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황소곱창, 서울대입구역 - 가성비 소곱창과 대단한 볶음밥

곱창 먹는 날이 돌아왔습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워낙 헤비한 음식이다 보니 자주 먹지는 못하는데요. 그래도 한두달에 한 번쯤은 꼭 먹고 싶은 날이 생기는 음식입니다.

이 날은 서울대입구역 근방의 '신기루 황소곱창'을 방문했습니다. 좋은 가성비와 준수한 퀄리티로 곱창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신기루 황소곱창'은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찾아가기 어렵지 않은 위치. 

 

사실 서울대입구에는 유명한 곱창집이 두 군데 있는데요, 하나가 바로 이 '신기루 황소곱창'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 근방에 위치한 '황소곱창'입니다. 신기루 황소곱창이 가성비와 적당한 퀄리티로 인기있다면, 황소곱창은 무자비한 가격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곱 퀄리티로 명성을 날리는 곳입니다. 위치도 비슷한데 이름까지 거의 같다보니 혹시 헷갈리실까봐 소개드려봤습니다. 

 

가게 내부는 대강 이렇습니다. 철제 원통 식탁과 의자가 있는 평범한 고깃집 스타일. 바닥에는 기름기가 잔뜩 끼어있어 미끌미끌합니다. 딱히 불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깔끔한 분위기의 곱창집이 흔치 않긴 하죠.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모듬곱창을 먹으면 1인당 만이천원 꼴이니 확실히 저렴하긴 합니다. 다른 곳 가면 1인분에 2만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모듬곱창구이 (24,000원, 2인분)
곱창, 대창, 막창, 염통의 구성

일단 모듬곱창구이 한 판을 주문했습니다. 여러 판 먹을 생각이니 일단 전체적으로 맛이나 보자는 마인드.

 

대창이 은근히 똥똥한 편이라서 찍어봤습니다. 바로 우측에는 곱창이 구워지고 있는데 지방이 겉에 큼지막하게 붙어있습니다. 소곱창이 이미 기름을 가득 품고 있기에 껍데기에 붙어있는 지방은 제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느정도 살려두었군요. 아무튼 벌써부터 고소한 소기름에 홀리는 기분입니다. 

 

기본찬은 대략 이렇습니다. 

 

뚝배기에 미역국도 담겨나옵니다. 연기 올라올때 찍어서 비주얼이 다소 지옥같은데 맛은 그냥저냥 평범합니다. 소주 먹고 한 두번 떠먹기 괜찮을 스타일. 

 

로고 물티슈도 한번 찍어주면서 곱창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살살 익어가는 곱창들.

 

어느정도 익었습니다. 사실 먼저 익는 염통부터 한 두개씩 집어먹고 있었던 것.

 

때가 되었으니 먹기좋게 자릅니다. 살살 돌던 군침이 서서히 폭발하기 시작하는 시기. 바로 젓가락으로 하나 집은 뒤,

 

사진찍기 좋은 위치에 가져다 놓고 사진부터 한 장 찍습니다. 그리고 나서 날카로운 눈으로 잘 익은 곱창들의 위치를 포착한 후,

 

다시 사진을 한 장 찍습니다. 블로거의 성스러운 의식인 것입니다. 

 

사진 다 찍었으니 이제 먹기 시작합니다. 일단 염통부터 먹습니다. 두텁게 썰어나오는 염통.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역시나 좋습니다. 사실 염통은 본격적인 곱창을 먹기전 에피타이져라고 봐야겠습니다. 

 

다음에는 막창을 먹어줍니다. 쫄깃쫄깃한 것이 입안에서 찰떡같이 잘 달라 붙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흘러나오는 고소한 단백질의 맛이 소주를 살살 부릅니다. 간장에 콕 찍어서 고추와 함께 먹으니 딱 어울립니다. 

 

이번엔 곱창 시식합니다. 물론 곱창이 정말 좋은 집들에 비하면 곱이 그리 가득차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맛있는 곱창입니다. 

 

곱의 양은 모자를지언정 곱내가 그리 강하지 않고 부드럽게 입안에 녹아 듭니다. 거기에 껍데기 근방에 붙어 있던 지방들이 바짝 구워지며 내는 기름의 풍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살찌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질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맛.  

