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테, 청담 - 이미 떠나버린 식당을 기리며

이번 포스팅은 21년 1월 31일 부로 떠나버린 식당 '코르테'를 기리기 위해 작성합니다. 비록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아쉬움을 갖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식당도 문을 닫게 만드는 코로나. 너무나 얄밉습니다. 

 

코르테는 청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미 떠나버린 식당이니 위치는 중요하지 않겠지요. 

 

외관부터 깔끔합니다. 이렇게 창창한 식당이 벌써 떠나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실감이 나지 않네요. 

 

실내 역시 잘 꾸며져 있습니다. 생전 내부 인테리어 모습 몇 장 감상하시죠. 

 

만약 코르테가 우리 곁에 아직 있었더라면, 누군가의 데이트 장소로 적극 추천했을 것입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대도 고민없이 추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부재를 실감케 합니다. 

 

메뉴입니다. 이제는 봐도 소용없겠지요. 저희는 성게알 파스타와 미트파이를 주문했습니다. 

 

식기는 정갈하게 놓여있었습니다. 

 

코르테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미담 한 꼭지. 코르테는 마스크를 보관할 수 있는 지퍼백을 제공하곤 했습니다. 어렵거나 돈이 많이 드는 일은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코르테처럼 손님 마스크의 안위까지 신경 써주는 식당을 본 일이 없습니다. 그의 인품을 다시금 돌이켜보고, 다시금 이별의 아쉬움을 삼킵니다.

 

와인도 주문했습니다. 잔으로 주문했는데 가격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계산하고 보니 메뉴판에 있던 것보다 3,000원 덜 나왔던 것만 기억납니다.

 

식전빵

식전빵은 포카치아. 위에는 경성치즈를 갈아 올렸습니다. 

 

빵 윗면 뿐만 아니라 옆면까지 바삭합니다. 

 

그러나 속살은 부드럽습니다. 치즈와 올리브유를 조금 얹은 덕분에 간이나 향도 잘 살아있습니다. 

 

uni carbonara 성게알 보테르가 유정란 딸리올리니 (32,000원)

성게알 까르보나라 입니다. 까르보나라 위에 우니와 어란을 올려서 냅니다. 

 

성게알은 직원이 테이블에서 직접 으깨가며 비벼줍니다. 

 

우니의 녹진함과 노른자의 고소함이 그대로 어우러집니다. 꾸덕한 소스는 면에 들러붙어 깔끔합니다. 포크를 돌돌 말때마다 줄어드는 파스타의 양이 아쉽게만 느껴졌습니다. 

 

meat pie 한우 우둔살 감자 프로슈토 프로볼로네 (38,000원)

이번엔 미트파이가 나왔습니다.

 

파스타와도 함께 찍어줘야겠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찍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물모양 파이껍질이 인상적입니다. 

 

반들반들한 파이 겉면이 불러오는 신비감이 어서 속을 갈라보고 싶게 만듭니다.

 

파이의 배를 가르니 고기와 감자가 쏟아져 나옵니다...는 아니고 그냥 잘린 단면 사이로 보입니다.

 

제 몫의 반을 들어 접시로 옮겼습니다. 고소한 파이 냄새가 올라옵니다. 

 

이건 정말 다시 맛보고 싶은 맛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미트파이를 다시는 먹을 수 없다니요. 차라리 이 맛을 몰랐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이거 없이 이제 어떻게 살라고요..는 살짝 오바인 것 같지만 아무튼 너무나 매력적인 파이입니다. 홈런볼 껍질을 한껏 업그레이드 시킨 듯한 파이껍질 안에 알차게 들은 고기와 감자, 그리고 치즈의 조화가 굉장히 어울립니다. 단점이 있다면 사진이 잘 안 찍힌다는 점.

 

접시에 내려놓고 찍으니 조금 낫습니다. 잡내하나 없고 단맛, 짠맛, 감칠맛의 조화가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파이였습니다. 

 

장례식장에서는 원래 잘 먹는 것이 예의라면서요. 그래서 깔끔히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의 촛불을 두고 추모의 시간을 갖습니다. 애도의 의미를 담아 사진의 조도를 한껏 내린 것입니다. 기왕 촛불을 찍은 김에 소원도 하나 빌어봅니다. 코로나야 물럿거라, 코르테를 돌려내라. 

 

지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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