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카페와 뉴노멀에 적응하기

이디야에서 테이크아웃해온 커피를 식탁 위에 놓았다. 거실 테이블에 있던 간식거리를 조금 챙기고, 내 방에서 노트북을 가져와 커피 잔 옆에다 펼쳤다. 제법 그럴듯한 홈 카페 모양새가 됐다. 무언가 모자란듯 싶어 최근 선물 받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로파이 힙합을 틀었다. 드럼비트가 집 안을 메우자 이곳은 영락없는 카페의 모습이다. 

 

커피에 다과도 준비

기세가 조금 꺾였나 싶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나 다를까 다시 수도권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2단계로 격상됐다. 지난 여름처럼 9시 이후로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다. 카페는 개인, 프랜차이즈 할 것 없이 포장 판매만 허용된다. 

 

카페에서 글 쓰는 것이 일상인 내게는 조금 가혹한 조치다. 물론 카페 주인장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은.. 다만 이렇게라도 해야 코로나의 기세를 조금이라도 무를 수 있다 하니 따르는 수 밖에 없겠다. 지난 여름에도 이렇게 바이러스를 잠시 누그러 뜨렸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쩐지 이번에는 “지금만 참고 나면 앞으로는 괜찮아질거야”라는 이야기를 내기가 어렵다.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코로나는 조만간 수그러들더라도 아마 머지않아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번 2단계 조치가 마지막 관문이라면 참 좋을텐데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위드 코로나’, ‘뉴 노말’ 같은 단어에 벌써 익숙해졌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한다는 뜻이다. 예전의 방식을 완고하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타협과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집에서는 절대 생산성 있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믿던 내가 식탁에 카페를 차린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막상 해보니 새로운 작업 환경이 꽤 마음에 든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베란다 너머로 오전 햇살이 슬그머니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확신할 수 있었다. 점심에는 스피커 볼륨을 올리고 주방에서 파스타를 해먹었다. 카페에선 느낄 수 없던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내일도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 식탁에 놓고 노트북을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서서히 익숙해 지는 것이 아닐까. 은은한 마늘기름 향이 맴도는 식탁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저 쭉 빨아 들이고 나는 다시 노트북에 양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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