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8일차, 치즈너겟에그 브리또

시험기간은 추진력에 대해서 양면적인 특성을 갖는다. 일단 시험기간에 돌입하게 되면 공부를 시작하는 일에 대한 추진력이 현저히 줄어듦과 동시에 공부를 제외한 모든 일에 대한 추진력이 생긴다. 이것은 시험기간이 갖는 일반적인 성격과 반대되는데, 본래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하는 것이 옳다는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시험기간이 되면 응당 공부를 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지만 실제로는 이와 반대로 공부 빼고 모든 것이 재밌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현상을 이성과 감정의 불일치, 혹은 머리와 가슴간에 손발이 안 맞는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벌써 7번째 학기를 맞는 학생으로서 앞선 12번의 시험기간을 겪으며 한번도 극복해내지 못한 종류의 것이다. 더욱 더 흥미로운 것은 시험기간이 끝났을 때이다. 더 이상 공부를 해야할 동기를 부여 받지 못하는 시점에서, 공부에 대한 추진력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추진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곳은 침대 이불 속이 되며, 30초 이상의 긴 사고를 꺼리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 이외의 모든 것을 멀리하게 되며 어지간하면 외출을 자제하는 마치 병든 강아지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게 스크램블 에그 만드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정곡을 찔렸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이 끝났어도 계란은 두알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힘조절 실패로 계란 껍데기가 첨가 되었다. 부드러운 스크램블에 크런치함이 가미될 것이다. 



오늘은 소금을 미리 뿌려준다. 요리 도중에는 뿌리는 것을 자꾸 까먹기 때문이다. 뒷 쪽으로 또띠아의 모습이 보인다.



잘 섞어주는 것이 더욱 양질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8일차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백하건대 솔직히 체감은 못하겠고 더 맛있다면 기분 탓인 거 같다.



오늘도 올리브유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버터를 사오다는 걸 깜빡했기 때문이다.



계란물을 후라이팬에 슥딱



올리브유가 계란과 섞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다. 빨리 버터를 사야겠다.



주걱으로 슥슥 저어주다보니 벌써 완성되었다. 오늘은 조금 덜 익혀야 한다. 오늘의 스크램블 에그는 브리또의 속재료로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띠아는 유통기한이 무려 2달이나 지났다. 또띠아에서 식초 냄새가 상당히 심하게 났는데, 네이버 검색 결과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길래 그냥 먹으려다 혹시 몰라서 후라이팬에 1분정도 구워줬다.

속재료는 너겟과 치즈와 계란, 양상추 그리고 치즈가 될 것이다.



계란을 올려주고 후추도 뿌려준다. 

이때는 몰랐다. 더 이상 속재료를 넣으면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브리또를 말 수 없다는 사실을



양상추를 추가하고 모짜렐라를 빙자한 트리플 혼종 치즈를 듬뿍 뿌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듬뿍 뿌린 나머지 브리또가 제대로 말리지 않는다. 

또 한 가지 간과했던 사실은 또띠아에는 자체 접착력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이쑤시개를 꽂던가 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생각이 안났다. 혹시 브리또 해먹을 생각이 있으면 참고하시라



보일랑가 모르겠지만 나의 선택은 브리또를 종이 호일로 잘 감싸고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었다.



에어 프라이어에 밀려 주방 벤치에서 푹 쉬고 있던 미니 오븐이 오랜만에 출장했다. 구글은 180도로 예열한 뒤 2분을 돌리라고 했지만, 우리 집 오븐은 온도 조절 기능이 없다. 기본이 몇 도인지도 알 수 없다. 왠지 약할 거 같아서 5분 돌려줬다.

(정보) 스카치 테이프는 종이 호일에 잘 안 붙는다.



뒤틀린 황천의 치즈너겟에그 브리또가 완성되었다. 사다리꼴 모양인 것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



생각보다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치즈를 이빠이 때려박은 보람이 있다. 계란도 부드러움을 더했다. 다만 꼬다리 부분 밀봉에 실패한 이유로 한 입 베어 물때 마다 재료들이 단체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거 보고 브리또 만들어 먹어야 겠다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브리또 만들 생각이 있다면 꼬다리를 봉하는 것을 잊지 마시라.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는 오븐에 넣어도 추가로 익는 일이 없었다. 브리또와 스크램블 에그는 좋은 궁합이다.


8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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