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식탁, 충정로 - 비 오는 날 먹는 파전과 닭죽 그리고 막걸리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7. 1. 08:28
비오던 어느 날 저녁. 유난히 축 처지는 몸을 이끌고 충정로의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제 이목을 끌었던 메뉴는 바로 닭죽. 닭죽을 내는 식당이 생각보다 흔치 않으니 반가운 마음에 바로 방문했습니다. 마침 동행자의 회사도 근처에 있어 퇴근 후 함께 방문했습니다. 충정로에 위치한 '청안식탁'입니다.
청안식탁은 충정로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옥 주택 같은 것을 개조한 모양새입니다.
그나저나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영 사진이 어두침침합니다.
현관은 이런 느낌입니다.
가게 내부도 역시 한옥 스타일입니다. 깔끔합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대표메뉴는 이북식 닭개장. 점심에는 주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식사 메뉴를 주로 팔고, 오후에는 안주거리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일단 닭죽과 파전을 주문했습니다. 닭죽은 일일 20그릇 한정이라길래 저녁쯤이면 못 먹을 줄 알았는데, 7시 30분쯤에도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닭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흑흑.. 닭죽 맛있는데..
아무튼 이따가는 이북식 닭개장도 추가 주문할 예정입니다.
닭개장과 깍두기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도 붙어있습니다. 메뉴 기다리면서 읽고 있기 좋네요
기본 테이블 세팅은 이런 느낌. 다만 방금 치운 테이블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표면에 끈적끈적한 기운이 남아있었던 것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깍두기와 오징어 젓갈이 기본찬으로 나옵니다. 시원하고 아삭하고 청량감 있는 깍두기는 꽤 맘에 듭니다. 국밥에 곁들여 먹기 좋은 스타일. 짭짤한 오징어 젓갈도 이따 닭죽과 함께 먹으면 괜찮겠습니다.
둘이 나눠 먹을거라 그런지, 따로 청하지 않았는데 앞접시와 국자를 먼저 내어주셨습니다. 원래 혼자 식사를 시키면 큰 트레이에 닭죽과 깍두기, 오징어젓갈 그릇을 함께 내준다고 합니다. 근처에서 회사다니는 동행자가 이곳을 몇번 벌써 방문한 적이 있어 블로그에 적으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칠천원짜리 닭죽이 나왔습니다. 별다른 고명없이 뽀얀 자태를 자랑합니다.
다소 심심할 정도로 아무런 고명이 없는데, 그말인즉 그만큼 닭국물 자체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대강 눈으로만 보아도 깊게 고아낸 느낌이 납니다.
비 오는 날, 몸이 축 처질때면 깊고 진한 닭국물만한 것이 없습니다. 담백하고 깊은 닭의 감칠맛이 입안에 들어오면 몸 깊은 곳까지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일단 제 앞접시에 조금 덜어 살살 식혀가며 먹습니다.
밥알 사이사이로 잘게 찢은 닭고기들이 보이네요
한입 떠서 맛봅니다. 자극적인 양념은 없지만 담백하고 뜨끈한 죽이 입안에 들어오니 기분 좋은 만족감이 주욱 퍼집니다. 닭 육수의 깊은 매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닭죽이었습니다. 간도 간간해서 딱히 젓갈이나 깍두기를 얹을 필요도 없습니다.
잘게 찢긴 닭고기에서 오는 감칠맛도 맘에 듭니다. 비오는날 뜨끈하게 닭죽을 먹고 있자니 몸보신하는 기분입니다. 이러니 몸이 허할때면 자꾸 닭국물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몸보신을 했으니 조금 자극적인 메뉴도 한번 먹어보기로 합니다. 비오는 날이니까 습관적으로 주문한 파전입니다.
두꺼운 스타일의 파전인데 바삭하게 잘 구워냈습니다. 파와 해물을 기름에 지져 고소한 향이 살살 올라옵니다.
그래서 못 참고 바로 막걸리 주문. 방금 닭죽으로 몸보신 했으니 막걸리도 한잔해서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두꺼운 스타일의 파전이라 바삭함이 덜할까 살짝 걱정했는데 충분히 바삭함이 살아있는 스타일입니다.
파를 중심으로 오징어, 새우 같은 해물이 꽤 들어갔습니다. 오징어를 기름에 잘 지져냈을 때 오는 그 특유의 고소한 향이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한 점 집어서 먹습니다.
바로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밖에 없는 맛.
따로 간장 찍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꽤 잘 잡혀있고 무엇보다 해물과 파기름을 매력적으로 잘 썼습니다. 저번 이탈리안 식당에서 먹었던 오징어의 감동을 여기서도 느껴버린 것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조리된 파전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먹은 파전 중에는 가장 제 취향에 부합했습니다.
솔직히 배는 어느정도 부르는데, 대표메뉴라는 이북식 닭개장이 너무 궁금해 주문했습니다.
보통 닭개장이나 육개장과 다르게 맑은 국물이 나옵니다. 이게 이북식 스타일이라는데 저는 북한에 가본적이 없어서 진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생긴 건 약간 시래기국 같기도 하네요.
말아 먹을 수 있는 공기밥이 함께 나옵니다.
국물 안에는 고기가 푸짐하게 들었습니다. 혼자 먹는다고 생각하면 꽤 괜찮은 양이지 않나 싶습니다.
앞접시에 밥을 조금 덜고 국물을 부어 먹어봅니다.
물론 먹기전에 사진도 좀 찍어줍니다.
닭고기 듬뿍 떠서 먹습니다. 닭개장 국물을 베이스로 끓인 닭죽이 진했듯이 닭개장 역시 진한 닭맛이 훌륭합니다. 이북식 닭개장이지만 역시 한식이어서 그런지 아예 못 먹어본 새로운 맛까지는 아닙니다. 아주 닭향 진하고 걸쭉하게 끓여낸 시래기국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간이 꽤 간간해서 맑은 국물이지만 슴슴하지는 않습니다.
딱히 맛이 아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다데기도 넣어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살짝 투하 후,
잘 풀어주었습니다. 색이 우리가 아는 닭개장과 살짝 비슷해졌습니다.
맛 역시 매콤함이 더해지니 좀 더 익숙한 맛으로 다가옵니다. 고추장의 쿰쿰하고 입맛 당기는 맛 덕에 맑게만 먹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매력이 있는 다데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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