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족X더콰트로팩, 버거킹 - 이것저것 신메뉴 먹어보기
-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 2020. 5. 20. 07:23
버거킹 신메뉴들을 먹었다. 원래 늘 먹던대로 무난하게 콰트로치즈와퍼나 먹으려고 했으나 이 날따라 마땅한 쿠폰도 없고 해서 그냥 더콰트로치즈 버거와 아기 상어 버거 시리즈를 세트로 묶어서 파는 메뉴를 주문했다. 사진은 아기상어 버거의 배를 가른 단면을 찍은 것
만팔천구백원짜리 상어가족X더콰트로팩은 햄버거 세 개—더 콰트로 치즈, 엄마 상어 버거, 아기 상어 버거—와 후렌치후라이, 너겟 네조각에 콜라 세 잔으로 구성되어 있다. 콜라가 세 잔인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해당 구성은 3인용인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데, 물리적인 음식 양은 성인 세 명이 먹기에는 다소 모자른 감이 있다. 물론 성인 두명 아이 한명으로 구성된 파티라면 적절한 양일 수 있겠지만, 그런 조합이 굳이 버거킹에 방문할 이유가 얼마나 있을까. 고로 해당 세트가 주로 소구하는 고객 유형은 성인 두 명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아님 말구)
성인 두 명 기준으로 해당 세트는 다소 창렬스럽다. 한국의 식당 물가를 대표하는 지수인 국밥 지수(1국밥 = 6,000원)를 척도삼아 평가하면, 상어가족X더콰트로팩은 약 1.5 국밥에 달한다. 일반적인 경우, 식사 가격이 1국밥 ~ 1.2국밥 정도일 때 가성비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되기에 해당 세트의 가성비는 아쉬운 편이다. 물론 세트의 원래 의도처럼 3인이 먹는 경우라면 국밥 지수가 1점에 가까워지며 가성비가 높아지나, 이 경우에는 국밥 대비 든든 지수에서 열등한 수치를 보이게 된다. 안타깝게도 해당 세트는 국밥에 대해 양과 가격 모두 열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가성비로만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선택이 단순히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비싸더라도 국밥보단 햄버거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본인의 효용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합리적 의사 결정 방식이다.
햄버거 3종. 상어 시리즈는 더콰트로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버거킹 감자는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두꺼우면서도 잘 익혀낸 감자 튀김. 입 안으로 뭉근히 전해지는 감자맛과 바삭하게 씹히는 튀김옷의 조화로움. 아쉬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맥도날드의 얇은 감자를 더 좋아한다.
인심쓰듯이 끼워넣은 듯한 너겟 네 조각. 2만원에 가까운 가격이면 8조각은 넣어줬어야하는게 아닐까.
참고로 둘이서 먹느라 콜라 세 잔은 필요 없었기에, 한 잔은 오렌지주스로 교체했다. 아껴뒀다 나중에 먹을 예정이다.
일단 아기상어 버거. 사진찍으려고 굳이 반으로 갈랐다. 다른 블로그 보면 햄버거를 재료 단위로 분해해서 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그러던데 나는 그럴 열정은 없는 편이다. 솔직히 반으로 자르는 것도 좀 귀찮았음
아무튼 그냥 큰 특색 없는 새우버거다. 패티에 새우가 통으로 몇마리 들어있다. 문제는 새우를 제외한 부분에서 어묵맛이 너무 난다는 것. 새우를 씹을때만 새우 버거 맛이나고, 아닐때는 튀김오뎅버거 맛이 난다. 그렇지만 밸런스 좋은 소스와 양상추 조합 덕분에 먹을만 했다.
이것은 더콰트로치즈. 빵이 질겨서 자르기가 어려웠다.
버거번으로 이런 걸 쓴다. 치즈 베이글 같은 느낌. 빵을 따끈하게 데워내면 모르겠는데, 식은 빵은 조금 질기다. 치즈의 짭짤함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햄버거 전체 맛의 대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독특한 버거번이 이 버거의 아이덴티티일 것 같지만 사실 그리 많은 역할은 하지 않는다. 햄버거 계의 맥거핀이라고 할까 미끼상품이라고 할까.
암모튼 치즈맛은 강하다. 콰트로 치즈 와퍼의 초창기를 보는 것 같다. 입안에 가득히 눅진하게 퍼지는 치즈향. 구수하고 고소하고 느끼하고 녹진하다. 언제나 그렇듯 버거킹의 고기 패티도 훌륭하다. 가격만 어떻게 조정될 수 있다면 종종 먹겠지만 제 돈 내고 먹기는 어렵겠다.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와 프리미엄 전략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닐까.
이것은 엄마 상어. 아기상어에 할라피뇨가 들어가고 좀더 매콤새콤한 맛이 더해졌다. 먹을만은 하다. 아기 상어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맛.
패티간에 편차가 있는지 아니면 엄마상어 버거의 강렬한 소스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까 아기상어에서 느꼈던 패티의 어묵맛은 덜 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상어가족으로 햄버거 시리즈를 낼 생각은 누가 한건지 모르겠다. 상어 일가족을 차례차례 씹어먹으면서 벽 한켠에 붙어있는 행복한 표정의 상어가족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양심에 가책 같은 것이 느껴졌다. 상어야 인간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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