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맛보다 중요한 오직 한가지, 위생

코로나가 극성이라도 먹어야 살 수 있다. 오늘은 집 근방 순대국집을 들렀다. 짙은 국물과 야채순대로 서울에서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나름 동네 자랑거리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유명한 순대국집이 있다!..고 자랑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창 진행되던 토요일 저녁 7시 경. 매장에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어떻게 매번 집밥만 먹고 사느냐는 생각은 나만 했던 게 아닌 모양이다. 매번 먹던대로 순대국 보통을 하나 주문했다.  

 

 

공용수저통에서 수저를 꺼내다 멈칫했다. 수저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입으로 들어가야할 숟가락과 젓가락들이 관리없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누군가 물수건으로 닦지도 않은 손으로 수저를 뒤적거렸을 상상이 뒤따랐다. 그 손에 묻어 있었을지도 모를 균에 대해서는 모르는 체 하는게 낫겠다.

 

수저는 개별 포장되어 따로 나오는 것이 옳다. 공용수저통은 없어져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식당에서 맛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면 위생이다. 접객이 후지고 인테리어가 구닥다리인 식당도 음식 맛이 좋으면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위생이 좋지 않은 식당은 아무리 음식이 훌륭해도 용서할 수 없다. 위생이 맛은 물론 접객, 분위기, 가격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 먹는 행위가 되려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된다.

 

테이블 한켠에 비치된 공용 들깨통 역시 문제였다. 다대기통도 찝찝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최소한 전용 수저가 있었다. 들깨통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다. 위생에 지각이 있는 이라면 응당 새 숟가락을 꺼내 들깨를 퍼겠지만, 세상은 상식으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앞선 이가 국물에 빠뜨렸던 숟가락으로 들깨를 펐을 수 있다. 입에 넣었던 숟가락을 썼을거란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니 목격담이 여럿 나온다. 나 역시도 다른 순대국집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한 적 있다. 그 날은 순대국에 다대기를 풀지 못했다.

 

코로나 감염을 예방한답시고 악수마저 팔꿈치 치기로 대체하는 마당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는 더욱 유별난 조치가 필요하다. 낭비가 생기더라도 양념은 따로 개인 접시에 덜어서 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낭비되는 식자재 비용은 누가 감당하느냐고? 순대국 가격에 포함해야 한다. 저렴하고 탈나는 음식보다는 값나가도 안전한 음식이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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