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치즈머핀, 맥도날드 - 돌아온 탕아

5월의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 경. 집 주변에 위치한 맥도날드를 찾았다. 왜 한창 늦잠 잘 시간에 부산을 떨어가며 맥도날드를 방문했느냐? 맥모닝이 먹고 싶어서 그랬다. 전날 밤부터 설레서 소풍가는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알람을 맞추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은 채 잠에 들었다.

내가 맥도날드에서 특히 좋아하는 메뉴가 세 가지 있는데 첫째는 빅맥, 둘째는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로 이들은 기회가 될 때 마다 종종 먹지만, 셋째인 맥모닝은 오직 아침에만 판매되는 이유로 좋아하는 마음만큼 비례해서 자주 먹지 못해왔다. 기회를 억지로 만들지 않으면 일년에 한 번 먹기도 어렵다. 그래서 주말 아침에 어렵게 시간을 낸 것이다.

게다가 마침 단종되었던 치킨치즈머핀이 최근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는 돌아온 탕자를 만나러가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맥도날드로 향했다.

 

치킨치즈머핀은 잉글리시머핀 사이에 치킨패티와 치즈를 넣은 머핀으로 한때 맥모닝의 한 축을 담당하던 메뉴였다. 2017년 12월 경에 맥치킨이 단종되면서 자연스레 같은 치킨패티를 공유하던 치킨치즈머핀도 함께 사라졌었는데 2019년 말에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가격은 삼천이백원. 세트로 주문시 4,2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치킨치즈머핀 세트 (4,200원) / 에그맥머핀 단품 (2,500원)

맥모닝 세트 하나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다 먹고 나서 고민하다 더 시키느니 처음부터 하나 더 주문했다. 치킨치즈머핀 세트에 에그 맥머핀 단품으로 주문.

 

머최몇(머핀 최대 몇 개?)도 언젠가는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참고로 나의 햄최몇 스코어는 8개(치즈버거 기준).

 

맥모닝은 해시브라운 때문에 먹는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아침에 커피랑 먹으면 맛있긴함

 

맥모닝에는 콜라 대신 커피 곁들이기를 좋아한다. 맥머핀은 빅맥이나 다른 버거들에 비해 맛이 강하지 않아서 콜라에 기대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느끼함을 많이 탄다면 콜라가 나을 지도 모르겠다.

 

치킨치즈머핀

돌아온 탕아, 치킨치즈머핀.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아서 그런지 예전의 그 치킨치즈머핀과는 조금 생김새가 달라진 것 같다. 

 

치킨패티의 튀김옷이 훨씬 우글우글해지고 전체적인 두께도 늘어난 느낌

 

내가 알던 녀석은 이런 녀석이 아니었는데..

 

먹어보니 낯섦이 더해진다. 기억 속 그 맛이 아니다. 훨씬 더 불량하고 알량한 맛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치킨패티 튀김옷도 더욱 바삭해지고 전체적인 볼륨감도 좋아졌다. 닭고기 패티도 더 씨알 굵게 씹혀서 너겟의 식감과 비슷하다. 예전 치킨치즈머핀에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민없이 "오 이건 업그레이드야!" 라고 말할 수 있겠다.

허나 예전 치킨치즈머핀을 그리워하던 나는 이 머핀이 조금 낯설다. 집 나간 탕아가 돌아오긴 돌아왔는데 안보던 사이에 너무 달라졌다. 원래는 술담배도 하고 오토바이도 타는 금발태닝양아치 같은 녀석이었는데, 집 나가 있는 사이에 철이 들었는지 술담배도 끊고 착실해져서 돌아왔다. 분명 생긴 건 비슷한데 알맹이가 바뀐 느낌. 마냥 반갑기에는 어딘가 찝찝하다.

그래도 계속 먹다보니 예전 느낌이 분명 난다. 특히 마요네즈 소스와 치즈의 그 고소하고 꾸덕한 조합. 언뜻 예전의 치킨치즈머핀이 떠오른다.

 

해시브라운

아무튼 해쉬 브라운도 마저 먹는다.

 

언제나 준수한 해쉬브라운.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설 익은 맛도 없고 깔끔하다.

 

에그 맥머핀

에그맥머핀도 먹는다. 빵-햄-계란-치즈 조합으로 전형적인 서양 조식이다. 

 

이미 수십년간의 검증을 끝낸 완벽한 조합인데 누가 토를 달 수 있으리. 토를 단다면 그건 그가 그저 서양스타일 조식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