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냉동 치즈버거로 점심 때우기

햄버거는 제 소울푸드입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소울 푸드로 김치를 지목하지만, 저는 항상 소신있게 햄버거, 특히 빅맥을 지목하곤 합니다. 누군 슬플 때 막춤을 춘다고 하고 누군 슬플 때 술을 먹는다고 하지만, 저는 슬플 때 맥도날드에 갑니다. 맥도날드에서 빅맥 라지 세트를 시키고-특히 슬픈 날에는 더블 쿼터파운드치즈버거 혹은 빅맥 세트에 햄버거 단품추가- 고독히 햄버거의 맛을 음미하며 제 슬픔을 다스리고는 했습니다. 


언제부터 제가 햄버거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추측컨데, 이는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제가 아주 어린 꼬마였던 시절, 엄마 없이는 외출을 무서워하던 시절, 매주 집 현관문으로 맥도날드 쿠폰 전단지가 들어오곤 했습니다. 쿠폰 전단지에는 여러 초특가 파격 딜들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저는 휘시버거 쿠폰을 가장 좋아했습니다.전단지를 받으면 가위로 휘시버거 쿠폰을 소중하게 오려 간직하고, 어머니로 부터 맥도날드 단독 원정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그러다 원정을 허락 받는 날에는 홀로 20분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까지 걸어가 휘시버거를 사먹고 집에 오던 것입니다.그 때 휘시버거는 제게 단순한 햄버거가 아니었습니다. 그 멀고 먼, 위험하고 고된 원정길을 끝내야지만 맛볼 수 있던 하나의 달콤한 열매였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맥도날드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멀지도, 위험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무렵부터는 더 이상 쿠폰 전단지를 모으지 않게 되었습니다.그러나 그 어릴 적의 기억은 제 머릿속에 꼿꼿히 남아 여전히 맥도날드만 보면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저는 지금까지 맥도날드 충성 고객으로 남게된 것입니다.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제 소울푸드는 햄버거가 되었고, 오늘은 햄버거의 본 고장은 아니지만, 아무튼 햄버거로 유명한 미국에서 파는 냉동 치즈버거로 점심을 때워볼 생각입니다.



집 주변 마트에서 사온 1.59불 짜리 치즈버거입니다. 가성비로 따지면, 이것보다 훌륭한 제품이 너무나 많기에 사느냐 마느냐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그러나 자칭 햄버거 매니아로서 미국까지와서 냉동 치즈버거를 먹어보지 않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큰 맘먹고 1.59불을 지출하기로 했습니다.

기껏해야 1.59불에 호들갑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저같은 가난한 외노자 거지새끼에게는 큰 돈이기에 항상 구매 의사결정을 할 때는 두번 세번씩 생각하여 꼭 필요한 것만 합리적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전자렌지 조리법입니다. 60-75초 사이를 돌려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속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 집 전자렌지 출력이 약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돌리라는 만큼만 돌리면 꼭 속 안은 데워지지 않아서 차가운 냉동을 먹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용물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숱하게 먹어왔던 천원짜리 햄버거 같은 비주얼을 생각했으나 그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이컨 추가 버전을 샀더니 베이컨이 들어있습니다.



옆모습입니다. 생각보다 빵도 두툼하고 패티도 두툼합니다. 창렬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표지 모델과는 크나큰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명빨인 것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버거의 가장 쇼킹한 점은 칼로리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먹을 때 보통 칼로리를 신경쓰지 않고 먹으려하지만, 일단 한번 칼로리가 눈에 들어오면 내내 칼로리 생각만 하게 되는 편입니다. 이 쪼만한 버거가 430칼로리라니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매점에서 먹던 천원짜리 햄버거를 떠올리며 포장지 끄트머리만 살짝 찢어서 돌려줍니다.



왠지 종이 박스 위에 올려서 돌리면 더 있어 보일 것 같아서 그렇게 했습니다.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돌리고 온 햄버거 입니다. 베이컨 냄새가 사방팔방으로 진동합니다.

일단 후각점수에서는 추가점을 받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햄버거를 베어물었습니다. 우리가 치즈버거라고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표본이 여기 있습니다. 치즈버거의 이데아를 냉동 버전으로 충실히 재현해낸 것 같은 맛입니다. 물론 냉동인지라, 빵이 조금 눅눅하다는 단점은 있었으나 이정도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아주 모범적인 치즈버거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의 총 식비 지출 : 크로거 베이컨 치즈버거 $1.59 = $1.59* = 1,790원

*텍스 미포함

  

지금까지 식비

38,96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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