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루, 용산 -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아부라소바

퇴사를 하고 나니 시간이 남습니다. 여유를 틈타 그간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식당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용산에 위치한 아부라소바 전문점 '미하루'도 그중 하나. 마침 용산에 볼일도 있는 겸 점심 시간에 들러 아부라소바 한 그릇을 먹고 왔던 이야기입니다. 

 

'미하루'는 용산 전자상가 쪽 용문시장 주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말은 휴무.

 

가게 내부는 카운터석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날 방문했을때는 한 분이 주방을 모두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쪼끔 걸렸단 이야기.

 

아부라소바와 마부라소바로 이루어진 단촐한 메뉴 구성입니다. 미하루는 사실 도쿄에 본점을 두고 있는데, 다양한 메뉴를 내는 본점과 달리 이곳에서는 비빔라멘 계열만 취급합니다. 

저는 아부라소바를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아부라소바는 간장과 기름을 베이스로 비벼먹는 일본식 비빔면의 일종입니다. 흔하진 않지만 서울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음식. 한편 마부라소바는 미하루에서 새로 개발한 오리지널 메뉴인 모양입니다. 저도 먹어보진 않았지만 사진으로 미루어보았을때 아마 마라의 마를 이용한 네이밍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아부라소바를 먹을예정.

 

아부라소바 먹는 방법이 적혀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인 만큼 이런 안내표지가 준비되어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달리 대단한 먹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대강 비벼 먹다 간이 안 맞으면 준비된 소스를 뿌려 다시 비벼먹으면 됩니다.

 

아마 그냥 물은 아니고 냉녹차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부라소바 (9,500원, Large)

아부라소바가 나왔습니다. 500원 더 비싼 라지로 주문했습니다. 비빔라멘은 배불리먹어도 금새 배가 꺼지기 때문

 

면 위로 파, 양파, 가쓰오부시, 돼지고기, 멘마(죽순), 김 등 다양한 토핑이 다채롭게 올라갔습니다. 

 

일단 비비고 나면 비비기 전의 정갈한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있기에, 혹시라도 아쉬울지몰라 사진을 여럿 찍어두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커버리기 전에 사진을 최대한 찍어두고 싶어하는 부모의 심정과 비슷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면이 독특합니다. 아주 굵직한 면을 쓰는데 젓가락으로 뒤적거려만봐도 탱글하고 매끈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한 젓가락 먹어보자 이 아부라소바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제 취향에 빗대어보니 부합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군요. 

 

일단 취향에 맞는 부분은 계란을 높은 비율 사용했다는 면입니다. 굵으면서도 씹힐때 심지까지 탄력을 그대로 갖고 있는 식감이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심지가 살아 있는 스타일의 면을 선호하기에 이 부분은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호불호는 다소 갈리는 모양입니다. 먹고나서 다른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니 면에 대한 불호를 표현하는 포스팅들이 많더라구요. 

 

멘마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상당히 좋았다

제 입맛에 그닥 부합하지 않았던 부분은 아부라소바의 전체적인 뉘앙스였습니다. 제가 기대하는 아부라소바와는 조금 달랐다고 할까요. 간장, 기름 베이스의 소스는 묵직함보다는 가벼움에 포커스를 둔 듯 합니다. 물론 아부라소바가 마냥 묵직하기만 한 음식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다보니 일견 김치비빔국수를 먹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차슈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헤비함에 대한 기대가 없는 손님이라면 이 아부라소바가 입맛에 잘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헤비하게 먹는 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금 미하루의 아부라소바가 오히려 대중적인 취향에 좀 더 부합하는 스타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달걀 대신 노른자를 넣었다면 제 취향에는 더 맞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밥도 말아서 잘 먹고 나왔습니다. 

 

가게 분위기도 상당히 깔끔하고 공간도 예뻐서 근방에 볼 일이 있다면 한번쯤 들려볼 가치가 있는 가게입니다. 좋은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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