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식당, 속초 - 대통령도 다녀간 아바이순대집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0. 28. 08:45
군대 첫 외박 때 처음 먹었던 음식은 아바이순대였습니다. 부대가 속초에 있기도 했고 선임에게 추천받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첫 외박이니만큼 뭘 먹어도 맛있었겠지만, 그날 먹었던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의 맛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속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입니다.
속초에 온김에 오랜만에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먹기로 했습니다. 그때 갔던 식당이 어디였는지 기억나지 않아 아바이마을에 위치한 아무 아바이순대집을 찾았습니다. '단천식당'입니다.
단천식당은 속초 아바이마을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갯배를 타고 청초호를 건너야 들어올 수 있는 아바이마을은 함경도 출신 실향민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바이마을 내에는 벽화거리를 비롯한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어 속초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지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아바이마을에는 속초의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판매하는 식당이 모여있습니다. 저희는 그 중 단천식당을 방문했습니다. 어둑한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마을 내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곳만 붐비고 있었습니다. 뭔가 유명한 집 같아 저희도 여기서 식사하기로 했습니다.
메뉴판에 대통령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물론 대통령 되기 한참 전인 것 같긴하지만.. 아무튼 괜히 신기해서 찍어본 것입니다. 모듬순대와 명태회냉면을 먹을 예정.
기본찬은 이렇습니다.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함께 나오는 모듬순대입니다. 앞쪽에 계란물 묻혀 부친 것이 오징어순대, 뒷편에 보이는 것이 아바이순대입니다. 오른편에는 명태회무침이 나옵니다.
한피스한피스 크기가 꽤나 듬직합니다.
첫 외박을 나왔던 때에도 이렇게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가 반반씩 나오는 모듬 메뉴를 먹었었죠.
그때 먹었던 따뜻한 오징어 순대의 맛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이번에도 오징어순대는 뜨끈하게 갓 부쳐 나왔습니다.
오징어순대는 찹쌀, 오징어다리,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운 오징어를 쪄서 먹는 속초의 대표 향토음식입니다. 사실 순대라기보다는 동그랑땡에 가까운 모습.
한 입 베어뭅니다. 오징어순대의 따끈한 기운이 식도를 타고 위장에까지 전해집니다. 바로 이 맛이에요. 뱃속으로 들어간 오징어순대의 따듯하고 든든한 만족감에서 군대 첫 외박 때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오징어 특유의 향이 순대 소와 잘 어울립니다. 찹쌀이 들어선지 한 두개만 집어먹어도 금방 만족스럽습니다. 별미로 먹기에 더할나위 없는 음식입니다. 먹고 남은건 포장해서 숙소에서 피노누아와 먹었는데 궁합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이번엔 아바이순대를 먹습니다. 소에 찹쌀을 비롯해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함경도 스타일의 순대입니다. 다른 순대들에 비해 속이 가득 차 통통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 함경도 실향민들이 주로 정착한 아바이마을을 상징하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명태회무침 하나 올려 함께 먹었습니다. 찹쌀의 존재감이 강해 찰지고 쫀쫀한 순대 소가 혀에 부딪힙니다. 역시 온도감이 좋고 포만감이 있어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야채가 들은 것도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새콤달콤한 명태회무침과의 조합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이번엔 냉면을 먹습니다.
평범한 함흥식 냉면에 명태회무침을 올려 포인트를 줍니다.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주가 됩니다. 딱 사진에서 느껴지는 바로 그 맛이 납니다.
필요하면 육수를 더 부어 먹을 수 있도록 추가 육수도 내어주는군요.
대강 면 풀어 먹습니다. 면은 굉장히 질긴 스타일의 냉면 면입니다. 매번 평양냉면만 찾아다니다 보니 이런 스타일의 냉면은 정말 오랜만이군요.
얼마만에 면에 가위질을 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로 끊어 먹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후에도 여러번 더 잘랐습니다. 냉면은 새콤달콤해서 시원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맛은 꽤 자극적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맵지는 않습니다. 제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속초에서 먹는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반가운 한끼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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