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고기, 보라매 - 쫀쫀하고 육질 좋은 돼지고기를 먹다

소고기에 비해 돼지고기는 어디서 먹어도 다 비슷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편인데요. 저희 동네 인근에 그런 인식을 깨뜨려줄만큼 돼지 육질이 남다른 고기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남영돈, 길목, 땅코참숯구이 등을 거치며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돼지고기 식당을 방문하며 괜찮은 고기들을 먹어봤는데 이곳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보라매에 위치한 '월화고기' 입니다. 

 

월화고기는 보라매공원 후문 방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교 본사 바로 앞 하얀 건물입니다. 월화고기가 건물을 통째로 다 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 고기집 생긴지는 꽤 오래됐는데요. 인근 주민으로 오래전부터 봐왔던 곳이지만,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 고기집에 선정됐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구미가 끌리지 않아 방문할 생각도 안해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 고기 꽤 괜찮다는 소문을 종종 들어왔음에도 먹거리 X파일이 주는 거부감이 너무 컸습니다. '착한'이 들어간 음식은 어쩐지 맛이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잖아요.  

 

2층과 3층을 모두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층에는 이런 정육점스타일 조명도 설치되어 있구요,

 

3층에는 테이블들이 넓직넓직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테이블 간격도 넓어 식사하기 나쁠 것 없는데 그렇다고 아주 고오급스런 분위기는 아닙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저는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갈매기살을 먹을 예정. 목살에는 대통령상 받았다는 목살과 그것보다 2,000원 더 비싼 듀록 100% 목살이 있습니다. 보통 식당에서는 듀록 품종을 쓰더라도 교잡종을 많이 쓰는데 이곳에서는 순혈 듀록 목살을 판다는 것. 가능하면 듀록 목살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날은 품절이었습니다. 흑흑

참고로 듀록은 돼지 품종 중 하나로 일반돼지보다 근내지방이 많고 고소한 맛을 낸다는데 저도 먹어본적은 없어서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인 수저세팅은 이렇습니다. 공용수저통 없이 개별포장되어 나옵니다. 예약하면 밑에 깔린 종이에 이름도 인쇄해줌

 

로고냅킨이라 찍어봤습니다.

 

밑반찬은 이렇게 깔립니다. 무김치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직접 잘라 먹어야해서 살짝 귀찮기는 합니다. 

 

샐러드는 그냥 샐러드였습니다. 사실 저는 손도 안댐

 

 고기는 가스식 불판에서 굽습니다. 우측에는 파김치 같은 것을 기름에 끓이는데 새콤매콤한것이 이따 고기랑 궁합이 상당히 좋은 편.

예열은 열심히 해주는 편입니다. 온도계까지 써서 불판 온도를 체크해주기 때문입니다.

 

소금과 후추가 한통에 들어있어서,

 

이렇게 앞접시에 살짝 갈아두었습니다. 나중에 먹다보니 알게된 사실이지만 어차피 고기에 소금을 충분히 뿌려 굽기때문에 소금을 많이 갈아 놓을 필요는 없었다는 것. 

 

목살 (14,000원, 1인분/ 상단) / 삼겹살 (14,000원, 1인분/ 하단)

불판이 충분히 예열되자 고기를 올려줍니다. 고기 굽기는 직원분이 직접 맡습니다.

역시 1인분 만원 넘어가는 고기집에 가면 구워주기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저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고기 두께가 꽤 있는 편이라 중간에 한번 잘라 다시 익힙니다. 선홍빛 고기가 굉장히 그럴듯해보이네요

 

직원분이 구워주니까 할게 없어서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추 익어가는 고기들.

 

썸네일용으로도 한장찍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합니다. 먼저 집은 것은 목살. 입에 넣고 씹는데 살코기 부위의 근섬유가 쫀쫀해서 확실히 탄력이 좋습니다. 

 

확실히 돼지의 육향이 있습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특유의 꼽꼽한 향이 기분좋게 코를 건드립니다. 딱히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해 꼽꼽하다고 했지만 확실히 누린내와는 다른 느낌. 

 

삼겹살도 한점 먹습니다. 살코기와 지방 부위가 적당히 배합되어 그리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스타일. 보통 삼겹살보다 지방의 비중이 낮은 편입니다. 

 

삼겹살의 살코기도 적당히 쫀쫀하고 좋습니다. 

 

자가도정 공기밥 (2,000원)

가게에서 직접 도정한 쌀로 짓는다는 공기밥입니다. 스뎅그릇에 안주는 것만으로 감사한데 밥맛까지 좋으니 더할나위 없습니다. 사실 솥밥도 있길래 솥밥을 주문하려 했으나 이 날은 이미 매진된 상황이어서 그냥 공기밥으로 만족했습니다. 

 

된장찌개

서비스로 딸려나오는 된장찌개입니다. 다른 고깃집 된장찌개에 비해 간이 강하지 않은 타입. 사람에 따라서는 밍밍하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강렬한 된장찌개 맛보다는 이런 스타일이 더 좋긴 한데, 고기랑 먹을때는 확실히 자극적인 찌개가 땡기기는 합니다. 

 

아무튼 다시 고기로 돌아옵니다. 아까 불판 한켠에서 끓던 파김치와 함께 먹는데, 맛의 궁합이 상당히 좋습니다. 파김치의 새콤한 맛이 고기의 기름기를 싹 잘라내주면서 동시에 고소한 향을 덧붙입니다. 

 

삼겹살을 곰곰히 씹으며 생각해보니 이건 육질 좋은 돈카츠를 먹을때의 느낌과도 비슷합니다. 좋은 품종 돼지를 써서 육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돈카츠의 살코기 부분만 떼와서 먹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살코기가 상당히 쫀쫀하다보니 자칫 퍽퍽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너무 밀도 높은 근섬유때문인지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힌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쫀득한 고기를 쩍쩍 씹어가며 거기서 흘러나오는 향을 즐기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아주 특출난 맛으로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돼지고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분명 만사천원의 가치는 하는 돼지고기입니다. 일반적으로 만나는 목살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름기가 좀 더 있는 스타일의 돼지고기가 좋긴합니다. 

 

갈매기살 (15,000원, 1인분)

2인분만으로는 배가 차질 않아서 갈매기살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달궈진 불판에 올려놓고 굽습니다. 이번에도 고기 집도는 직원분이 전담해줍니다.

 

고기가 점점 구워질수록 점점 쪼그라드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튼 적당히 고기를 잘라줍니다. 

 

다 익을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먹습니다.

 

아까 까먹고 안 먹었던 파채와 함께 먹기로 합니다. 

 

갈매기살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앞선 삼겹살과 목살은 맛있는 것도 알겠고 다른 고깃집보다 육질이 좋은 것도 알겠는데, 뭔가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면, 갈매기살은 단연 돋보이는 맛입니다. 아무래도 고기 자체에 기름기가 좀 살아있다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지방의 풍미가 고기 먹는 재미를 돋웁니다. 

 

쫄깃한 육질안에 담긴 고소한 고기향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갈매기살 안 먹고 집 갔으면 살짝 억울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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