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제로, 강남구청역 - 다양하고 수준높은 젤라또들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0. 20. 08:35
정말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곳이 있다는 동행자의 추천. 강남구청역에 위치한 젤라떼리아 젠제로에 방문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젤라또는 제 입에도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이정도 수준이라면 젤라또를 즐기지 않더라도 종종 생각날 법 하겠습니다.
젠제로는 강남구청역 1번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습니다. 주말 낮 시간에 방문했는데 웨이팅이 꽤 있었습니다. 의외로 방문하는 객들의 연령층이 다양합니다. 하긴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나요
가게는 작지만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베스킨라빈스처럼 큰 원통에 젤라또가 담겨 있습니다. 기다리는 김에 한 컷 찍어보았던 것.
메뉴는 자주 바뀝니다.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업데이트 받을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제철인 재료를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컵이나 콘으로도 주문 가능하고 대형 포장도 가능한 모양. 저희는 컵으로 먹을 예정. 한 컵에 두 가지 맛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가게 내부에는 앉아서 먹고 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가 좁아 원래 좌석이 그리 많지 않고, 심지어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세 테이블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20년 10월 기준)
두 컵에 네 가지 맛을 담아왔습니다.
있어보이게 찍고 싶어서 각도도 틀어보았습니다.
왼쪽 컵에 홍옥소르베와 무화과 마스카포네, 오른쪽 컵에 아몬드 피스타치오 바질과 밤꿀 고르곤졸라를 각각 담았습니다.
먼저 아몬드 피스타치오 바질과 밤꿀 고르곤졸라를 담은 컵부터 먹기로 합니다. 밤꿀 고르곤졸라는 천원 추가금이 붙습니다.
그렇다면 1,000원 비싼 밤꿀 고르곤졸라 부터 먹어주는 것이 예의겠습니다.
고르곤졸라 젤라또라는 것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데, 막상 먹어보니 독특하고 괜찮습니다. 단맛을 내세우기보다는 고르곤졸라 자체의 뉘앙스를 잘 살려냈습니다. 그렇다고 고르곤졸라 치즈 자체를 지나치게 재현하느라 젤라또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젤라또라는 장르 안에서 적당히 타협한 고르곤졸라의 쿰쿰하고 쫀득한 향이 불쾌감없이 깔끔하게 혓바닥을 간지럽힙니다. 확실히 일반적인 공장제 아이스크림과는 결이 다르단 느낌이 드는군요. 수저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꿀을 묻혀 나오는 볶은 호두도 바삭하고 맛있습니다.
이번엔 아몬드 피스타치오 바질을 맛봅니다. 세 재료 중 어느 재료의 존재감이 가장 강할 지가 궁금합니다.
먹어보니 의외로 세 재료가 번갈아 가며 제 목소리를 냅니다. 처음에는 바질의 향이 치고 들어왔다가 입안에서 젤라또가 녹을수록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를 가진 피스타치오와 아몬드의 향이 비강을 기분좋게 메웁니다. 재료 세 가지의 뉘앙스를 모두 잘 살려낸 균형감 있는 스쿱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무화과 마스카포네와 홍옥 소르베가 담긴 컵을 먹습니다. 그나저나 전반적으로 젤라또의 쫀득함보다는 부드러움에 방점이 잡혀 있는 느낌.
무화과 마스카포네도 좋습니다. 고르곤졸라만큼의 주장은 없어도 무화과 마스카포네 역시 치즈의 담백하고 매력적인 풍미를 입안으로 충분히 운반합니다. 무화과의 존재가 단맛의 부재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틈을 성실하게 메꿉니다.
사과 품종의 하나인 홍옥을 사용한 소르베입니다. 소르베란 흔히 샤베트, 셔벗이라고 부르는 빙과류의 일종.
상큼한 맛을 자랑합니다. 앞서 먹은 젤라또들의 풍미가 묵직했다면 홍옥 소르베는 디저트 중의 디저트 느낌으로 앞선 무게감으로 지친 입을 산뜻하게 만들어줄만큼 기분 좋은 당도와 산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과 자체의 뉘앙스도 적절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맛을 봐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들었던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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