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월간 연료충전일지 김야매 2023. 4. 10. 23:02
겨울과 봄과 여름의 경계를 오락가락했던 3월의 식사일지. 3월은 이자카야에서 일본 음식을 먹으며 시작. 작년에도 한번 왔었던 곳인데, 여길 다시 방문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굴튀김 때문. 이렇게 빵가루 두껍게 묻혀 바삭하고 폭신하게 튀겨낸 굴튀김이 먹고 싶었다. 굴튀김 다시 먹으려면 다음 겨울까지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깐 얼른 찾아가야지. 회사 점심으로 간만에 파스타를 먹었다. 치킨 바질 파스타였는데 어째 숙취때문에 괴로웠던 기억만.. 챙겨보는 유튜버의 쿠킹클래스가 있길래 동행자와 다녀와봤다. 쿠킹클래스지만 요리를 직접 따라 하는 건 아니었고, 유튜버가 요리를 시연하는 걸 구경하는 컨셉이었다. 제법 흥미로웠고, 토마토 파스타는 맛있었으며, 리조또는 내가 집에서 해먹던 것과 유사한 맛이어서 전반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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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1. 5. 5. 00:14
일요일 오전엔 짜파게티를 먹듯이 토요일 점심엔 맥도날드를 먹는 것이 인지상정.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할말은 없으나 본인은 어렸을때부터 토요일 점심엔 맥도날드를 먹는 것이 맞다고 믿고 살아왔던 것 토요일 점심의 맥도날드. 특별한 버거를 먹고 싶은 마음은 없더라도 특이한 버거가 있으면 한번 도전해보기에 딱 좋은 시간대. 안 그래도 맛있는 빅맥에 베이컨을 넣었으니 절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넣지 않아도 맛있는 빅맥에 굳이 베이컨을 넣을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 이날따라 눅눅했던 감자튀김.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 이럴 때를 대비해 맥윙도 두 조각 주문했기 때문. 맥윙마저 눅눅할 줄은 미처 몰랐음. 그래도 소스 찍어 먹으니 먹을 만해 맥윙 이름값에 체면치레는 성공. 빅맥-베이..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0. 3. 20. 20:35
어릴 적엔 그런 로망이 있었다. 월가의 증권맨마냥 밥 먹을 새 없이 바빠서 한 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남은 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리며 일하는 그런 로망. 쌍심지가 들어간 눈은 모니터에 고정한채, 손에 든 햄버거는 쳐다보지도 않고 우겨넣으며 정신없이 일하는 직장인에 대한 로망.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런 로망이 있었다. 놀랍게도 코로나가 그 로망을 실현시켜주었다. 재택 근무로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수확이다. 묵직한 더블쿼터파운더치즈 버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렸다. 사실 두드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른손 검지를 세우고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콕콕 찍어서 문장을 완성하고 업무를 진행했다. 혹시나 케찹이 키보드에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0. 1. 26. 14:04
내가 메가맥을 처음 만났던 건, 글쎄, 2016년쯤 이었을 것이다. 판매는 2015년부터였는데 그때는 내가 군인이었으니 이듬해에서야 메가맥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 메가맥은 히든 메뉴였다. 메뉴판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포스기에는 찍혀있는, 맥도날드 직원과 매니아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그 존재가 알려져 있던 그런 버거였다. 메가맥을 처음 먹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카운터 앞에 서서 수줍게 이야기했다. "메가맥이라고... 혹시 되나요?" 점원은 옆 직원과 잠시 수근대고는 이렇게 물었다. "네, 됩니다. 세트 맞으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점원은 라지 세트를 먹겠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카드를 내밀었다. 메가맥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렜다. 순서를 기다리며 카운터 너머로 주방을 구경했..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19. 10. 18. 22:37
얼마 전 맥올데이에서 빅맥이 빠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신메뉴인 슈슈버거. 일종의 세대 교체 같아 보인다. 오랜기간 대표 메뉴였던 빅맥을 대신해 새로운 버거를 마케팅 전면에 등장시켰으니까. 하지만 세대교체라는 말이 여기에 적확한 표현일까. 우선 세대교체란 힘이 빠지거나, 곧 빠질 예정인 전 세대가 존재할 때 성립할 수 있다. 지금 이 케이스에 적용하면 빅맥이 그 노쇠해가는 전 세대다. 빅맥은 예전에도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맥도날드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빅맥을 찾는 객은 여전히 많다. 세대 교체의 대상이 될 알량한 메뉴라기 보다는 길게 함께할 클래식이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지만 이럴때 쓰라고 있는 표현이니까 한 번 쓰자면, 클래스는 영원하다. ..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김야매 2019. 8. 5. 15:47
한국에 돌아온 뒤로 어쩐지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집밥이 맛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집에 가면 맛있는 반찬과 따뜻한 밥이 있으니, 굳이 밖에서 밥을 해결하지 않으려하고, 그러다 보니 또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빅맥의 불량하면서도 밸런스 잡힌 그 맛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미 오늘도 맥도날드 가기엔 그른 것 같으니, 미국에서 먹었던 햄버거를 이어서 기록해볼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로 놀러가던 날 아침, 공항에서 먹었던 쉑쉑버거입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미국의 평균 물가 사이에서는 나름 저렴이 느낌이 납니다. 그건 물론 감자와 밀크 쉐이크를 안 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버거든 단품만 먹으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