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옥 핏제리아, 을지로 - 인쇄소 골목의 화덕피자

을지로에 위치한 나폴리 스타일 핏제리아 '경일옥'에 방문했던 이야기

 

'경일옥'은 을지로3가 지하철역 7번출구 바로 앞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간판은 경일옥이 들어오기 전 가게인 홍복문화사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별 생각없이 가다간 지나치기 딱 좋습니다. 

 

최소한의 간판으로만 이곳이 경일옥이란 것을 알리고 있어요. 

 

가게 내부도 예전 인쇄소의 것에서 크게 고치지 않은 듯한 모양입니다. 과하게 꾸미지 않고 피자 팔 수 있는 요건만 딱 갖춰놓은 느낌. 이런 것이야 말로 힙하다면 힙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어쨌든 가게는 테이블 서너개의 작은 규모로 운영됩니다. 회전률이 빠르지 않은 화덕피자의 특성상 이곳엔 어지간하면 웨이팅이 있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메뉴판에 이런저런 설명이 많은 것이 맘에 듭니다. 음식에 대한 사장님의 정성과 철학이 어렴풋이나마 느껴진다고 할까요. 

 

주방에는 화덕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인테리어에는 신경 안쓰더라도 화덕은 이런 걸 갖다놨다는데에서부터 벌써 음식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가게 내부에는 이런 저런 사진들이 우수수 붙어있습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티가 나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뜬금없이 매달려있는 미키마우스도 그렇구요. 

 

기본으로 제공되는 절임반찬. 

 

콜라 (3,000원)

콜라는 코카콜라 뚱캔으로 줍니다. 한 캔만 시켰는데 컵 두개 주셔서 감동받았던 것. 

 

까르보나라 (14,000원)

피자에 앞서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경일옥의 까르보나라는 노른자, 그라나도 파다노 치즈, 후추에 더불어 베이컨, 생크림, 마늘을 넣어 만듭니다. 소위 '진짜 이탈리아' 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타일의 까르보나라. 

 

하지만 '진짜 이탈리아' 식 까르보나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한건 결국 음식의 맛입니다. 제 아무리 이탈리아 사람들이 현지에서 먹는 방식으로 조리했다하더라도 한국 사람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일옥의 까르보나라는 서울이란 도시에 맞춰 적응과정을 거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른자 터뜨려서 면, 치즈와 잘 비벼줍니다. 

 

다 비비면 이런 모습. 

 

꾸덕하고 고소한데다, 치즈 향이 풍부한 까르보나라였습니다.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맛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즐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디아볼라 (20,000원)

이번엔 피자입니다. 앞선 까르보나라가 서울에 맞춰 스타일이 조금 변화된 버전이라고 한다면, 이 피자는 오히려 정통 그대로 만들어낸듯해요. 애당초에 화덕부터가 진짜배기였으니까요. 

 

토마토 베이스에 치즈를 올리고, 초리조와 페퍼론치노로 매운맛을 냈습니다. 

 

피자를 아주 센불에 바짝 구워낸듯 군데군데 탄 구석도 보입니다. 

 

한쪽 집어서 먹어보는데, 제가 화덕피자에 원하는 바로 그 식감과 맛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도우는 얇지만 쫄깃하고, 토마토 소스는 경쾌해서 치즈의 풍부한 맛과 어우러집니다. 바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초리조와 페퍼론치노로 낸 매운맛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맵찔이인 저는 이 매운맛이 불쾌하지 않고 즐겁게 느껴졌는데, 평소 매운음식을 즐기는 동행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디아볼로의 매운맛이 불쾌하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음 번엔 마르게리따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네요. 

 

센불에 바짝 구워 피자 자체의 매력이 크게 올라온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도우의 탄맛은 다소 과도하게 느껴집니다. 살짝 타서 불향이 느껴지는 것과 검댕의 쓴맛이 그대로 치고들어오는 것은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제게는 이 부분이 유일한 옥의티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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