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국빈관, 서촌 - 고소하고 육즙 풍부한 한우 구이

제가 돈을 버는 이유는 비싼 음식을 손 떨지 않고 사먹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소고기를 사먹으러 갔던 이야기. 서촌에 위치한 '통의동 국빈관' 입니다. 

 

국빈관은 경복궁 바로 옆 길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골목길에 나있는 작은 샛길로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나오는데, 별 생각 없이 지나가면 있는지 눈치조차 채기 어려울만한 곳입니다. 

 

이름이 다소 나이트 같지만 공간 내부는 굉장히 고급스럽습니다. 

 

메인 입구로 진입하면 중정이 나옵니다. 정원 한켠에서는 양념갈비를 초벌구이하고 있습니다.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모두 한옥 양식으로 매끄럽게 지어졌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쁜 공간이라 살짝 놀랐습니다. 허둥지둥 찍느라 제대로 사진에 담아내지 못한 듯. 

 

평일 저녁에 방문했는데, 미리 예약을 해서 망정이지 워크인으로 들어왔으면 못 먹고 나갈 뻔 했습니다. 오픈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듯한데 꽤나 인기가 있는 듯.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가격대는 어느정도 있는편. 소고기 먹으러 자주 다니는 편은 못되는지라 한우 기준으로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테이블 한 켠에 밑반찬들이 준비됩니다. 근데 이거 아니어도 먹을게 너무 많아서, 놀라우리만큼 단 한번도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소고기를 찍어먹으라는 간장수란소스도 나옵니다. 터뜨려서 잘 섞은 뒤 고기를 찍어먹으면 됩니다. 

 

수저는 당연히 개별포장되어 나오구요. 

 

기본적으로 선지국이 국물로 준비됩니다. 조금 떠서 먹어보니 꽤 괜찮습니다. 조미료 잔뜩 넣은 자극적인 맛은 아니고, 차라리 애피타이저로 먹기 좋을 순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탄 양념소갈비 (58,000원, 2인분)

일단 1인분에 2만9천원하는 양념소갈비가 나왔습니다. 양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상에서 벗어나는 수준은 아닙니다. 

 

연탄에서 초벌만 해서 나오는데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 비주얼.

 

고기는 처음에는 직접 구워주고 이후에는 손님이 굽되 요청하면 직원이 구워주시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은 처음 고기를 불에 올리는때라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셨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 점 집어 입에 갖다넣는데, 바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념도 양념이지만 고기 자체가 갖고 있는 풍부한 육즙과 소고기의 고소함이 그대로 입안에 가득 퍼집니다.

고기가 맛있으니 양념도 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념은 살짝 간만 더하는 느낌으로 지나가는데 그것만으로 고기 자체 맛을 더욱 잘 살려줍니다. 

 

앞서 나왔던 양념 소스에도 쿡 찍어 먹어봅니다. 일단 고기가 맛있으니 양념이 뭐든 다 좋군요. 

 

속까지 굳이 익히지 않고 되는대로 입에 집어 넣습니다. 이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특상 한우 짝갈비 모둠 (78,000원, 2인분)

이번에는 양념 대신 생갈비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인분에 3만9천원. 이미 시동이 걸려버렸으니 멈출 수 없는 것..

 

몇 점만 올려서 구워봅니다. 불이 좋아서 금방금방 익습니다. 아마 갈빗살부터 구웠던 듯.

 

최근 먹은 모든 소고기를 능가하는 맛이었습니다. 특히 고소한 소기름 향이 인상적입니다. 평상시에 먹는 소고기에서 맛볼 수 없는 육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고기 지방에서 우유처럼 고소한 향이 확연하게 느껴집니다. 

 

식감도 부드럽고 무엇보다 지방맛이 고풍스럽게 입안을 감쌉니다. 기대 이상의 맛. 

 

가격은 비싸지만 이정도 맛이라면 아깝지 않겠습니다. 

 

우설 (34,000원)

마무리는 우설로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떼깔 곱네요. 

 

강한 불에 슥슥 굽습니다. 너무 익히지 않는 것이 관건. 

 

한 점 집어 레몬 조금 뿌리고 먹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갈빗살만큼의 고소함은 아니지만 우설 특유의 기분 좋은 지방맛이 살아있고 무엇보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거기서 뿜어나오는 풍성한 육즙이 너무 좋습니다. 

 

인당 금액은 10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가성비 좋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게 분위기나 고기의 맛을 생각했을때는 결코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습니다. 나중에 또 특별한 날이 되면 다시 찾아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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