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PB&J 샌드위치로 점심때우기/ 닫는 글

 

 

시간은 돌이켜 보았을 때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고3 때도 그랬고 군대때도 그랬습니다. 한창때는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또 막상 끝날 때가 되면 산울림 노래 마냥 '아니 벌써?' 싶은 것입니다. 저의 미국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향만리 머나먼 땅에 와서 괜히 왔다 땅을 치며 후회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간 계획했지만 해내지 못한 것도 있고, 하려는 생각은 있었는데 계획 조차 짜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내버려 두고 이제는 짐을 싸야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예전과 같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과거, 앞으로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아 어떻게 써버려야할지 몰라 그저 침대에 뒹굴던 저의 모습이 조금 한스럽기도 하다가, 또 그것이 제 모습이니 받아들이자 싶기도 합니다. 아마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있더라도 오늘의 깨달음은 뒤로 하고 어차피 지금과 똑같이 행동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카뮈는 부조리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것 입니다. 제 블로그의 이름이자 제 좌우명인 대강 가는대로, 닿는대로 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직 남은 시간이 많았을 무렵, 그러니까 대략 6개월 전쯤, 저는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낭비해야 즐거울 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게 가장 주요하게 다가왔던 이슈는 먹고 살기였습니다. 먼 타지에서 나는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물론 무조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았겠지만, 제 지갑은 저의 흥청망청을 용납하지 않는 타입의 녀석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제 바지 뒷주머니에 붙어있으면서 끊임없이 "절약해야해 거지새끼야"를 제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이윽고 근처 마트에서 보았던 냉동식품들이 떠올랐고, 그걸 먹으며 굶어 죽지 않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마트로 달려가 냉동고를 들여다보니 이 자식들이 생각보다 아주 다양한 종류의 냉동식품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마 하나씩 시도하다보면 냉동고에 제가 시도해보지 않은 냉동이 없어지기 전에 집에 갈 때가 먼저 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지갑도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미국 마트 냉동고 비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기왕 하는 김에 이걸 블로그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에 힘빼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스크램블 에그를 가지고 한 번 한 적이 있었기에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부로 블로그에 새로운 메뉴를 개설하고 매일 같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성격 상 매일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귀찮았던 것입니다. 먹을 때 마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구글 포토로 옮겨서, 구글포토에서 노트북 드라이브로 내려받고, 아이폰 사진은 파일 확장자가 듣도 보도 못한 .heic이었기에 그걸 다시 jpg파일로 변환하고, 그걸 그제야 블로그에 올려서 글과 함께 적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귀찮았습니다. 물론 쓰면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포스팅이 21개나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시리즈는 탄생했습니다. 물론 열광적인 반응이나 수천개의 조회수나 이런 것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재밌게 봤다고 댓글을 남겨주는 분도 계시고, 나름 애착이 가는 시리즈였습니다. 그런 것 치고 두 달전쯤 귀찮아져서 글 올리는 것을 그만 둔 이유는 물론 저의 성격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떠날 때가 되어 더 이상 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연재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있지 않으면 미국에서 끼니를 때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이 카테고리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무한도전 종영 소감이라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냥 말하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건데, 이 카테고리의 거의 모든 글은 오타 날때 빼고는 백스페이스 없이 적혔습니다. 다시말해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땅콩버터와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먹을 것입니다.

사실은 두달 전쯤에 먹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세달전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사실은 예전에 먹은 것입니다.

 

오랫만에 쓰려니, 티스토리 글쓰기 에디터가 바뀌어서 영 불편합니다.

아무튼 간이 토스트기에 빵을 구워줍니다.

 

이 부분이 샌드위치 만들기 과정에서 가장 큰 시간을 소요하는 부분입니다.

 

만족스럽게 잘 구워졌습니다. 

 

집도전 수술대 위로 식빵 두쪽을 옮깁니다.

 

메스 대신 포크와 스푼을 준비합니다. 오늘은 땅콩버터와 딸기잼 이식 수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선 땅콩버터를 발라줍니다. 스푼으로 바르면 겁나 안 발리기 때문에 열심히 발라줘야 합니다. 빵이 뜨거울 때 발라야 그나마 조금 낫습니다. 

 

딸기잼은 무조건 많이 발라줘야 합니다. 그래야 맛있습니다.

 

집도를 끝내고 봉합하기전 한 컷 찍어보았습니다. 환자의 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수 있으나, 아무래도 식빵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보호대상이 아닐 것 같으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봉합 후에도 사진을 찍어 줍니다. 비포/애프터 비교를 위해서 입니다. 

 

한 입 베어물어줍니다. 참고로 땅콩버터/딸기잼 샌드위치는 미국에서 한국의 김치와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저번에는 맥앤치즈가 김치 포지션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꼭 김치 포지션이 하나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양놈들은 이걸 PB&J 샌드위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알아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래그 실수로 딸려 들어간 다른 사진입니다. 참고로 저거도 맛있었습니다.

 


오늘의 총 식비 지출 : 미상

*텍스 미포함

  

지금까지 식비

44,339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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