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계무량, 당산 - 힙한 분위기의 옛날 치킨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 21. 08:44
'힙하다'란 형용사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떨 땐 깔끔하고 세련된 곳을 얘기할때 쓰는 것 같다 싶다가도 또 어떨때는 수더분한 노포를 수식할때 붙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가 이해한 '힙하다'라는 것은 그냥 젊은 세대가 좋아할만한 그런 분위기를 지칭하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물론 저도 젊은데다가 한때는 비주류병 말기로 온갖 마이너한 것들을 쫓아다니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놈의 힙한 것들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식었고 귀찮습니다. 이젠 그냥 내가 좋은 게 좋을 뿐입니다. 막상 서두를 '힙함'으로 시작했지만 찍어놓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오늘의 식당은 딱히 '힙함' 과는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미 이렇게 한문단 적었으니 지우기는 아깝고, 오늘의 식당은 그냥 힙한 걸로 하고 글 이어나가보겠습니다. 당산역에 위치한 '감계무량'입니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시장 스타일 통닭을 파는 가게 입니다.
어둑어둑할 쯔음 가서 가게의 전면이 사진에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귀여운 곰돌이가 가게 꼭대기에 치킨을 들고 서있습니다. 역시 곰도 육식 동물인 것입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감계무량은 주택 한 채를 통으로 개조한 식당입니다. 일단 주택 개조했으면 기본적으로 '힙' 1스택 쌓고 갈 수 있습니다. 1층과 지하 1층에 좌석들이 있습니다.
감계무량의 마스코트는 이 맥주를 끌어안고 있는 곰돌이인 모양입니다.
늦은 시간 방문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길래 가게 내부 구조도 찍어보았습니다. 힙한 외부에 비해서 내부는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힙함을 좀 더해주려면 골동품점에서 옛날 물건이랑 테이블 같은거 잔뜩 사서 갖다 놓고, 70년대 신문 좀 붙이고, 벽도 좀 뜯어서 내부 골조도 좀 보이게 해놓고 하면 되겠지만 전 지금이 더 좋음
감계무량의 주요메뉴는 치킨과 닭똥집 튀김입니다. 가격은 15,000원 선으로 치킨 치고 꽤 저렴한 편입니다.
국산 생맥주가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왠지 이곳 마스코트도 곰이니까 오비를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반사적으로 오비를 시켰습니다. 이것은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인 것입니다..
치킨이 나왔습니다. 튀김옷이 얇은 옛날 시장 통닭 스타일입니다. 현재의 한국 치킨계는 BBQ류의 두번 튀긴 바삭하고 두꺼운 튀김옷을 두른 후라이드 치킨이 장악하고 있고, 튀김옷이 얇은 치킨은 비주류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제대로 튀긴 시장스타일 통닭을 먹기 전까지는 후자의 치킨이 일종의 열화 버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LA의 한 한인술집에서 제대로 튀긴 치킨을 먹고 나서는 그런 편견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튀김옷이 얇아도 제대로 튀겼다면 그 바삭함은 두번 튀긴 비비큐에 뒤지지 않습니다. 그저 제대로 튀긴 시장통닭을 만나기 힘들뿐인 것입니다.
가격도 15,000원으로 저렴한 편인데 양도 상당히 푸짐합니다. 맥주 가격도 착한 편인 것을 고려하면 가성비 좋은 치맥집으로 기억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의 치킨 맛은 어떨까요. 튀김옷은 얇아도 잘 튀긴 치킨일까요. 첫 점은 실수로 뻑뻑살을 집었기 때문에 대강 먹고..
감계무량의 치킨은 꽤 모범적으로 튀겨졌습니다. 얇은 튀김옷이지만 단단하고 크런치하게 잘 튀겨지며 연한 속살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비를 이룹니다. 속살에 육즙이 잘 살아있어 먹기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간도 잘 되어있으나, 다만 살 자체에는 간이 조금 약한 편이라서 후라이드만 먹기에는 금새 물립니다.
그런 애로사항은 소금과 양념소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치킨 자체에 맛에서 감동을 느낄 정도로 특별한 치킨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튀겨진 치킨이라는 감상입니다. 특히 가격을 고려하면 훌륭한 맥주 안주.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엔 닭다리 하나만 남았습니다. 피튀기는 눈치싸움끝에 이 닭다리는 명품시계를 찬 형이 차지하는 것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닭똥집 튀김을 먹으려 하루를 마무리하려했으나 안타깝게도 재고 소진으로 깡맥주만 때리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비정기 간행물 > 고메 투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짱과 후쿠마루, 광명사거리 - 자주 먹고 싶은 라멘 (0) | 2020.01.23 |
---|---|
파코로코, 논현동 - 타코 열풍을 기다리며 (0) | 2020.01.22 |
참새방앗간, 당산 - 좋은 술안주의 덕목을 찾아서 (0) | 2020.01.20 |
마레수, 논현동 - 가끔씩은 건강하게 샐러드 (0) | 2020.01.17 |
마이니치라멘, 언주역 - 아부라소바를 아시나요 (2) | 2020.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