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루가스, 약수 - 참치로 만든 부드러운 생선가스

생선까스는 단체 급식이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운 메뉴입니다. 이따금씩 생선가스까지 함께 판매하는 돈가스 전문점이 있기도 하지만, 굳이 안전한 선택지를 두고 생선가스를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게 있어 생선가스란, 내 돈 주고 사먹을 일 전혀 없는, 선택지 없는 단체 급식을 먹을 때나 맛보게되는 그저그런 메뉴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횟감용 참치로 생선가스를 튀기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생선가스에 호기심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침 식당 근방에서 볼 일이 있는 겸, 점심 시간에 방문해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약수역에 위치한 돈가스 전문점 '사가루가스' 입니다.  

 

사가루가스는 약수역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위치한 '사가루참치'에서 오픈한 돈가스집이라고 하네요. 왜 횟감용 참치를 튀김 재료로 선택했는지 납득이 갑니다. 

 

가게는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치집과 돈가스집 모두 2층에 위치하고 있고, 서로 출입문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튼 돈가스집으로 입장.

 

약간 이른 점심시간, 식당 내부는 그럭저럭 붐비는 편이었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메뉴는 다른 돈가스집과 크게 다른 것은 없고, 생선가스와 회덮밥 정도가 추가된 형국

 

혼자 왔기에 혼밥석에 착석했습니다. 아크릴판도 성실하게 설치해두었고, 소포장된 손세정제도 따로 내줍니다. 

 

주방 앞에는 이런 카드들이 주르륵 걸려있네요. 다른 가게와 차별화 되는 포인트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생선가스 (9,000원)

생선가스가 나왔습니다. 생선가스를 중심으로 밥, 장국, 소스, 샐러드, 절임반찬들, 고기반찬, 김치까지 다양한 구성을 갖춰 준비됩니다. 

 

우선 생선까스부터 한컷 찍고 넘어갑니다. 

 

도톰한 두께의 참치에 빵가루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반찬부터 보고 나서 해봅시다.

 

하나 독특한 점이 있다면 고기 반찬이 나옵니다. 비록 두 젓가락이면 모두 사라질 적은 양이지만, 튀김을 메인으로 먹으며 중간에 곁들이기 좋은 매력적인 반찬입니다. 특히 생선튀김을 먹을 때라면 고기의 존재가 더더욱 빛을 발하겠지요. 굉장히 센스 있는 선택입니다. 

 

우측에 희멀건 것이 타르타르소스 입니다. 좌측의 절임반찬들은 단무지와 고추절임인데 어차피 저는 안 먹는 것이라 패쓰. 

 

장국은 재첩 육수를 베이스로 합니다. 이 역시 굉장히 센스있는 선택. 평범한 미소국과 달리 깊이가 있어 튀김을 먹는 중간중간 입을 씻어내리기에 좋습니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졌습니다. 특히 튀김과 함께 먹는 밥이라면 이 정도 꼬들함은 되어야 구색이 맞겠지요. 

 

양배추 샐러드에는 오렌지가 조금 올라갑니다. 맛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에 디저트 삼아 먹기 좋았습니다. 이 역시 센스 있달까요, 사장님의 고민이 엿보인달까요.

 

원래 양배추 샐러드 잘 안 집어먹는 편인데 이날은 꽤 주워 먹었던 걸 보면 샐러드 소스도 꽤 맛있었던 모양.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생선가스 이야기를 해봅시다. 

 

사가루가스의 생선가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바로 부드러움입니다. 씹는 맛이 강조되는 돈까스와는 반대로 사가루가스의 생선가스는 부드러움에 방점을 찍습니다. 한 점 집어들어 낼름 입에 넣고 치아로 바삭한 겉옷을 부수면 그 안의 부드럽고 고소한 참치 살코기가 혀에 닿습니다. 기름기가 있는 생선인만큼 입안에서 녹듯 사라져내립니다. 이 부드러운 식감은 바삭함이 강조된 튀김옷과 대조를 이루며 먹는 즐거움을 상승시킵니다. 

 

두께는 있지만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흔히 생선 스테이크에서 맛볼 수 있는 식감을 냅니다. 마치 잘 구운 두툼한 생선스테이크에 돈가스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듯한 느낌.

 

함께 제공되는 타르타르 소스와 먹을 때 더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사실 이미 기름기가 있는 참치를 튀겨낸데다가 튀김옷도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기 때문에, 이 생선가스에서 느끼함은 큰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타르타르 소스입니다. 소스는 아주 특별한 맛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생선가스의 느끼함을 가실만큼의 새큼함과 단맛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남은 조각들을 계속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잠시 있을때 자주 먹었던 피시앤칩스만큼 부드러운 생선튀김을 여태 본적이 없었는데, 이 집의 생선가스가 그때 기억을 되살립니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간간히 들리고 싶은 곳입니다. 자주 먹으면 금세 물리겠지만 두세달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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