 직접 만든 또르띠야 위에 소고기, 살사, 고수 등의 재료를 푸짐하게 올려 냈습니다. 한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많은 양의 재료를 버텨낼 만큼 쫄깃한 토르티야와 탄탄한 식감의 소고기가 인상적입니다. 소고기에서는 새마을 식당 열탄 불고기 스타일의 불향이 꽤 강하게 올라옵니다.

 

다만 토르티야의 식감도 그렇고 소고기의 익힘 정도도 그렇고 전체적인 타코의 인상이 다소 질깃한 감이 있습니다. 우적우적 씹어대는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치아가 피로해지는 스타일. 또한 달큰한 스타일의 살사가 듬뿍 올라가 있어 타코의 전반적인 좌표가 달달함 쪽에 가까이 찍혀 있습니다.

 

중간에 아까 먹다 남은 과카몰리를 조금 올려 먹어보았는데 새큼한 맛이 오히려 단맛과 균형을 이루며 더욱 먹을만해졌습니다.

사실 원래 타코도 꽤 훌륭한 편이었는데 다만 제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 LA에서 먹었던 타코를 떠올리며 먹어서 그랬는지 약간의 괴리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피쉬타코 (8,800원)

이번엔 팔천팔백원짜리 피쉬 타코입니다. 흰살 생선 튀김이 주 재료로 들어갔습니다. 소스도 소고기 타코와 달리 튀김에 어울릴 새콤한 스타일로 바뀌었습니다.

 

생선 튀김도 그렇고 전체적인 내용물이 실하게 들었습니다. 타코 한 쪽에 사천원이 훌쩍 넘는 꼴인데, 이 정도 양이라면 충분히 납득가능할 정도

 

생선이 아주 바삭하게 잘 튀겨졌습니다. 크런치한 식감 속에 부드럽고 감칠맛 넘치는 생선살이 숨어 있는데, 이 둘의 대비가 입을 즐겁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고기 타코보다 훨씬 마음이 가는 타코였습니다. 생선 튀김을 아낌없이 넣은데다 튀김의 바삭거림도 좋았구요. 다만 피쉬 타코의 경우에는 느끼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소 헤비하다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생선 튀김의 기름짐 때문이겠지요. 소스를 이용해 잡으려한 듯하지만, 소스의 자극적인 맛이 다소 지나쳐 소스는 소스대로 강하고 느끼함은 느끼한대로 강한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새우 타코 (8,800원)

그리고 마지막 새우 타코. 이 날 먹은 타코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고, 제 맘에도 가장 쏙 드는 타코였습니다.

 

기본적인 설계는 피쉬타코와 거의 흡사한듯 합니다. 생선 튀김 대신 새우 튀김이 들어갔다는 것이 차이.

 

새우 타코는 앞서 말씀드린 피쉬타코의 느끼함이 한참 경감된 느낌입니다. 훨씬 담백하고 자극적인 맛이 덜해진 스타일의 타코였습니다. 게다가 의외로 중간에 들어있는 파인애플이 새우튀김이나 소스에 달달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타코 하나만 보고 아차산까지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탄 가치가 있었습니다. 비록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주르르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건 그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었기에 적을 수 있었던 내용인 것이지요. 별 감흥없는 음식을 먹고나면 아쉬운 점이 있어도 딱히 적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거든요. 정통 멕시코 스타일의 타코—사실 저도 멕시코 안 가봐서 모르지만 최소한 LA 멕시칸 푸드 스타일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한국 사람들 입맛에는 더욱 맞을만한 타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먹기 편한 편이기도 하니, 타코 입문자들에게도 추천해볼법한 타코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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