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집, 속초 - 깊고 시원한 곰치국의 힐링국물

곰치국이란 음식이 있습니다.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곰치(미거지)란 생선을 주재료로 끓이는 탕요리인데요, 속이 탁 풀리는 시원한 국물맛 덕에 동해안에 오면 꼭 먹어야하는 요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곰이라고도 불리는 곰치는 특히 생선답지 않게 흐물흐물한 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베어먹는 맛이 일품이어서 미식가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동해안에 온 김에 한번 안 먹어 볼 수 없었겠죠. 속초에도 몇 군데 곰치국으로 유명한 식당들이 있습니다. 그중 제가 선택한 곳은 동명항 근처의 '사돈집' 입니다. 

 

시워어언한 국물이 일품이란 이야기에 해장도 할겸 아침에 방문했습니다. 애매한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습니다.

 

바깥에도 메뉴가 있길래 하나 찍어본 것입니다. 물곰탕이라 적힌 메뉴가 바로 곰치국입니다. 속초 내에서도 이 요리를 부르는 이름이 여럿이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물곰, 곰치 모두 강원도 지방 방언으로 곰치국, 물곰탕에 들어가는 생선의 표준명은 '미거지'입니다. 곰치라는 이름의 생선이 따로 있기도 하고, 다른 지방에선 물메기나 꼼치를 곰치라 부르기도 하기에 용어 사용에 혼란이 있습니다. 제대로 정리된 내용도 없고 해서 혼자 30분은 찾아봤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곰치국(물곰탕)에 들어가는 생선은 '미거지'가 맞는데, 강원도에서 '미거지'는 곰치, 물곰 등으로도 불려서 다소 혼란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렇습니다. 

 

테이블에는 횟집스타일로 비닐커버를 두툼하게 깔아두었습니다.

 

부르스타 위로 곰치국을 올릴 예정입니다. 

 

실내에도 메뉴판이 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속초 식당에 이 템플릿을 쓰는 메뉴판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아무튼 물곰탕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물곰탕 (40,000원, 2인분)

1인분에 2만원하는 물곰탕 2인분입니다. 가격은 비싸긴 하지만 둘이 먹기에 양이 섭하진 않습니다. 

 

다만 가격이 가격인만큼 일반적인 생선탕과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어야 납득이 가능하겠죠.

 

수저는 왜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기밥은 그래도 물곰탕 값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르스타 위에서 약 3분 정도 더 끓인 후 먹으라는 직원 분의 안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3분동안 사진을 찍으며 기다렸던 것입니다.

 

그동안 밑반찬도 찍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이 괜찮습니다. 내공이 엿보이는군요.

 

특히 고등어조림이 맛있습니다. 밑반찬임에도 대충 조리하지 않아 살코기에 탄력과 탱탱함이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고등어조림을 한 접시 더 먹고 싶다면 다른 밑반찬과는 달리 추가금을 내야합니다. 이정도 퀄리티의 고등어조림이라면 그럴 가치가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한 접시만 먹음

 

슬슬 물곰탕 먹을 준비를 합니다. 생선 한토막을 들어 사진을 찍습니다. 일단 비주얼이 일반적인 생선과는 전혀 다르군요.

 

한국자 앞접시에 떠서 가져옵니다. 

 

그리고 국물부터 한 모금 적십니다. 시원하단 말이 절로 납니다. 깊은 맛이 깃들어 있는 국물입니다. 뜨끈하게 밀고 들어오는 깊은 기운이 목구멍을 넘어가며 전날 음주로 몸 군데군데 입었던 내상을 치유합니다. 온몸이 따땃해지는 것이 느껴져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힐링국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빨간 국물로 끓여냈지만 그닥 맵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생선살은 소문대로 흐물흐물합니다. 묵처럼 물컹하고 씹히는 느낌도 없습니다. 숟가락으로 슬 베어 국물과 함께 먹습니다. 생선살이 흐물해도 아무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닌듯 국물과 함께 먹으니 깊고 진한 맛을 더합니다. 

 

독특하네요. 재밌고 만족스런 경험입니다. 국물이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데 동시에 깊은 맛을 지녀서 해장이나 하루의 첫 식사로 먹기에 딱 좋습니다. 

 

칼칼하게 끓여내지만 고추장 양념을 크게 쓰지 않는 것이 깔끔한 맛을 내는데 주요한 듯 합니다. 

 

오래 끓이니 살짝 간이 강해지기는 합니다. 뭐 그래도 이미 정신 없이 퍼먹은 이후라 상관은 없었습니다.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앞으로 동해안 올 일 있으면 아침은 곰치국으로 해결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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