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순대, 단양 - 순대와 마늘의 적절한 만남

마늘의 도시 단양에 들렀던 이야기입니다. 단양에서 사먹은 모든 음식에 마늘이 듬뿍듬뿍 들어있는 가운데 순대 역시 마늘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더라구요. 물론 마늘을 좋아하는 한국인으로서 불만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마늘 잔뜩 먹고 면역력 향상된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던 것입니다. 맛도 꽤 괜찮았구요. 

아무튼 단양 구경시장에 위치한 마늘순대 전문점 '충청도 순대' 입니다. 

 

충청도순대는 단양 구경시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아주 크지는 않아서 한 바퀴 정도 돌다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점포 크기가 다른 데에 한 두세배는 돼서 찾는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구경시장은 재래시장치고 꽤 깔끔한 편입니다. 볼거리가 많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쾌적해서 한번쯤 들러봄직하겠네요.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마늘순대를 중심으로 파생 메뉴들이 몇 가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날 저희는 순대국에 모듬순대를 먹었습니다. 

 

가게 내부는 이런 모습입니다. 철푸덕 좌식도 준비되어 있고 테이블석도 준비되어있습니다.

 

점포 몇 개를 터서 점포는 상당히 넓은 편. 제가 방문했던 날은 손님이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음.. 수저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밑반찬은 김치 2종세트에 고추와 새우젓 그리고 쌈장, 다대기의 전형적인 순대집 구성입니다. 저는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먹어본 사람 말로는 고추가 상당히 매웠다고 합니다.

 

모듬순대 (13,000원)

순대국에 앞서 모듬 순대가 나왔습니다. 마늘 순대와 매운 마늘순대 그리고 내장고기의 구성. 내장 고기는 간, 허파, 염통, 오소리감투 머릿고기까지 이것저것 다양하게 들었습니다.

 

일단 마늘순대부터 맛봅니다. 마늘순대는 순대 속에 마늘이 박혀 있습니다. 입에 넣고 씹어보면 마늘향이 강렬하게 훅 치고 들어오는데 생각보다 순대 맛과 꽤 잘 어울립니다. 선지도 꽤 들은듯하고 채소도 섞여있어서 맛이 꽤 풍부합니다. 거기에 마늘이 마지막으로 점을 찍는 느낌

다만 순대가 다소 뻑뻑한 것이 흠입니다. 맛이 지나치게 빵빵하다고 할까요. 조금 씹다보면 입안에서 수분기가 사라져서 순대향이 입안을 모두 뒤덮는 느낌입니다. 조금만 더 촉촉했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매운마늘순대입니다. 앞선 마늘 순대와 같되 매운맛이 더해졌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매콤해서 땀이 삐질 흘러버리는 것.. 맵찔이에게는 다소 도전적인 맵기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매운맛이 순대 맛에 지지 않고 맞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더 맞는 느낌입니다.

 

마늘순대국밥 (7,000원)

마늘순대국입니다. 국물안에 통마늘이라도 들어있을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다진 마늘을 듬뿍 올려 내는 순대국. 

 

마늘을 제외하면 사실 서울에서 먹는 순대국과 크게 다를바가 없긴합니다. 

 

국물이 진해서 좋습니다. 마늘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진하고 맛있는 국물. 잡내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돼지 육수의 거친 매력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마늘 향이 국물에 풍미를 더합니다. 국물이 꽤 매력있어서 간이 덜 되어 있음에도 계속 퍼먹었습니다. 

 

부속고기와 함께 순대도 꽤 들었습니다. 물에 빠져서 촉촉해진 순대의 모습

 

새우젓 넣어서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한 층 더 쌓습니다. 처음에 나왔을때는 간이 거의 안되어있어서 새우젓을 은근히 많이 넣어야 합니다.

 

딸려나온 공기밥 투하를 준비합니다

 

인정사정없이 말아주었습니다. 아까 국밥 국물을 너무 떠먹었는지 밥 한공기를 다 넣으니 순식간에 걸쭉해져버렸습니다. 반공기만 넣을껄..

 

하지만 이미 넣은 밥을 뺄 수는 없는 법. 사실 이렇게 전분기 가득 걸쭉하게 말아 먹는 것도 맛있습니다. 

 

맛있는 순대국을 만나면 저는 항상 무아지경에 빠져 정신없이 숟가락질을 하게 됩니다. 이 날 역시 그랬습니다. 

 

중간에 다대기도 투하해서 좀 더 칼칼하게 먹기로 합니다. 

 

칼칼해졌습니다. 마저 깔끔하게 뚝배기를 비웠습니다. 

 

마늘 순대와 마늘 순대국 모두 제 입맛에는 괜찮았습니다. 다만 이 음식들을 먹기 위해 단양에 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특별하거나 독특한 맛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 순대와 순대국 잘 하는 집은 너무 많으니까요. 음식이 지역방문의 목표가 되는 목적지 음식이라기보단 단양에 들렀을때 한끼 해결하기에 무리 없을 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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