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키친, 신대방삼거리 - 가브리살이 매력적인 돈카츠

퇴근 후 집 가는 길, 가볍게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신대방삼거리 역에 위치한 한 돈카츠 집을 찾았습니다. 힙한 동네에만 있다는 돈카츠 맛집이 우리 동네 주변에도 있다니,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으며 달려가 잽싸게 먹고 나온 이야기입니다. 

신대방삼거리 역 부근에 위치한 돈까스 우동 덮밥 전문점 모스키친입니다.

 

원래 신대방삼거리를 호령하는 돈까스 집은 '온누리에'였습니다. 극렬한 매운맛의 디진다 돈까스 덕분에 방송을 몇 번 탔고 그 탓인지 점심 저녁으로 사람들이 줄을 섰더랬죠. 사실 '온누리에'는 방송을 타기 전부터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동네 맛집이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은 물론이고 바삭하고 굵직한 튀김옷 덕분에 돈까스 자체도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을 타고 얼마 뒤부터 '온누리에'의 돈까스 맛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더니 얼마 뒤에는 상호조차 바뀌어버렸습니다. 예전의 '온누리에'를 아는 동네 주민들은 더이상 변해버린 그곳을 찾지 않게 되었죠. 

아무튼 추억의 '온누리에'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모스키친 이야기로 돌아와보겠습니다. 흘러간 맛집은 추억 속에 간직하고 새로운 동네 맛집을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신대방삼거리의 돈까스 패권을 가져갈 새로운 식당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괜히 '온누리에' 이야기를 길게 꺼냈던 것이었습니다.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고로 내부 사진을 구석구석 찍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초상권은 중요하니까요.

내부는 흰 색 위주의 인테리어로 깔끔합니다. 테이블 좌석 위주지만 혼밥러들을 위한 카운터석도 몇 칸 준비되어 있습니다. 

 

돈까스 단 하나만 주문할 예정이기에 저도 혼밥석에 앉았습니다. 흰벽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식사할 것입니다. 

 

메뉴판은 사람들 손때가 많이 탄 모양인지 빈티지해졌습니다. 잔뜩 구겨진게 무슨 구한말부터 내려오는 책자 같습니다. 의도된 설정이라면 할 말 없지만 굳이 이렇게 때 탄 메뉴판을 음식점에서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싶습니다. 그닥 위생적이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돈까스 메뉴는 등심을 중심으로 이것저것 준비되어있습니다. 프리미엄 돈까스와 스페셜 돈까스의 차이를 메뉴판 설명을 통해 알아내려 노력하다가 그냥 천원 더 비싼 스페셜 등심 돈카츠를 주문했습니다. 해시태그 컨셉의 설명으로 신세대스런 감각을 내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메뉴 정보가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메뉴판 본분에 반하는 치명적인 단점.

 

사실 돈까스만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덮밥이나 우동 메뉴도 다루는 듯 합니다. 시켜먹는 손님들도 꽤 있었습니다.

 

맥주 한 병하면 참 좋았으련만 할 일이 있어서 참았습니다. 슬펐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래 튀겨야하는 돈카츠 특성 상 음식이 나오기 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이런 걸 찍고 있었습니다.

 

스페셜 등심 돈카츠 (10,000원)

만원짜리 스페셜 등심 돈카츠입니다. 두툼하게 썰어낸 돈카츠 다섯조각이 밥, 장국 그리고 각종 및 밑반찬들과 함께 나옵니다.

 

양이 푸짐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원래 돈카츠는 가성비로 먹는 음식이 아닌 것. 가성비를 따지려면 돈까스를 먹는 것이 낫습니다.

근데 그래도 한 덩이 당 이천원이라고 생각하면 좀 비싸게 느껴짐

 

어쨌든 돈카츠는 분홍빛 나게 익혀져서 나왔습니다. 등심 부위가 주가 되고 상단에 가브리살과 지방이 좀 붙어있는 구조. 

 

살짝 튀김옷이 고기에서 분리된 것이 보입니다. 뭐 그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근 돈카츠 수준을 측정하는 잣대 중 하나기에 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밥 상태는 꽤 괜찮았습니다.

 

장국은 그냥 장국. 

 

어차피 저는 안 먹는 양배추는 사진만 조심스레 찍었습니다.

 

독특한 점은 오징어 젓갈이 함께 나온다는 점. 단무지나 돈까스 소스야 사실 돈까스집 어딜가나 볼 수 있지만 오징어 젓갈을 내는 집은 처음봤습니다. 밥보다 돈카츠를 먼저 끝내 밥반찬이 모자랄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소금과 와사비도 있습니다.

 

가장 왼편에 있는 친구부터 하나하나 씩 먹어치우기로 합니다.

 

다른 녀석들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유독 1번 돈카츠만 튀김옷 분리가 심합니다. 사실 이런거 크게 신경은 안 쓰는 편인데 얘는 너무 떨어져서 먹기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한 입 베어 무는데 꽤 괜찮습니다. 헤키에서 먹었던 것 처럼 극강의 촉촉함이나 일상식당의 것처럼 군더더기없는 깔끔함은 없지만, 그래도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합니다. 적당히 촉촉하면서 적당히 깔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좌측에서 두번째 돈카츠, 일명 2번 돈카츠를 먹기로 합니다. 

 

놀랍게도 2번 돈카츠는 1번 돈카츠보다 맛있습니다. 더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스키친의 돈카츠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 가브리살입니다. 쫄깃해서 찰진 식감의 등심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데 씹을 때 흘러나오는 감칠맛도 좀 더 강합니다. 

그런데 참고로 돈까스 소스는 맛이 너무 강해서 돈카츠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느끼함을 잡아줄 수는 있겠지만 고기 맛을 모두 가려버립니다. 소금을 찍어먹는 것이 고기 맛을 즐기기에는 더욱 좋았습니다. 

 

이 부분은 4번 돈카츠의 가브리살 부분입니다. 상반신이었던 등심부위는 이미 제가 이로 절단해버리고 없습니다. 

참고로 사진에는 없지만 3번 돈카츠, 즉 5개의 돈카츠 중 가장 가운데 있던 돈카츠가 가장 맛이 좋았습니다. 아마 열이 중심부까지 비교적 덜 전해지는 와중에 혼자 남다른 촉촉함을 유지했던 모양. 맛있어서 금방 입에 밀어 넣다 보니 사진 찍는 것을 잊었던 것입니다. 

 

5번 돈까스는 기름졌습니다. 옆 면은 물론 아랫동까지 두르고 있는 튀김옷이 기름을 잔뜩 먹어 다소 느끼했던 편. 채반을 받쳐뒀음에도 어떻게 마지막 한쪽만 이렇게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을 수 있는지는 불명. 어쨌든 이 정도 느끼함이라면 돈까스 소스의 도움을 받을만도 하겠습니다. 

 

멀리서 찾아와 먹을 정도의 돈카츠는 아니지만 동네에서 가볍게 먹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돈카츠였습니다. 집 주변에 이런 우수한 돈카츠 집에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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