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곰탕, 서초 - 가성비 좋은 곰탕의 부담없는 매력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5. 4. 08:35
회사 주변 맛집을 탐방하는 요즘, 얼마 전 레이더에 곰탕집이 하나 걸렸습니다. 맑은 국물에 깔끔한 곰탕을 낸다는 소문에 점심 시간에 헐레벌떡 찾아가보았던 이야기입니다. 서초동에 위치한 곰탕 전문점 '이여곰탕'입니다.
이여곰탕은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비는 구간. 이 날은 아직 코로나가 기승이던 때라 그리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곰탕이 팔천원이니 꽤나 저렴한 편. 값싸고 빨리 나오는 음식이 장땡인 직장인 상권에서도 경쟁력 있겠습니다.
김치는 배추와 깍두기를 섞어서 내옵니다. 살짝은 매콤한 맛이 강한데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감칠맛이 도는 편입니다. 꽤 맛있는 김치지만, 곰탕집에서 갖는 김치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특출난 김치라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요런 느낌의 자리들이 죽 펼쳐져 있습니다. 테이블 간격이 그리 빽빽하지 않고 테이블 자체도 꽤 넓직한 편이어서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습니다.
음식은 상당히 빨리 나오는 편입니다. 어지간한 햄버거보다 빠를듯한 스피드. 깔끔한 놋그릇에 토렴한 곰탕을 담고 숟가락을 제삿상 스타일로 꽂아서 나옵니다.
국물이 상당히 맑습니다. 일단 구색으로서 곰탕은 합격점을 줄만하겠습니다.
어느 각도로 찍어도 영 맘에 들지 않아서 이 각도 저 각도 시도해보았던 결과물입니다.
요런 양념장도 주는데요. 수육도 아닌 곰탕에 이런게 필요한가 싶긴하지만 어차피 저는 안 찍어 먹을거라 더 깊이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토렴해서 나왔기에 곰탕의 온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바로 덤벼들어도 입안이 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바람직한 온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팔팔 끓는 국밥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한 온도겠지만 최소한 제게는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밥알도 잘 살아 있고 밥 상태는 양호합니다.
고기는 딱 팔천원 짜리 곰탕에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들어있습니다. 넉넉하게 들어있는 것은 아니나 한끼 가볍게 때우기에는 아쉬움이 없는 정도입니다. 고기 자체는 부드럽기보다는 다소 질깃하고 뻣뻣한 편. 하동관이나 여타 곰탕집처럼 고기가 푸짐하거나 내장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니, 애당초에 고기에 중점을 두는 곰탕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곰탕의 인상은 차분합니다. 차분하며 맑고 깨끗한 스타일. 국물도 얌전해서 속에 부담이 가지 않습니다. 편안한 국물이라는 점을 이 집 곰탕의 장점으로 뽑을 수도 있겠지만, 한켠으로는 아쉬움도 남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국물의 힘이 너무 약한 나머지 밥알들에서 흘러아나오는 전분향이 점차 국물에 영향을 끼칩니다. 처음 먹을 때의 간과 다 먹어갈 때의 간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
물론 전분이 국밥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간을 다 잡아먹고 국물의 좌표를 밍밍함으로 돌려놓는다면 아쉽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김치를 함께 먹어주는 것으로 일단 응급처치를 하기는 했습니다.
안 먹은 줄 알았는데 양념장을 찍어먹긴 했었나봅니다. 아마 새큼하고 알싸하고 짭짤하고 그런 맛이었겠죠? 기억이 안 나버리는것..
앞서 전분이니 뭐니 이야기를 주저리 늘어놓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곰탕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다소 달랐을 뿐. 저는 좀더 진하고 고기향 강한 그럼 곰탕을 기대했었거든요. 이여곰탕의 스타일은 되려 고기의 진한 맛보다는 깔끔한 감칠맛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인듯합니다. 부담 없는 한끼가 필요한 날이라면 주저 없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겠습니다.
그래서 부담 없는 한끼가 필요하던 날, 주저 없이 다시 방문했습니다.
이여 곰탕에서는 식사메뉴로 곰탕 뿐만 아니라 면도 팝니다. 곰탕 국물에 쌀로 만든 면을 말은 것. 이 날은 삼천원을 더 내고 특으로 주문했습니다.
변함없이 맑은 국물. 흰 쌀국수가 들어가있는데 처음보는 조합이지만 위화감 없습니다.
역시나 본격적인 식사 전 사진 촬영 타임을 가졌습니다.
수면 밑에 잠겨있는 면발들.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김치는 저번과 변함없습니다.
우선 국물을 떠서 맛봅니다. 곰탕 때와 달리 온도감이 꽤 있습니다. 바로 덤벼들기에는 조금 뜨거운 편. 곰탕과 달리 토렴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물론 저도 그 이유는 알 수 없는 것..
아무튼 국물 자체는 맑고 깨끗하고 감칠맛있고 좋습니다. 곰탕보다 간이 더 잘 맞아서 혀에 착착 감기는 느낌.
면은 이런 느낌입니다. 특을 시켜서 그런지 양이 꽤 푸짐합니다. 하긴 특을 시켰는데 푸짐하지 않으면 문제긴 하겠습니다.
면은 아주 푹 익히지는 않은 상태로 나옵니다. 덜 익힌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익혀도 되겠다 싶은 수준. 물론 먹다 보면 뜨끈한 국물 온도 때문에 어차피 알아서 익지만요.
다만 그래서 그런지 국물과 면이 다소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국물 온도가 너무 높아 후후 불어 먹다보면 면에 붙은 국물들이 그새 메말라 면 따로 국물 따로 별개로 먹는 느낌입니다.
특을 주문해서 그런지 부위도 다양하게 들어있습니다.
쌀국수 면이 국물에 어느 정도 더 불고 나자 드디어 맛이 완성됩니다. 면에 국물 맛이 배니 이제 제대로 먹는 기분이 드네요. 먹기 좋을 온도로 식은 국물에 담긴 좀더 부드러운 면을 정신없이 흡입했습니다.
역시나 이 날 점심 역시 아쉬움없이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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