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면옥, 교대 - 깔끔한 공간에서 먹는 잘 만든 평양냉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0. 8. 20:17
제게 있어 평양냉면 먹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입니다. 여름에는 냉면찾는 사람도 많고 날이 습하기도해서 이름난 집조차 냉면의 퀄리티가 일정하지않곤 합니다. 겨울은 냉면 퀄리티와 관계 없이 날이 너무 춥습니다. 차가운 국물 한 그릇하고 나와서 찬 바람 쐬면 오한이 으슬으슬 들거든요.
그래서 여름도 겨울도 아닌 가을이 냉면 먹기 참 좋은 시기입니다. 사람도 적당하고 날도 선선해서 상태좋은 냉면을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항상 이 시기에 냉면을 자주 먹게 됩니다. 날이 너무 추워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먹으러다녀야겠지요.
오늘 방문한 곳은 교대역 주변에 위치한 서관면옥입니다. 올 봄부터 벼르던 곳인데 가을이 되어서야 다녀왔습니다.
서관면옥은 교대역 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게는 건물하나를 통째로 씁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 정도 규모란니 나름 스케일 있는 식당이라 할 수 있겠군요.
가게 내부인테리어는 아주 깔끔하고 모던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제가 본 평양냉면 식당 중에 가장 분위기가 세련됐습니다. 이런 평양냉면집도 한 군데 쯤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드디어 만났습니다. 한옥스타일과 모던함을 잘 섞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일단 냉면 맛과 별개로 데이트하기 가장 좋은 평양냉면집 1위에 리스팅할 수 있겠습니다.
테이블 한켠에는 메뉴판과 가게 설명서가 잔뜩 꽂혀있습니다.
냉면 종류가 다양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수육, 제육, 빈대떡에 어복쟁반까지 평양냉면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는 거의 모두 구비되어 있습니다.
가게 설명서도 있길래 읽어보았습니다. 어차피 음식 나오는동안 할거도 없는데 읽으면서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수저도 고오급. 냅킨도 큼지막해서 좋네요
물은 메밀차 줍니다. 메밀 곡향이 구수해서 은근히 입맛을 돋우는군요.
이따 면에 조금씩 뿌려먹으라고 준비해둔 식초라는데 사실 제 입맛엔 그닥이었습니다. 다시마식초는 다음에 마제소바 먹을때나 뿌려먹는걸로..
지리산 흑돼지로 낸다는 돝제육입니다. 나름 푸짐하게 나옵니다.
동행자가 찍은 테이블 전경. 있어보이게 나와서 올려봅니다.
아무튼 돝제육은 그냥 돼지 제육입니다. 삶아낸 돼지고기의 살코기는 쫀쫀하고 지방부분은 적당히 기름져서 그럭저럭 꽤 먹을만합니다.
곁들임 반찬들과 함께 먹으면 되는 구조.
물론 냉면집 제육들이 다 그렇기야 하지만 고기만 먹어서는 그닥 감흥이 없습니다. 이따 냉면과 함께 먹어야겠지요.
그래도 냉면 기다리면서 무절임, 고추 등과 함께 몇 점 집어먹습니다. 살코기와 지방의 괴리가 꽤 있는 편인데 양념이 중간에 들어오니 먹기 훨씬 편해집니다.
평양냉면이 나왔습니다. 가격은 만삼천원으로 비싼 편입니다..라고 하기엔 요새 냉면집들 다 이 정도 받더라구요.
솔직히 말해서, 서관면옥 수준의 편안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면 왜 13,000원을 못내겠습니까. 만얼마 받으면서 위생도, 접객도 개판인 곳들이 워낙 많으니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겠지요. 재료 원가 혹은 맛과는 별개로 식사 하나에 만원 넘는 가격을 받는다면 응당한 기본을 갖춰야합니다. 김밥천국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무튼 그런면에서 서관면옥의 분위기에는 상당히 만족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면은 깔끔하게 타래를 감아 나옵니다.
토핑으로 고기, 배, 계란 지단 말은 것이 올라갑니다. 정갈한 차림새
일단 면 풀기전에 육수를 조금 들이켰습니다. 은근한 염도가 간간해서 먹기 좋습니다. 육향도 올곧은 스타일. 평양냉면 초심자가 먹기에도 나쁘지 않을 육수겠군요.
면 살짝 풀어서 먹을 준비합니다. 풀면서 젓가락에 닿는 면 감촉부터 뭔가 제 스타일일 것만 같습니다.
면은 툭툭 끊기는 스타일. 능라도보다 좀 더 툭툭 끊기는 타입으로 제가 좋아해마지않는 스타일의 메밀면입니다. 면 심지도 은근히 식감이 있는 편입니다.
그나저나 계란지단은 돌돌 말아서 나옵니다. 물론 맛이야 계란지단이 거기서 거기지만 일단 비주얼적으로 보기 좋으니 좋습니다. 사실 완숙 대강 툭 잘라서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하는 부분
고기로 감싸서도 먹습니다. 메밀향 느끼는 것도 좋지만 확실히 고기랑 먹을때 평양냉면은 가장 맛있습니다. 굵은 육향과 고기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혀끝을 간지럽힙니다. 면과 고기를 함께 우적우적 씹다가 중간에 주발 채로 육수를 사알 들이키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 따로 없군요. 이게 평양의 맛이라면 당장 북진통일을 노려봄직합니다
면에 식초도 조금 뿌려 먹어보라길래 먹어보았습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게 평양의 맛이라면 저는 통일에 반대..
그릇 깨끗하게 비워냈습니다. 딱히 아쉬울 것은 없었습니다. 다시 들릴만한 좋은 퀄리티의 냉면입니다. 아직 첫방문이라 정인면옥과 능라도만큼 마음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근방에서 냉면 먹을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곳으로 올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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