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집, 속초 - 새콤달콤 특물회와 녹진한 성게비빔밥

속초 여행 첫끼는 물회와 성게비빔밥으로 정했습니다. 왠지 속초에 왔으면 먹어줘야할 것 같은 음식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객용 대형 물회집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군생활을 속초에서 한만큼 괜히 뜨내기처럼 다니기는 싫었던 것입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해서 제가 속초에 잘 아는 식당이 많다는 것은 아니구요.. 아무튼 그래서 방문한 '구구집'입니다. 군생활때는 몰랐던 식당이고 언젠가 속초가면 들리려고 지도에 저장해뒀던 곳인데요, 나름 만족하며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구구집'은 영랑호 아래 등대해변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동명항이나 장사항도 그리 멀지 않아 도보로 이동 가능합니다. 사실 속초 시내가 그리 넓지 않아서 관광지 대부분 걸어서 이동하기 좋긴 합니다. 

 

평일 점심이어서 그런지 가게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보통 여행객들이 자주가는 물회집가면 번호표도 뽑아야 하는 것인데.. 아무튼 기다리지 않아서 이득이었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특물회와 성게비빔밥을 먹을 예정. 가격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찬은 이렇게 깔립니다. 맛은 그냥저냥 괜찮습니다. 소면은 물회용.

 

 

특물회 (20,000원)

일단 2만원짜리 특물회부터 먹어봅니다. 

 

양은 아쉽지 않게 들었습니다. 전복, 해삼, 멍게 부터 해서 오징어회, 부시리로 추정되는 생선회가 푸짐합니다. 

 

동행자가 찍은 사진이 더 먹음직스러워서 올려본 것입니다.

 

생선 아래에 빨간 양념이 깔려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서 비벼줍니다. 

 

비벼놓으니 비주얼은 지옥

살얼음 끼어있는 양념 육수를 살살 비벼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합니다. 

 

새큼달큼한 양념이 해산물과 썩 잘 어울립니다. 다양하게 들어있는 해산물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의외로 오징어회가 양념에 굉장히 잘 맞는군요. 국수 먹듯 빨아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양념에 젖은 생선회도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기름기가 어느정도 있어 자극적인 양념에 더욱 잘 어우러집니다. 고소한 생선맛과 양념이 밀고 당기는 조화가 있습니다. 

 

맛있는건 사진을 여러 장 찍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먹고 싶을때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엔 소면까지 말아서 먹습니다. 물회에 말아먹는 소면의 맛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안 먹고 가기엔 아쉬운 맛.

전체적으로 준수한 물회였습니다. 푸짐한 양에 다채로운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양념도 지나치게 맵거나 달지 않고 온순한 자극 정도에 머무릅니다. 맵찔이도 땀을 흘리지 않는 정중한 자극성인데 이에 대한 호불호는 다소 갈릴 수 있겠습니다. 

 

성게비빔밥 (18,000원)

이번엔 18,000원짜리 성게비빔밥 맛봅니다. 

 

황토빛 성게 아래에는 야채가 깔려 있습니다.

 

밥은 따로 뜨끈하게 제공됩니다.

 

성게는 나름 푸짐하게 올려줍니다. 얼렸던 것을 녹인 것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형체가 흐물흐물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비비기에는 오히려 좋겠습니다.

 

대강 슥슥 비벼주니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나오는군요. 

 

성게 특유의 녹진하고 풍부한 맛이 잘 살아있습니다. 딱히 비린맛 없이 고소해서 끊임없이 퍼먹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성게가 그렇듯 쌉쌀함이 뒷맛에서 치고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 정도도 싫으면 고오급 스시집가서 고오급 성게를 먹는 수 밖에 없겠지요.

 

간은 어느정도 갖춰서 나오지만 기호에 따라 뿌려먹으라고 간장을 함께 줍니다.  

 

살짝 삼삼한것 같아서 간장 반바퀴 둘러 먹었습니다. 동행자는 간장을 넣으니 너무 짜다고 하는데 제 입맛에는 여전히 삼삼했습니다. 사람 입맛이란 역시 오묘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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