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2. 6. 08:51
한 때 왕십리의 김치찌개 패권은 시장 골목 안에 위치한 '장이구이집'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호명은 장어구이집이지만 장어구이보다는 김치찌개로 유명한 곳으로,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맛으로 왕십리의 수많은 술꾼들과 학생들을 끌어당겼죠. 그러던 어느 날 혜성 같이 나타난 신인이 왕십리 김치찌개 패권에 도전합니다. 그 도전자의 이름은 이돈집. 그 선택지 풍부한 왕십리 상권에서 매 점심마다 줄세우기를 하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김치찌개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가게도 깔끔했으니 이유있는 돌풍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장어구이집이 휘청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술먹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장어구이집으로 가고 밥먹고 싶은 사람들은 이돈집으로 향하며 사이 좋게 왕십리 김치찌개계를 양분했다는 훈훈한 결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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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2. 4. 08:48
나의 한양대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추억여행은 계속 됩니다. 오늘의 식당은 왕십리 알촌 골목에 위치한 와와입니다. 일종의 퓨전경양식을 파는 곳인데 사실상 분식의 범주로 넣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볶음밥과 돈까쓰가 주력 메뉴입니다. 저는 항상 이 집의 볶음밥을 좋아했는데 제 친구들은 그렇지 않아서 마음만큼 자주 오지는 못했던 식당입니다. 와와 가자고 친구들을 꼬시던 기억들이 나네요. 왕십리를 떠나기전 한번쯤은 다시 먹고 싶어 들러봤습니다. 한때 왕십리 분식 계의 심볼과 같았던 알촌 바로 반대편에 위치했습니다. 밥집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골목의 중간 쯤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꽤 오래된 축에 속하는 식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면 제가 신입생일때부터 이 모습 그대로 허름했거든요. 와와의 놀라운 점..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2. 2. 08:49
학교 앞 시장 골목에는 분식집이 참 많았습니다. 알촌의 전신이 되는 노벨분식부터 해서 맛나분식, 그린분식, 또 무슨분식, 무슨분식해서 그야말로 분식점 전성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 분식점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맥주집, 고깃집들이 들어서더라구요. 노벨분식은 알촌에 전념하면서 시장에 있던 가게 운영을 접고, 맛나분식은 고깃집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결국 이 시장 골목에 남은 분식집은 이제 몇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맛나분식을 참 자주 들렀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곳의 치돌알(치즈돌솥알밥)을 먹을 수 없게 됐네요. 왕십리에서 먹었던 첫 끼가 바로 그 치돌알이었기에 애정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는데.. 뭐 어쩌겠습니다. 자본 논리에 따라 상점이 빠지고 들어오고 하는 것은 아담 스미스가 말한 사회의..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21. 08:44
맥도날드 10미터 거리에서 벌써 십년 넘게 성업 중인 햄버거 집이 있습니다. 그냥 성업인 것도 아니라 2호점을 낼 만큼 장사가 잘 된다면 그 집의 햄버거 맛은 먹어보지 않아도 믿을 만한 것이겠지요? 바로 한양대 정문 맞은 편 맥도날드 옆에 위치한 밸런스 버거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신입생일 때 부터 꾸준히 학생들이 드나들던 가게입니다. 물론 대학 상권인지라 원체 수요가 많지만, 그럼에도 맥도날드 바로 옆에서 벌써 십년째 햄버거를 팔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도 참 좋아하는 집입니다. 맥도날드보다 이곳의 햄버거가 훨씬 더 맛있다고 하는 친구들도 꽤 많았습니다. 저야 물론 맥도날드 파였지만은.. 그럼에도 친구들의 피어 프레셔에 못이겨 종종 들르곤 했습니다. 빅맥이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들..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6. 13:01
나만 알던 가수가 갑자기 확 떠버려서 슈퍼 스타가 된 기분을 아시나요. 나만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가 이제는 길거리마다 흘러나옵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가 잘 되었으니 기분 좋을 일이긴 한데, 마음 한켠으로는 어딘가 모르게 시원섭섭한 기분. 저에게 학교 앞 우동집 우동가조쿠가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끼리만 아는 우리들의 맛집이었는데, 티비 몇 번 타더니 그만 줄까지 서는 만인의 맛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매번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서 우동 한 그릇 먹기도 힘이 듭니다. 예전에는 만만하게 드나들 던 집이었는데.. 뭐 어쨌건 우동가조쿠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우동이 맛있었기 때문이죠. 이제서야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아쉬워 할 것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어쨌든 여전한 맛으로..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0. 21. 00:04
왕십리를 떠나기 전, 그간 제가 사랑했던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라멘입니다. 학교 앞 상권에 일락을 필두로 몇몇 라멘 집들이 있지만 저는 라멘이 땡길때면 항상 이 곳을 찾았습니다. 비록 성동구청 앞까지 10~15분가량 더 걸어나와야 했지만 그래도 좋은 한 끼를 위해서 충분히 감수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라멘 1세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성화생라멘에서 간만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왕십리역에서 성동구청 방면으로 나와 조금 걸어야 합니다. 대로변에 있기에 금새 찾을 수 있습니다. 성화생라멘은 라멘 1세대로써 매니아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라멘 노포 호프켄의 한국 분점을 신도림에서 운영하시던 사장님이 장사를 접고 자리를 옮긴 곳이 바로 성화생라멘입니다. 가게 외부에도 일본어로 된 라..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9. 25. 22:07
대학 생활도 드디어 마지막 학기를 맞았습니다. 입학한지 햇수로 벌써 8년째이니 이제 졸업할 때가 되긴 했습니다. 8년 간 왕십리를 꾸준히 다녔습니다. 술도 많이 마시고 밥도 많이 먹었습니다. 자연스레 왕십리에도 마음이 가는 음식점들이 생겼습니다. 아마 근 8년간은 그 어느 곳 보다 음식을 많이 사 먹은 동네니까요. 마지막 학기를 맞아, 대학 생활을 마무리도 할겸 그간 제가 애정했던 식당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라진 식당도 많고 맛이 변한 곳도 있지만 여전한 식당들도 있습니다. 그 위주로 몇 군데 포스팅해보려합니다. 뭐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감이 안오네요. 어쨌든 그 첫번째 타자는 입니다. 가을 학기의 시작무렵에는 날씨가 참 좋습니다. 노상까지 좋은 날씨입니다. 예전 같으면 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