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1일차, 조식용 스크램블 에그 정식

스크램블 에그에 대해 궁금한 점 중 하나는 '스크램블 에그'의 정확한 표기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계란 레시피가 있지만 오직 스크램블 에그만이 영문 표기를 따르고 있다. 계란찜이나 계란말이 같은 대부분의 경우는 한글로 요리 이름을 표기하고, 해외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계란 후라이 같은 경우는 계란은 한글로 후라이는 영어로 표기하는 반반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러나 스크램블 에그는 휘저은 계란이나 스크램블 계란이라는 표기 대신 영문 이름을 갖고 있다. 게다가 계란 요리의 대부분이 재료명을 앞에 쓰고 뒤에 요리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스크램블 에그만은 그 순서를 거스르고 있다. 그 까닭은 구글에 물어봐도 나오지 않기에 알 수 없으나, 사실 알아도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표기에 대한 궁금증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서 순 외래어들에 대한 순화어를 굳이 발표하고 이를 쓰기를 권장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스크램블 에그에 대한 순화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아마 국립국어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스크램블 에그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은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사실 나는 스크램블 에그라는 요리명이 꽤 맘에 드는데, 그 이유는 보통 한글 이름보다는 영어 이름이 좀 더 있어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나친 사대주의는 경계해야겠지만, 억지로 요리 이름을 순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계란은 두알을 쓴다. 우측 계란에 닭 깃털같은 것이 붙어있다. 본인이 신선한 계란임을 스스로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신선한 계란이든 케케묵은 계란이든 어차피 깨져서 밥그릇에 들어갈 운명이다.



그리고 무참하게 섞어지고 섞어질 운명이다.



마아가아린를 준비한다. 며칠 째 쓰다보니 정이 드는 것 같다.



무언가 후라이팬이 지저분해보이는 이유는, 좀 전에 비엔나를 굽고 팬을 닦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엔나 구울 때 썼던 올리브 오일과 마아가린의 콜라보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예정이다.



올리브 오일과 마가린이 섞여 하나가 된 감동적인 순간이다. 



대통합된 기름위에 계란물을 올려버린다.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때 꿀팁이 있다면 무작정 계란을 휘젓기 보다는 가장자리 부터 천천히 가운데로 모아주는 식으로 스크램블을 만드는 것이다. 적당한 익힘정도의 스크램블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다 익었다라고 생각하기 30초 전 쯤에 접시로 옮겨주는 것이 좋다. 항상 생각보다 더 익는 것이 스크램블 에그다.



후추와 파슬리를 올리는 것은 선택 사항이지만, 올리는 게 뭔가 더 있어보이고 맛도 좋다. 옛 어른들 말씀에 다다익선이라고 했다.



계란만 먹으면 심심하기 때문에 비엔나도 같이 올려준다. 그리고 계란과 비엔나만 먹으면 또 심심하기 때문에 홀그레인 머스타드도 한 스푼 올려준다. 햄류와 머스타드가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린다.



오렌지 주스를 따라주고 사진 찍는 것도 잊지 않는다.



밥까지 준비하면 완벽한 조식용 스크램블 에그 정식이 완성된다. 


오늘 스크램블 에그는 여태 만들었던 11번의 스크램블 에그 중 가장 훌륭한 맛을 뽐냈다. 계란은 적당히 익었으며 소금 간도 적절했고 밥과 비엔나 간의 콤비네이션도 조화로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란의 익힘정도를 완벽하게 맞춰냈다는 것이다. 계란을 마구 휘젓지 않고 체계적으로 가장자리부터 가운데 순으로 모아주는 식으로 저었던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코스의 반환점을 돈 지금, 이렇게 멋진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점점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의 꿈에 도달해가고 있는 것이다. 


11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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