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1월 호] 연료 충전 일지 :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11월은 정신 없이 흘렀다. 두 건의 예고없는 이별과 생일을 비롯한 몇 번의 기념일 그리고 잦은 술자리가 있었다.

여러 방면에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한 달이었달까. 모르긴 몰라도 올해 들어 가장 감정기복이 심한 한 달이었음은 틀림 없다. 

그럼에도 먹어야 사는 법. 이제와서 보니 오히려 다른 달 보다 먹기는 훨씬 잘 먹고 다녔더라.

 

11월의 스타트는 가볍게 동동주와 파전으로. 점심시간에 칼국수나 대강 한 그릇 하러 갔던 건데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 회사에 적응하고 있긴 한 모양이다. 

 

4인 제한이 풀리면서 결국 미뤄왔던 회식들이 하나 둘 씩 잡혔다. 이 날도 높은 분과 함께 하는 저녁 소고기. 더 이상의 사진은 촬영할 수 없었고, 겁나 취했다.

 

다음날 해장은 회사 인근의 유우명 순대국집에서 했다. 11시 30분에 가도 줄을 20분 넘게 서야하는 곳이다. 숙취에 시달려가며 기다린 뒤 먹어봤는데 뭐 어느 정도 납득은 가더라. 

 

집밥은 이런걸 대강 차려 먹었다. 고기도 고기지만 부추무침이 진짜 치트키다.

 

뜬금없이 불려나간 점심, 알고보니 메뉴는 소고기였다. 메뉴 듣자마자 박수쳤음

얻어 먹는 소고기는 언제 먹어도 짜릿해잉

 

동행자와 데이트 삼아 갔던 비건 음식점. 고기가 메인을 이루는 메뉴들을 주문했는데 의외로 대체육이라는 티가 안난다. 

특히 타코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고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을 수 있었군

 

고속터미널 옆 메리어트 호텔에 있는 칵테일바에서 마신 칵테일.

주중에 있었던 잦은 비자발적 음주로 그 어느 진귀하고 좋은 술을 가져다 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ㅠ

 

언젠가 주말에 갔던 특이한 음료를 파는 카페. 특이했던건 기억나는데 무슨 맛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난다. 

하나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비록 사진에는 없지만 함께 주문했던 카야 토스트가 기가 막히도록 맛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저녁에는 살짝 배고파져서 맥도날드에서 가볍게 피시버거와 츄러스를 먹었다. 

이런 소소한 맥도날드 식사에서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

 

집에 닭갈비가 있길래 부추 살짝 넣고 데워서 먹었다. 도대체 이 닭갈비는 먹어도 먹어도 어디서 자꾸 나오는지 모르겠다. 냉동실에 한 스무팩은 있는 모양.

 

부산에서 올라오는 미국 시절 (전)룸메이트를 만나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때웠던 사진.

어차피 만나면 또 밥도 먹고 술도 먹을거라 버거 대신 사이드 메뉴 위주로 시켰다. 무슨 이유에선지 포장도 안 벗기고 사진을 찍었네

 

남영역 쪽에 있는 선술집에서 동행자와 함께 (전)룸메이트를 만났다. 삼치회와 삼치김밥, 피순대를 먹었던 듯. 사진엔 없지만 새우파전 같은 것도 먹고 라면도 먹었다. 거의 10시부터 먹기 시작해서 12시에 빠이빠이했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정말 치열하게 먹고 마셨다. 

 

바로 그 다음날 점심, 곧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는 (전)룸메이트를 회사 주변으로 불러 함께 해장했다. 

메뉴는 앞서도 먹었었던 11시30분에 가도 웨이팅을 20분 해야하는 그 순대국 맛집.

부산하면 돼지국밥이기에 서울의 순대국을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기 보다는 해장으로 딱 떠오르는 곳이 이 집 밖에 없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짧은 시간 동안 여러번 방문하니 감흥이 떨어지긴 하더라. 

 

그리고 아주 뜬금없이 찾아온 첫번째 이별. 동고동락했던 동기 중 한 명이 갑자기 퇴사 선언을 해버렸다. 

물론 내가 회사를 처음 다녀보는 것도 아니기에 직장인에게 퇴사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아주 흔한 일이란 걸 알지만, 너무 예상 못한 시기에 찾아온 작별인지라 아쉽고 헛헛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사진은 아직 이직을 고민 중인 동기를 데리고 중국집에서 먹었던 딤섬. 

