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로베, 청담 - 여전히 인상적인 이탈리안 스타일 화덕 피자

몇년전쯤, 서울숲에 있는 다로베에서 피자를 맛있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그때까지 먹어본 화덕피자 중에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최근 청담에 위치한 다로베 2호점을 방문했습니다. 몇년전과 비교하면 저도 나름 이런 저런 피자 경험을 쌓았는데, 여전히 다로베의 피자가 인상적이었을까요.

 

미리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그랬습니다. 다로베의 화덕피자는 여전히 훌륭하더라구요. 

 

다로베 청담점은 '더채플앳청담'이라는 웨딩홀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으리으리하게 생긴 빌딩이라 멀리서부터 포착가능

 

코로나때문에 정면 입구는 폐쇄되어 주차장쪽 후문을 통해 들어와야 했습니다. 들어온 김에 빌딩 이름도 찍어본 것.

 

이날은 점심에 방문했습니다. 웨이팅을 피해 1시 30분쯤 방문했음에도 20분 정도 대기해야했습니다.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넓직하고 쾌적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가 있어 프라이버시도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옆 테이블 얼굴은 가려도 목소리는 막을 수 없더라구요.

 

주방을 둘러싼 카운터에서 좌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피자 만드는 거 구경하기 좋을듯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주력 메뉴는 이탈리아식 피자입니다. 그 외에 파스타와 전채 요리 몇 가지를 팔고 있습니다. 

와인도 꽤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있습니다. 저희는 점심에 방문했기에 패쓰하기로 합니다. 낮부터 취하기엔 주말은 소중하니까요...라고 말하기엔 어차피 저는 백수라 사실 주말이 그렇게까지 소중하지는 않고 그냥 낮술이 땡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길쭉한 로고냅킨과 포크나이프도 찍어줍니다. 

 

DAROBE(BISMARK) (25,000원)

먼저 주문한 비스마르크 피자가 나왔습니다. 가게 이름을 딴 피자로 2018년 한 피자대회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 피자는 6조각으로 커팅되어나옵니다. 근데 바질은 다섯잎만 나옴

 

비스마르크 피자는 프로슈토 햄과 반숙 계란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피자입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 재상의 이름을 땄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떠도는데, 페이지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서 진위여부는 알기 어렵습니다. 누구는 비스마르크 연설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따왔다고 하고, 누구는 비스마르크가 유독 이 피자를 좋아해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확실한건 이런 류의 피자를 비스마르크 피자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피자가 예쁘게 구워져 나왔습니다. 화덕의 강한 열기로 훅 구워낸 모양새입니다. 도우가 여기저기 부풀어 있는 것이 보기만 해도 쫄깃함이 느껴집니다. 

 

한조각 가져와 슬쩍 맛봅니다. 입에 넣기 전부터 계란 부근에 뿌려놓은 트러플 오일 향이 훅 치고 들어오네요.

 

입에 피자를 넣으면 트러플 오일의 향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사라집니다. 트러플 향이 가시면서 계란의 담백함과 프로슈토의 짭짤함이 번갈아 가며 혀를 간지럽힙니다. 특히 계란 노른자의 담백하고도 눅진한 지방맛이 피자의 풍미를 크게 상승시킵니다. 

 

그러나 피자의 풍미를 무엇보다 뒷받침해주는 것은 바로 쫄깃한 도우입니다. 고열에 짧게 구워냈기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피자를 베어물때 아랫니에 전해져오는 짧고 나지막한 바삭함이 윗니가 느끼는 부드러운 토핑의 식감과 대비를 이루며 씹는 즐거움을 전달합니다.

 

피자 가장자리의 도우 역시 너무나 훌륭합니다. 도우 자체에 간이 충분히 되어있기에 토핑없이 빵만 먹어도 즐겁습니다. 쫄깃하게 갓구워낸 빵의 고소하고 밀가루맛과 겉이 살짝 타면서 나는 구수한 향이 제법 조화롭습니다. 

 

매력있는 피자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트러플 오일의 향이 다소 지나친 감이 있었습니다. 오일 뒷켠에 비린내가 살짝 치고 올라오기도 했구요. 또한 노른자의 존재감 덕에 피자의 인상이 전반적으로 담백함에 치우쳐 있기도 합니다. 물론 한 장씩 통째로 올라간 바질이 밸런스를 맞추는데 적절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한 조각 당 한 잎 씩 분배가 되지 않는 점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상당히 훌륭한 피자였습니다. 

 

콜라 (4,500원)

음료 없이 피자만 먹자니 약간 힘들어 콜라를 한 캔 주문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콜라 한캔에 4,500원이었던것. 이렇게 비싼줄 알았으면 그냥 와인시켰음.. 그래도 다행히 코카콜라줍니다.

 

NONNA SUNNY(29,000원, Extra Burrata)

이날은 피자만 두판 먹기로 한 날입니다. 비스마르크에 이어 논나 써니가 나왔습니다. 원래 가격은 이만사천원인데, 오천원을 주고 부라타 치즈를 추가했습니다. 

 

논나써니 피자는 사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피자입니다. 피자만 두 판 먹으면 약간 느끼할 것 같아서 한 판은 살짝 매콤한 맛이 있는 걸 시켜본 것입니다. 메뉴판에 따르면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살시치아, 로스트펜넬, 리코타, 프로볼로네, 바질, 페페론치노, 부팔라가 들어간 피자라고 합니다. 일단 페페론치노가 들어갔으니 매콤함은 보장되겠습니다. 

 

이번에도 도우는 깔끔하게 바짝 잘 구워졌군요.

 

부라타 치즈

거금 5,000원을 주고 추가한 부라타치즈는 피자 정중앙에 늠름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귀여워 내 오천원

사실 부라타 치즈를 비스마르크에 추가할지 논나써니에 추가할지 다소 고민했었습니다. 직원분께 여쭤보니 이 피자에 추가하는게 낫다고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매콤하고 향신료가 주가 되는 피자인만큼 부라타 치즈로 나름 중화시키라는 의미였던 듯.

 

대강 칼로 잘라 조각마다 대충 분배 했습니다. 

 

살시치아라고 하는 이탈리아 소시지와 페페로치노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의 향이 주가 되는 피자입니다. 바질도 큼지막한 것이 들어갔습니다. 

 

부라타 치즈를 추가했다보니 아무래도 여러 향들이 강한 치즈의 풍미 아래 모이는 듯한 뉘앙스가 있는 것 같기도합니다. 사실 부라타 치즈 없이는 안 먹어봐서 잘 모르겠음

 

참고로 생각보다 꽤 맵습니다. 먹다보면 페페로치노 고추가 계속 씹히는데 맵찔이들은 내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저는 조심안하고 먹다가 내상 좀 입음

 

확실히 이 피자에서도 돋보이는 파트는 바로 도우.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겉바속촉의 미덕을 제대로 품은 도우입니다. 쫄깃해서 짜릿합니다. 

 

10월 3일, 토마토와 함께

먹다보니 토마토가 통으로 보이기도 해서 반가운 김에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오늘의 에이스는 도우였습니다. 먹으며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제게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피자는 여전히 다로베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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