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나데이지, 서촌 - 본격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느 평일, 연차를 내고 서촌에서 전시회를 관람하며 지적 허기를 채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진짜 허기를 채울 차례. 무얼 먹을지 주변 식당을 샅샅이 살피며 고민하다가, 오늘 봤던 전시가 서양 화가의 전시였단 사실을 기억하곤 양식 식당에 예약을 넣었습니다. 

서촌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갈리나 데이지' 입니다.

 

갈리나 데이지는 경복궁 왼편의 소위 서촌이란 동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통인시장에 가까운 편인데, 아무튼 지하철을 이용할 시 경복궁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대로변에 나있는 골목길 어딘가에 입구가 있습니다. 골목길 초입에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은 편.

 

이탈리안 레스토랑 답게 정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작지만 깔끔하게 꾸며놓은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이동합니다. 어딘가모르게 본격적인 느낌이 나는군요.

 

본격적인 레스토랑이라는 것은 곧 가격도 본격적이라는 이야기. 사실 예약하기 전에 메뉴판을 제대로 보진 않았는데 살짝 심박수가 올라갔습니다.

 

식당 내부는 이런 느낌입니다. 흰색 식탁보에서 이곳은 확실히 본격적인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옵니다. 

 

메뉴판도 인당 하나씩줍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잠깐 이탈리안 메뉴의 구성을 짚고 넘어가면, 전채요리인 안티파스토, 파스타나 리조토로 구성된 탄수화물 요리인 프리모, 고기나 생선 요리인 세콘디 그리고 디저트인 돌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탈리아에서 살아본적은 없어서 책으로 배운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알아두면 어디가서 아는 척 하기도 좋고, 이탈리안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식전빵이 나왔습니다. 말이 식전빵이지 실제로는 식사 내내 곁들이는 것이 진짜 유우럽식 식사법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도 유우럽에서 살아본 적은 없어서 책으로 배운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풀향이 훌훌 올라오는 올리브 오일에 빵을 찍어먹으니 본격적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빵은 부드러운데 어느정도 찰기가 있는 스타일입니다. 

 

잔 와인도 두 잔 주문했습니다. 화이트와 레드 중 한 잔은 만육천원이었고, 한잔은 이만원이었는데 어느 쪽이 얼마였는지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와인 메뉴판을 찍었었는데 그만 초점이 나가버린 것입니다. 사진이 없으니 기억도 없습니다 흑. 아무튼 비쌌다는 것은 아직 기억남

 

Calamari (좌측) / Rose (우측)

먼저 주문했던 깔라마리와 로제가 나왔습니다. 

 

Calamari (24,000원)

먼저 안티파스토 부문에서 고른 이만사천원짜리 칼라마리입니다. 총알오징어에 소시지를 넣고 그릴에 구워낸 요리.

 

뭔가 요리 설명만 읽고도 맛있을 것 같은 촉이 온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독특한 비주얼의 오징어 요리가 나왔습니다.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잘 구워낸 오징어의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잔뜩 자극합니다. 

 

일단 한점 덜어서 제 접시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오징어와 제 코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슥슥 반 잘라 놓으니 안에는 이런 모습입니다. 분홍빛의 소시지가 들어있습니다. 5시방향의 흰색 물체는 아마 카넬리니 빈인 모양. 

입에 넣고 씹는데, 우선 고소하디 고소한 오징어의 맛이 강하게 입 안을 훑습니다. 풍부한 향이 입에서 코까지 후각이 전달되는 통로를 가득 메웁니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조리된 오징어에 톡톡 튀는 소시지가 들어가 씹는 재미 역시 갖췄습니다. 소시지는 전체적으로 짭짤한 편인데 살짝 매콤한 향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오징어의 고소한 감칠맛과 소시지의 짭짤한 맛의 균형 사이에서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오징어 아래에 깔린 매쉬드 포테이토 역시 훌륭합니다. 오징어 향이 가득한 기름에 적셔져 더욱 고소하고 풍미가 충만합니다.

 

오징어 다리는 바싹 구워져 크런치한 편입니다. 몸통보다 오징어 향을 더욱 머금고 있습니다. 부담없이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은 덤.

전체적으로 굉장히 맘에 드는 요리였습니다. 사실 파스타 먹으러와서 오징어에 훨씬 감동한듯.

 

Rose (28,000원)

이만팔천원짜리 로제 파스타입니다. 묵직한 소스에 어울리는 원통 튜브 모양의 파스타 파케리를 면으로 사용했습니다. 

 

로제 소스는 토마토 소스와 크림소스를 섞은 것으로 보기 좋은 주황빛을 띄고 있습니다. 파케리 면 사이로 새우가 보입니다. 몇 마리는 아예 면 안에 숨어있군요

 

우선 면부터 쿡 찍어 맛봅니다. 단단하고 씹는 맛 있게 삶겨진 파케리 면.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소스와 꽤 잘 어울립니다. 소스는 꽤 꾸덕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느끼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소스 자체에서 큰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딱히 아쉬운점을 찾기 힘들었던 파스타였습니다. 물론 3만원 가까이 하는 파스타라면 최소한 그래야하긴 하겠지요.

 

부드럽게 잘 조리된 새우살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스에 더해지는 새우 감칠맛이 굉장히 좋습ㄴ니다.

 

면 안에 숨어있던 새우도 샅샅이 색출해 모조리 먹어치웠습니다. 면 안에 들은 채로 한입에 넣고 함께 씹으니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소스가 남아서 빵을 한 번 다시 청했습니다.

 

로제 소스 남은 것도 싹싹 긁어먹고 매쉬드 포테이토 남은 것도 슥슥 올려서 먹었습니다. 만족감 +1

 

완두콩까지 성실하게 닦아 먹었던 것

 

Genovese (25,000원)

메뉴 두 개로 배가 안 찼던 것은 아닌데, 그래도 온 김에 메뉴 하나 정도 더 먹고 싶어 주문한 제노베제 파스타입니다. 

 

제노베제란 이탈리아 제노바 지방의 파스타로 바질 페스토를 주로 사용해 초록빛깔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결론은 바질 페스토 파스타라는 것. 구운 잣이 견과류로 올라갑니다. 가로로 총총 썰어낸 아스파라거스도 소스에 함께 냈습니다. 

 

오 그나저나 파스타가 바뀌니 그릇과 식기를 웨이터가 와서 새것으로 갈아줍니다. 

 

아무튼 다시 파스타로 돌아옵니다. 제노베제는 탈리아텔레 면을 사용했습니다. 탈리아텔레 역시 넓적하고 두툼해서 묵직한 소스에 잘 어울리는 면입니다.

 

꽤 꾸덕한 스타일입니다. 사실 바질의 청량한 맛이 주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스가 묵직하고 크리미합니다. 맛 자체는 꽤 괜찮았으나 이미 약간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기는 살짝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소스 아까우니까 빵까지 발라먹음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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