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카페 그리고 살아남기

코비드-19에 대응해 정부는 지난 8월 30일 부터 수도권 프랜차이즈 카페의 매장 내 취식을 금지했다. 사람 간 접촉의 최소화가 목적이다. 그말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개인 카페로 몰려들었다. 

 

개인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카페였다. 집에선 단 한 글자도 적을 수가 없었다. 집은 백수에게 치명적인 공간이다.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마스크를 끝까지 당겨 쓰고 밖으로 나왔다. 집 근처에 커피는 맛 없지만 테이블 간격이 넓은 카페가 있다. 

 

만석이었다. 한 자리씩 간격을 두고 빼곡히 앉아 각자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자주 오던 카페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뜻밖의 호황이었다. 사장님이 마냥 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투썸과 이디야를 지나쳤다. 유리창 너머로 의자를 책상에 비스듬히 걸쳐놓은게 보였다. 말썽피운 의자가 벌을 서고 있는 것 같았다.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 카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카운터에 뚱하게 서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휴업 중이라 생각할 뻔했다. 

 

집에 가는 길에 검색으로 근처의 다른 개인 카페를 찾았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은 카페다. 가게 전면에 커피대신 쿠키 사진을 걸어놓았다. 디저트에 더 방점을 찍은 카페인가보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손님 한 명이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나도 문을 열고 들어가 멀찍히 떨어진 자리에 가방을 올려 놓았다.

 

시리얼 쌀쿠키

“일행 있으신가요?” 사장님은 일행이 있으면 매장 취식이 불가하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혼자였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씨리얼 쌀쿠키를 주문했다. 이번엔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했다. 출입명부를 작성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그제야 노트북을 꺼내 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새 손님이 와서 음료를 포장 주문했다. 주변 가게 사장님인 모양이었다. 자영업자들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좁은 카페라 본의 아니게 엿들었다. 손님으로 온 사장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1주 연장되어 휴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사장님은 “그래도 하셔야죠”, 하며 손님을 다독였다. 

 

코로나19가 심해진다고 삶을 일시정지할 수는 없다. “모두 다함께 아무것도 안하고 2주간 집에만 있기”는 불가능하다. 코로나가 아무리 심해도 생활은 이어진다. 2주를 일해야 다음 2주를 버틸 수 있다. 나는 살기 위해 뭐든 써야하고 사장님은 살기 위해 가게를 열어야 한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유예 기간을 주지는 않는다.

 

사람은 살기 위해 움직이는 존재다. 사람 간 접촉 최소화는 모순적인 이야기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막으면 개인 카페에서의 접촉이 최대화된다. 삶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미숙한 지침들도 이해가 간다. 코로나를 막으며 생활도 살리는 방안을 찾기란 어렵다.

 

“결혼식 사진도 마스크 쓰고 찍어야 한대요.” 사장님은 작금의 상황이 현실같지 않다고 했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엿듣던 나도 시선은 노트북에 고정한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쿠키는 꽤 맛있었다. 너무 달지 않고 고소한 쿠키였다. 딱딱과 부드러움의 중간에서 균형감각을 지키는 단단함이 마음에 들었다. 코비드-19가 아니면 있는 줄도 몰랐을 카페인데 소소한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