 

통통한 대창도 먹습니다. 사실상 기름 그 자체. 그래서 맛있습니다. 고소한 풍미가 혓바닥에 불을 질러버리는 느낌. 재빨리 소주를 부어 진화합니다. 대창과 소주의 조합은 언제나 좋습니다. 

 

한 판 순식간에 끝내고 다음 판 주문합니다. 이번에도 모듬구이 곱창을 먹을 예정. 

 

모듬곱창구이 (24,000원, 2인분)

두근두근

 

이번에도 염통부터 먹어줍니다. 도톰하게 큐브 모양으로 잘라내서 씹는 맛이 좋습니다. 

 

부추가 있길래 부추와도 먹어줍니다. 새콤하게 무쳐낸 부추가 곱창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잡아줍니다.

 

지방 붙은 곱창도 부추와 함께 먹어줍니다. 뱃살로 직행하는 소기름이겠지요. 분명 건강에 좋지 않을텐데 안 먹을 수 없네요. K-길티 플레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막창도 먹습니다. 막창은 뭔가 살 좀 덜 찔 것 같은 느낌.

 

죄책감을 덜기위해 고기만 먹지 말고 양파와 감자도 먹어줍니다. 근데 어째 다시 보니 저거 양파가 아니라 막창같기도하네요.

 

알곱창/특대창 (28,000원, 2인분)

세번째 판으로는 알곱창과 특대창을 주문합니다. 가장 맛있었던 곱창과 대창을 다시 듬뿍 먹어보자는 마인드. 

 

어우 대창 지방 가득한거 보세요. 구워지기 전에는 약간 징그럽네요. 

 

 

하지만 구워지면 아름답습니다. 구워지다 다 터져서 지방 질질 흘리는 모습. 크흑 보기만해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소주가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네요. 

 

아무튼 곱창부터 집어먹습니다. 이번 곱창은 전보다 어째 곱이 좀 더 차있습니다. 모듬곱창에 들어가는 곱창보다 질이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복불복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곱을 안찍은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 원래 곱창 사진을 찍으려면 곱을 찍어야하는 것인데..

그나저나 갑자기 생각나서 쓰는 깜짝 상식 하나. 소곱창의 곱은 내장이 분비한 소화액과 지방의 혼합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가 먹는 곱이 도축될 당시에 소 내장에 들어있던 곱(찌꺼기가 들은)이라고 오해하시는데요, 사실 원래 들어있던 곱은 내장 손질과정에서 모두 씻겨내려갑니다. 씻어내지 않으면 냄새가 너무 심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먹게되는 곱은 손질 뒤에 다시 차오른 소화액입니다. 사후에도 한동안 소화액은 계속 분비되거든요. 오래되지 않은 곱창일수록 소화액을 더 많이 분비하기 때문에 곱의 양으로 곱창의 신선도를 알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냥 아는거 나와서 한번 써봤습니다.

 

이번에는 대창도 먹어줍니다. 워낙 두툼하다보니 씹으면 고소한 기름이 죽죽 뽑혀나옵니다. 밀도 높은 지방을 그대로 씹어 삼키는 맛. 오늘은 칼로리 생각은 하지 않는 날입니다. 

 

곱창집 볶음밥 (6,000원, 2인분)

신기루 황소곱창의 진짜 필살기는 마지막에 숨어 있었습니다. 사실 곱창이야 원래 맛있으니 특별하다 할것 까지는 없었지만, 볶음밥은 특별하게 맛있습니다. 

 

사실 저는 후식으로 볶음밥을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미 식사를 마쳐놓고 다시 탄수화물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걸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곳처럼 훌륭한 볶음밥을 낸다면 말이 다르죠. 

 

겉보기엔 분명 평범한 볶음밥이었는데 먹어보니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계란 노른자의 고소한 풍미가 볶음밥 전반을 아우르는데, 밥 자체에서도 볶는데 쓴 기름의 고소함과 적절히 짭짜름한 간이 시너지를 내면서 특출난 맛을 냅니다. 

 

감탄하며 숟가락으로 쭉쭉 퍼먹다보니 어느새 얼마 안남아 볶음밥 다시 재주문했습니다. 

 

곱창집 볶음밥 (6,000원, 2인분)

곱창 한 판 덜 먹고 볶음밥만 한 세 판 더 먹을껄 그랬습니다.  밥알 사이로 파고 드는 부드러운 노른자의 풍미가 일품.

 

근데 알고보니 현금계산하면 볶음밥 1인분에 천원이더라구요.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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