 

저녁에는 몇 번 가본 적 있는 족발집에 갔다. 이때 동기는 이미 퇴사를 선언한 상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금 회사를 버리고 도전을 해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인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응원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응원 뒤에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덩달아 따라왔다. 

 

족발 후 2차로는 참치를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엄청 많이 남김.. 참치야 미안해

 

하필 그의 퇴사날이 우리가 미리 잡아뒀던 동기의 날과 같았다. 예약해둔 식당에서 즐겁게 먹고 마셨다. 

 

후레시 터뜨린거보니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닌 모양

 

전통주를 이것저것 시켜서 계속 먹었는데 생각해보면 술보다 토닉을 더 많이 마신 것 같기도..

 

아마 해장 겸해서 먹었던 카레가 아니었나 싶다. 

 

드디어 꿉당 방문. 목살은 확실히 기가 막혔고, 밥도 고슬고슬하고 감칠맛이 돌아 고기에 곁들여 먹기 딱 좋았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면 블로그에 후기도 남겨야겠단 생각.

 

저녁 때우느라 먹었던 쿠차라. 언제나 그렇듯 무난하고 안정적인 치폴레의 맛. 

 

생일 선물도 동기들에게 받은 에어프라이어. 오븐형 넘모 조아

 

남자 셋이서 햄버거 박살내러 갔다가 오히려 패배하고 돌아온 날. 어차피 식권으로 먹는거라 풍족하게 시켰는데, 그래도 너무 지나치게 시켰던 것..

 

내 생일날에는 동행자와 함께 톡톡에 다녀왔다. 이곳 사진은 비교적 성실하게 찍었으니 조만간 블로그에 후기를 따로 올리지 않을까 싶다.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식사. 멋진 식사를 대접해준 동행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경건하게 열심히 먹었다.

 

생일 다음날부터 3일간은 휴가를 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앞으로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흐르는대로 흘러가다보면 나는 결국 어떤 모습의 삶을 살게 될까. 그 모습에 만족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나도 결단을 내려야하는 것이 아닐까. 결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이틀동안 출근하듯 정기권 끊어놓은 카페에 나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대단한 결론을 얻어내진 못했지만 힐링은 되는 시간이었다.

 

서울대입구의 걸출한 라멘집 라이라이켄에서 점심도 먹었다. 간만에 돈코츠라멘 한그릇 먹었는데 역시 맛있더라

 

갑자기 에낙에 꽂혀서 쿠팡으로 한 박스 주문해서 먹고 있는 중. 

 

군산-익산 여행도 다녀왔다. 첫 식사는 익산에서 텐동을 먹었다. 서울 유우명 텐동집들 못지 않았다.

 

저녁에는 튀김과 물회. 튀김은 놀라우리만큼 양이 많았다. 향후 3년간 먹을 튀김 양은 되는 듯. 물론 다 못 먹었다.

 

군산에 크루아상 맛집이 있었다. 브런치 삼아 먹었는데, 여기 안 들렀으면 진짜 후회 했을 뻔.

 

예전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던 군산의 노조미라멘도 다녀왔다. 본점에서 먹고 싶었는데, 하필 방문한 날이 휴무라서 월명점으로 갔다. 

면이 퍼져도 지나치게 퍼져서 딱히 라멘에 대해 할 말은 없고, 가게에 외국인들이 엄청 많았던 것이 놀라웠다. 

 

이성당 근처에 유명한 막창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다. 양념막창을 직화로 휙휙 구워 내주는데, 여기 꽤 괜찮다. 막걸리가 그냥 발칵발칵 들어감. 

 

막창집 근처 영화시장에 괜찮은 바가 하나 있다고 해서 여기도 방문해봤다. 결론은 대만족. 군산에서 들렀던 모든 식당 중에 가장 좋았다. 

분위기, 바텐더, 칵테일 모두 좋았다. 

 

군산에서 마지막날 아침은 해장도 할겸 소고기무국으로 골랐다. 먹을 만은 한데 여러 면에서 다소 투박하다. 이게 매력이라면 매력인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대강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돈 내고 소고기 무국을 먹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듯.  

