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22. 08:49
화로구이, 이름만 들어도 설렙니다. 뻘건 불 위에 철판을 올려 놓고 그 위에 고기를 한 점 두 점 얹습니다. 잘 달궈진 철판에 닿은 고기는 자기도 모르게 치이익 맛있는 소리를 내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우리도 덩달아 침을 꿀꺽 삼킵니다. 고기는 금방 익습니다. 한 번 뒤집은 고기에 갈색 자국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고소한 냄새에 젓가락 쥔 손이 초조하게 떨립니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곧이어 고기를 다시 뒤집습니다. 양면이 고르게 익었으니 이제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고기를 한 점 입어 어서 입에 가져다 넣습니다. 혀와 만나자 마자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고기들.. 아아... 제가 생각하는 화로구이집의 모습입니다. 아 물론 저는 화로구이집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화로구이를 떠올릴 때 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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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3. 23:23
대부분의 한식은 빨간 국물이죠. 매콤칼칼하게 넘어가는 국물들이 한식의 대중적인 매력 포인트 입니다. 사실 국, 찌개, 전골류 류 중에 빨갛지 않는 한국 음식 찾기가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매운 것을 먹으면 땀을 흘리는 저는 종종 맵지 않은 탕류를 찾곤 하는데, 그때 마다 떠올리는 음식이 바로 어복쟁반입니다. 어복쟁반은 이북음식, 특히 평양의 향토음식입니다. 얇게 썬 소고기를 놋쟁반에 놓고 계란, 야채, 육전 등의 고명을 올려서 살살 끓여 먹는 전골류의 음식입니다. 다 먹었을 때 쯤에는 메밀면 사리를 좀 넣어서 끓여 먹기도 하고 한국음식 아니랄까봐 밥을 볶아 먹기도 합니다. 이북 음식 답게 특유의 슴슴한 맛으로 유명하지만, 또 막상 먹어보면 소고기와 야채에서 진하게 우러나온 감칠맛에 심심..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김야매 2019. 8. 2. 17:22
미국의 외식 물가는 비싼 편이기에 항상 밖에서 밥을 사 먹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기껏해야 1년 남짓 미국에 머무르며 이사도 잦았고 또한 겨우 방 하나 빌려 얹혀 사는 신세였던 제 입장에서 낯선 서양의 부엌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식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이 종종 요리를 해먹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집밥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미국에 온 이튿날 아침에 사온 우유입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선 우유를 마시지 않는데, 아무래도 미국에 왔으니 우유맛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괜히 우유가 땡기는 것 같기도해서 아침 산책 겸 마실을 나가 세븐일레븐에서 사왔던 것입니다. 집에서 먹은 것은 아니지만, 세븐일레븐에서 만난 컵라면입니다. 전혀 컵라면 먹을 생각 없이 들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