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해전, 노량진 - 가을 전어 시식기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9. 28. 08:30
흔히 가을 전어가 맛있다고들 합니다. 아직 뼈가 억세지기 전에 세꼬시로 뼈째 먹는 가을 전어 맛이 그리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가을됐으니 올해도 전어에 소주 한 잔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아직 전어를 먹어본적이 없더라구요. 생각난김에 노량진으로 바로 달려가 전어회를 먹고 온 이야기입니다.
노량진에 위치한 노량해전에 방문했습니다. 나름 노량진에서 장사 잘되는 횟집이라길래 찾아갔습니다. 사실 노량진 주변 사는 사람들은 노량진 수산시장 비싸다고 잘 안 가는 것이 국룰입니다.
가게 내부는 꽤 넓직합니다. 그냥저냥 평범한 횟집스타일.
메뉴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팔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는 전어를 먹으러왔기에 다른 메뉴는 보지 않고 바로 전어회부터 주문했습니다.
기본 양념세팅. 와사비와 막장이 나오는군요. 중간은 초장을 뿌리는 자리입니다.
마늘 고추 두부 상추에 미역국도 나옵니다. 미역국은 간이 잘 잡혀있어 소주 안주로 먹기 적당합니다.
전체적인 테이블 세팅은 이렇습니다. 기왕이면 메뉴가 나오고 찍을걸 그랬습니다. 아무튼 전어회를 기다리며 소주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전어회만 먹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함께 주문한 새우튀김입니다.
튀김옷 복슬복슬하게 묻혀 나오는 새우튀김. 만원에 8피스가 나오니 이정도면 가성비도 괜찮은 편 같군요.
복슬복슬한 튀김옷은 일견 돈까스의 튀김옷을 닮았습니다. 먹어보면 파삭파삭 바스라지는 튀김옷 식감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름을 먹어도 지나치게 먹은 튀김옷인지라 금방 입안이 느끼해집니다. 뜨끈할때 먹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식고 나면 느리끼리한 기름기에 입을 대기 힘든 스타일. 친구는 딱 한 조각 먹고 느끼해서 못 먹겠다고 보이콧 선언을 했습니다. 저는 기본특성으로 느끼함 내성을 갖고있기 때문에 남은 7조각을 독식할 수 있었습니다. 개꿀..이긴한데 저도 먹다보니 좀 느끼했던 것입니다.
야호 스끼다시타임.
콘치즈라고하기엔 치즈가 적은 옥수수 스끼다시가 나왔습니다. 근데 저는 먹은 기억이 없는걸보니 제가 새우를 먹는 동안 친구가 콘치즈를 독식했던 모양입니다.
계란찜은 새우튀김과도, 전어회와도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지만 소주 안주로는 적합해서 애용했습니다.
전어회 2만원 어치가 나왔습니다. 세꼬시로 뼈째 슥슥 썰어 나왔습니다.
붉은기가 살짝 돌고 기름기가 반지르르한 것이 보기만해도 소주를 부르는군요.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는 전어의 지방함량이 가을에 특히 높기 때문입니다. 다른 시기의 전어보다 기름기 많아 특히 고소하다는 것.
클로즈업해서 찍었더니 반질반질한 윤기가 군침 삼키게합니다.
전어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딱히 더이상 쓸 멘트가 없는 김에 재미있는 전어팩트 하나. 전어錢魚의 '전(錢)'은 돈 전 자를 씁니다. 돈 생각도 안하고 마구 사들일만큼 맛이 좋은 생선이라는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시식합니다. 일단 전어만 한 점 집어 맛봅니다. 고소한 맛이 꽤나 좋습니다. 살은 살대로 오동통해서 좋고, 속에 들은 뼈는 억세지 않아 쉽게 씹힙니다. 특히 뼈를 씹으면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데 왜 가을전어 가을전어하는지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확실히 전어는 쌈에 싸먹을때 그 진가를 확실히 발휘합니다. 양념장 살짝 찍은 마늘과 함께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으면 마늘향과 초장의 맛이 고소한 전어의 맛을 크게 살려줍니다.
막장에도 크게 발라 깻잎과도 먹습니다. 금방 쳐낸 회의 특성상 맛 성분이 충분히 분해되지 않아 고소하고 탱글하지만 맛이 다소 비어있게 되는데, 그 빈 부분을 막장이 튼실하게 메웁니다. 거기에 깻잎과 마늘의 향이 덧붙여지니 한 쌈으로 완결되는 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어회 맛의 가장 큰 매력 지점은 바로 고소한 맛입니다. 살이 함유하고 있는 지방의 고소함과 뼈를 씹을수록 올라오는 고소함이 더해져 목구멍으로 회를 넘기고 나면 바로 소주 한 잔이 땡기는 맛.
그래서 바로 따라 마셔줍니다. 사실 저는 소주를 그렇게 좋아하는편은 아닌데, 안주가 좋으니 쭉쭉 들어갑니다.
그냥 호기심에 와사비간장이랑도 먹어봤는데, 괜히 시도한 느낌. 막장이나 초장에 찍어먹는게 더 맛있었던것입니다.
뼈째 먹기에 다소 먹기 불편하지 않겠나 싶기도 했지만 먹어보니 정작 뼈가 매력포인트입니다. 쫄깃한 살의 식감으로만 먹는 다른 활어회와 달리 뼈의 고소함이 있으니 맛이 한층 더 입체적인 느낌. 확실히 뼈가 억세지 않다보니 먹을때 그리 거슬리지도 않습니다. 가을 가기 전에 전어 한번 더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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