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노티드, 내방 -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었던 빵들

'브런치'는 있는데 왜 '런디너'나 '디런치'는 없는 걸까요. 브렉퍼스트와 런치 사이에 때우는 애매한 끼니는 식사로 인정하면서 런치와 디너 사이의 넓은 시간에 먹는 끼니는 왜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요. 점심을 먹기 전의 허기짐이나 저녁의 먹기 전의 허기짐이나 때우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인데 말이죠. 

이 날은 주말이어서 늦잠을 자느라 점심 시간을 그만 놓쳐버린 날이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한 간격을 메우기 위해 한 빵집 겸 카페를 찾아 '런디너' 혹은 '디런치'를 즐겼던 이야기 입니다. 내방역 부근에 위치한 '카페 노티드'입니다.

 

내방역에서 내려서도 조금 걸어서 주택 골목 안으로 들어와야 카페 노티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부근에 은근히 괜찮은 식당들이 종종 있어요.

 

노티드는 원래 도산공원 근방에 위치하며 디저트 카페로 이름을 날렸던 곳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내방역에도 진출한 모양. 

 

가게 외벽에는 이런 장난스런 낙서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필 인스타 감성을 자극한 모양인지 창 밖에서 이 낙서를 찍으려 사람들이 카메라를 연신 들이밀어댑니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기분이 애매합니다. 아무튼 남들도 다 찍는거 저도 한번 찍어보고 싶어서 저는 가게 안쪽에서 찍어보았습니다. 비록 좌우가 뒤집혔지만 그건 음.. 나중에 거울이라도 대서 보던가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주방 내부가 보입니다. 사실 주방 내부까지 상세히 보지는 않아서 사람들이 안에서 뭘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실내는 대강 이런 느낌입니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입니다. 

 

빵이 잔뜩 도열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각은 대략 3시쯤. 다행히도 빵은 부족함 없이 가득했습니다.

노티드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도넛이지만, 노티드 서래점은 디저트류 보다는 베이커리에 집중하는 매장이기에 도넛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상한 종양 같은 것을 달고 있는 크루아상도 있고,

 

속에 딸기를 잔뜩 박아놓은 갈색 크루아상과 깜장색 크루아상도 있고, 앙버터 프레첼도 있고 꽤 생각보다 이런저런 종류가 꽤 됩니다.

 

빵을 먹을 때는 커피를 먹는 것이 제 취향입니다. 아메리카노를 먹을 예정

 

일단은 이렇게 빵 세 개를 간소하게 주문했습니다. 비록 오후 세 시에 '디런치'를 먹지만 저녁 여섯시에 디너도 역시 먹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제 소화 능력을 고려하여 결정한 빵 양입니다.

 

포크가 이쁘게 포장되어 있기에 찍었던 사진인 것 같습니다.

 

레모네이드 (5,500원) / 아이스 아메리카노 (4,000원)

음료도 귀욤귀욤한 컵에 담아줍니다.

 

커피는 산미가 별로 없는 스타일. 맘에 들었습니다.

 

레모네이드는 산미가 있는 스타일. 근데 이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새콤달콤해서 상큼하게 먹기 좋음

 

 Sausage Pastry (4,500원)

가장 먼저 맛볼 것은 소세지 빵. 적혀있기로는 소시지 페스츄리라고 적혀있습니다. 굵직한 소시지를 바삭한 식감의 빵으로 둘러쌌습니다.

 

칼로 잘랐음 입으로 베어 문거 아님

조금 따뜻하게 먹어도 괜찮았을 소시지빵이었습니다. 뭐 소시지빵이 내봤자 뭐 특별한 맛을 내겠냐만은, 소시지가 굵어서 소시지빵 먹는 맛이 나는 소시지빵이었습니다. 반죽 겉은 살짝 딱딱한 편이었는데 기름을 살짝 머금고 있는 편. 아주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반죽 표면에는 달달한 소스가 묻어있어서 소시지와 함께 먹으면 단짠 콤보를 완성합니다.

 

Jam&Butter Scone (3,800원)

다음 맛본 것은 잼&버터 스콘. 스콘 위에 딸기잼과 버터를 올린 것입니다.

 

스콘은 딱딱하지 않고 속안이 부들부들합니다. 입안으로 뻑뻑하게 들어오는 빵 속살이 맘에 듭니다. 수분 없이 쩍쩍 입에 달라붙지만 그때 커피 한 모금 쭉 마셔주면 그 쾌감이 또 좋습니다. 위에 올린 딸기잼과 궁합 역시 좋습니다. 다만 다소 뜬금없이 올라간 고체 버터는 사실 먹기도 그리 쉽지 않고 딸기잼과 맛이 잘 섞이지도 않는 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Abocado Sandwich (7,500원)

이번에는 칠천오백원짜리 아보카도 샌드위치입니다. 

 

크루아상에 베이컨, 토마토, 아보카도, 치즈를 넣었습니다. 별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단순한 조합인데 상당히 제 취향에 부합하는 샌드위치였습니다. 재료들이 다들 순둥순둥하기에 보통의 샌드위치라면 뾰족한 맛을 가진 소스를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노티드의 샌드위치는 재료들이 순둥순둥하면 그냥 순둥순둥하도록 내버려둡니다.

 

버터리하고 고소한 크루아상이 멍석을 깔고 치즈가 짭짤함을, 토마토는 상큼함을 담당하는데 마지막으로 아보카도가 고소한 지방맛으로 샌드위치의 점을 찍습니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그래도 끼니 때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샌드위치였습니다.

 

Strawberry Croissant (4,5000원)

물론 오후 6시에 디너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빵을 먹다보니 아무래도 못 먹어본 빵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고, 아쉬움이 생기면 미련이 남고, 미련이 남으면 후회가 되니, 안 먹고 후회할 바엔 먹고 후회하자는 마인드로 주문한 딸기 크루아상입니다.

 

크루아상을 반으로 가르고 커스타드를 적당히 채운 후 딸기를 박아 넣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이 딸기 크루아상의 가장 큰 단점은 먹기 힘들다는 점. 두툼하게 들어간 커스타드와 딸기 때문에 빵 자체의 크기가 꽤 큰데다 설상가상으로 흰 가루들도 뿌려져 있어 깔끔하게 입으로 베어 먹기가 힘들고, 크루아상의 물성 상 칼로 쉽게 잘리지도 않습니다.

 

고민하다 그냥 깔끔하진 못하더라도 입으로 베어 먹기로 했습니다. 포기하고 먹으니 생각보다 깔끔하게 베어 물 수 있었습니다. 

새콤한 딸기 맛이 생각보다는 크루아상과 어우러지는 가운데 커스터드의 달달함은 개인적으로 살짝 애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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