 

서울 돌아와서는 쉑쉑버거로 저녁 해결. 신메뉴로 트러플어쩌구 버거가 나왔길래 먹어봤다. 전에 있었던 서울불고기버거가 정확히 네 배 정도 낫다. 

 

동기와 함께 하는 점심. 자리가 있는데가 없어서 한참 방황하다 결국 샤이바나에 왔다. 미국 남부 가정식을 표방한다는데, 거기 가서 밥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어센틱한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스파게티는 초등학교 급식으로 나오던 바로 그 스파게티 맛이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랄까. 솔직히 일년에 두어번씩은 방문하고 싶은 맛이었다. 이런 스파게티 사실 정작 찾으려면 찾기 어렵거든. 

 

진짜 간만에 들린 명동교자. 후루룩후루룩 먹어치웠다. 알싸한 마늘향에 코가 뻥 뚫리는 느낌. 다 먹고 밖에 나와 찬 공기를 쐬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라. 역시 이곳도 일년에 두어번씩은 와줘야겠다. 

 

점심에 먹었던 콩나물국밥.

 

간만에 만나는 친구와 저녁에 스시를 먹었다. 사진은 생일이라고 하나 서비스로 더 주신 고등어와 배불러서 안 먹고 있었던 교쿠. 

역시 비싼데가 맛이 좋긴 좋더라.

 

동행자의 생일에 방문했던 스페인요리집. 무엇보다 문어요리가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다. 살면서 먹은 문어 중 최고. 

빠에야에는 토끼고기와 달팽이가 들었는데, 요것도 맛있었다. 접객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다소 있었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꽤 맘에 들었던 식당. 그치만 접객이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정작 주인공인 동행자가 조금 아쉬워해서 나도 아쉬웠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서촌의 한 칵테일바에 방문했다. 2년전 동행자의 생일에도 방문했던 곳인데, 백수로 갔을 때와 직장인 신분으로 갔을 때는 달라도 확실히 다르더라. 또 그간 우리가 너무 좋은 곳을 많이 다녔던 탓인지 마냥 예전만큼의 감흥을 느끼긴 어려웠다. 사실 군산에서 갔던 곳이 더 좋았다. 음.. 이건 기대감의 차이일까. 

 

엄마가 집에 사골을 끓였길래 국물을 베이스 삼아 고기 국수를 해먹었다. 

 

조선간장, 진간장 섞어서 치킨스톡과 함께 살짝 졸이고 미림이나 설탕 같은 조미료 이것저것 넣어서 간장소스 만든 다음 사골국에 넣어서 간 맞춰서 만들었다. 우육면 느낌도 아주 살짝 나고 고기 국수 같기도 하고 아무튼 즉흥적으로 만든 것 치고는 맛있어서 이틀 연속으로 해먹었다. 

 

주말에 빼빼로 먹으면서 영화도 봤다. 라이언이랑 춘식이가 귀여워서 찍어봄

 

동행자를 위한 케이크. 귀엽긴한데 맛이 묘하다는 것이 동행자의 평 ㅠ

 

하동관으로 해결한 주말 점심. 간만에 먹으니 너무 맛있다. 여기도 일년에 두어번은 와줘야겠다. 

 

저녁에는 훠궈를 먹으러왔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제대로 된 훠궈집에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

시스템이 낯설고 너무 복잡해서 정신 못 차렸다. 그래서 고기 사진도 못 찍음

 

5년만에 만나는 15년지기 친구와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2차로는 맥주집에서 진미채 튀김을 먹었다. 중학교때 같이 피시방 다니던 친구와 맥주를 먹으니 감회가 새롭긴 하더라.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다들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아가는구나 역시.

 

앞선 동기의 퇴사의 충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데, 또 다른 동기가 퇴사를 선언했다. 너무 아쉽고 섭섭한데, 어떡해, 갈 사람은 가야지. 

가성비 스테이크집에서 둘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각자의 걱정과 고민이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동기점심. 평양냉면에 수육, 빈대떡을 먹었다. 원래 평양냉면도 안 먹는 친구였는데.. 크흑. 역시나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블루보틀에서 알찬 토크 나눴다. 아쉬운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바이바이

11월에 떠난 두명 모두 잘 되길 응원하는 마음 뿐.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내 길 잘 헤쳐나가기를 응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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