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집 쏘가리, 단양 - 쏘가리 매운탕의 깊은 맛

남한강을 끼고 있는 단양은 쏘가리가 유명합니다. 사실 단양하면 마늘 밖에 몰랐는데 직접 와보니 따로 쏘가리매운탕 거리가 조성되어 있더라구요. 단양이 먹을게 딱히 많은 도시도 아니고 딱히 따로 땡기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저녁 식사로 매운탕을 한 그릇하기로 했습니다. 단양의 쏘가리매운탕 전문점 '그집 쏘가리'입니다. 

 

 그집 쏘가리는 단양 남한강쏘가리매운탕특화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한강이 그대로 보이는 강변에 매운탕집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습니다. 원래 이런 거리가 그렇듯 어디서 먹어도 비슷비슷할 것 같지만 그나마 블로그 후기들이 나아보이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곳들은 너무 업체에서 작업한 티가 나서 도무지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들더라구요. 

 

가게 밖에는 쏘가리가 잔뜩 든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 중 몇마리는 저희 때문에 오늘 생선헤븐으로 떠날 예정...인간이 미안해

 

가게 내부는 테이블석 일부와 철푸덕 좌식 일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테이블석으로 착석했습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쏘가리 가격이 원래 만만찮은만큼 매운탕도 꽤나 가격이 있는 편입니다. 일행에 강호동 미포함시 4인 기준 중자 먹으면 적당합니다. 

 

기본으로 내주는 반찬은 대략 이렇습니다. 취나물과의 일종이라는 울릉도 부지갱이(2시방향), 박나물(6시방향)을 비롯해 이런저런 밑반찬이 깔리는데 전체적으로 맛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간은 은근 강한편. 

 

그리고 밑반찬으로 감자튀김도 나옵니다. 별 특별할 것 없이 감자 얇게 썰어 튀겨낸 것인데 상당히 맛있습니다. 갓튀겨 뜨끈뜨근하기도 하고 튀김옷도 적당히 바삭바삭해서 자꾸만 손이 갑니다. 튀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먹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입니다. 

 

예약하면 서비스로 주는 올갱이 파전입니다. 전 역시 기가 막히게 잘 부쳤습니다. 겉을 바삭바삭하게 바짝 잘 부쳐냈습니다. 올갱이도 올갱이지만 우선 부침 자체의 조리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 아까 튀김도 그렇고 전도 그렇고 기름 쓰는 주방 요리의 퀄리티가 꽤 좋습니다. 메인메뉴에는 기름 쓸일이 없단 사실이 아쉬울 뿐..

 

더덕 구이 역시 예약손님에게만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미리 주문을 해둬야하는 메뉴도 아니고 왜 굳이 예약손님에게만 특별 서비스를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개이득인 부분. 

 

새콤달콤한 양념에 더덕의 기분좋은 식감이 더해져서 애피타이져 느낌으로 먹기 좋습니다. 

 

쏘가리매운탕 (80,000원, 中)

주문한 쏘가리 매운탕이 이어 나왔습니다. 메인메뉴 등장으로 올라가는 기대감

 

빨간 국물 위로 미나리를 비롯한 채소들이 듬뿍 올라갔습니다. 일단 비주얼은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사실 얼마전에 정말 좋은 매운탕을 서울에서 먹어서 맛있는 매운탕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상태인데 여기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공기밥

별도 주문해야하는 공기밥. 아마 천원인가 했던 것 같습니다. 밥알이 고슬고슬한 편이라 개인적인 입맛에는 들어 맞았습니다. 

 

팔팔 끓기 시작하니 이제 먹어도 되겠습니다. 두근두근

 

쏘가리가 아쉽지 않을만큼 꽤 들었습니다. 쏘가리 특유의 얼룩무늬가 그대로 보이는군요

 

앞접시에 적당히 올려서 슬슬 식사를 시작합니다. 

 

일단 국물부터 맛봅니다. 매운탕 국물은 시원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칼칼하긴하지만 맑고 깔끔한 스타일. 진하고 굵직한 국물스타일의 매운탕을 생각하셨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지난번에 서울에 먹었던 민물매운탕과는 반대 스타일입니다. 그곳의 매운탕은 텁텁하리만큼 진하고 선이 굵은 스타일의 매콤하고 중독적인 국물이었다면, 이 집 매운탕은 깊고 깔끔한 국물로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국물을 가졌습니다. 어느쪽이 낫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먹었던 매운탕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싶습니다. 아무래도 매운탕은 굵직하게 먹는게 제 입엔 더 맞더라구요.

 

사실 이 집 매운탕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국물보다는 쏘가리였습니다. 실하게 들어있는 쏘가리 생선살이 상당히 쫀득해서 먹는 맛이 있습니다. 질감이 탄탄하게 조여져 있어 다른 생선살과 달리 입맛에서 금방 흩어지지 않고 육고기 씹히듯 탱글함을 유지합니다. 다른 민물고기보다 비교적 가시도 적어서 먹기도 나름 편합니다. 

 

튀김 (5,000원)

그나저나 아까 서비스로 나왔던 감자튀김이 너무 맘에 들었어서 추가 튀김을 주문했습니다. 

 

매운탕만큼이나 맘에 들었던 감자튀김. 별 특별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맘에 드네요. 아마 이날 먹은 음식 중에 기름기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매운탕도 마저 먹습니다. 국물에 흙내도 잘 잡았고 생선의 깊은 맛도 충분합니다. 미나리와 밥과 쏘가리 생선살을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한국인의 DNA를 울리는 맛입니다. 

다만 양념에서 고추장의 존재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호불호가 있을만한 부분입니다. 

 

참고로 수제비도 들었습니다. 쫀득쫀득해서 먹을만했습니다. 

 

제 취향의 국물 타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매운탕이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하게 먹고 나오기에 좋았습니다. 단양에서 매운탕 한그릇 할 생각이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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