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 민물장어, 논현 - 쫀득하고 탱글탱글한 장어 구이

장어 참 맛있는데 비싸서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몸과 마음이 지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가끔씩은 스스로를 위해 투자를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장어를 먹고 나면 정말로 몸에 힘이 솟구치는지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느낌이라도 내보려는 것입니다. 논현동에 위치한 '남서울 민물장어' 입니다.

 

'남서울 민물장어'는 9호선 신논현역과 언주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로 방문하면 다소 애매한 위치. 언덕배기에 있어서 역에서 걸어갈 때 다소 각오해야함

 

가게 내부에 테이블은 널찍널찍하게 간격을 두고 있고 더 안쪽으로는 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 가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편이라는데 이 날 저희는 일요일 늦은 점심 애매한 시간에 찾아가서인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장어구이 기반에 어떤 양념을 더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냥 장어구이는 간장 앙념, 소금 구이는 소금 양념, 고추장 구이는 고추장 양념을 발라줍니다. 3가지 장어구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구운 후 마지막에 각기 다른 양념을 더하는 식이기에, 장어가 구워지는 도중에도 메뉴 변경이 가능하지만 주문할때 부터 무얼 먹을지 미리미리 이야기해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주방에서 초벌 후 양념까지 발라서 나오는 경우도 있는 모양.

 

장어는 요런 전기그릴에서 구워질 예정입니다.

 

가격대가 꽤 있는 식당인 만큼 공동 수저통을 쓰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개별 포장된 식기를 볼 때마다 모범사례인양 자꾸 따로 적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한 잔 씩 따라 나오는 장어 쓸개주 입니다. 노란 빛에 뭔가 되게 특별할 것 같지만 맛 자체는 그냥 소주 비스무리합니다. 조금 순해진 소주 느낌이랄까요. 아직 이런 술의 참맛을 느끼기엔 아직 제 소주 내공이 모자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소주 맛은 써요..

 

기본으로 나오는 장어 뼈 바싹 구운 것. 비주얼은 그닥 군침돌지 않지만,

 

먹어보면 은근히 까득까득 부서지는 식감도 괜찮고, 무엇보다 기름기에 어울리는 적절히 짭짤한 간이 절묘해서 계속 손이 갑니다. 뼈에서 오는 고소함도 한 몫하구요. 맥주 안주로 먹고 싶네요.

 

장어 구이 (36,000원, 200g), 소금 구이 (36,000원, 200g)

저희는 장어 구이 하나와 소금 구이 하나 해서 총 400g어치를 주문했습니다. 꼬리까지 통째로 두 마리가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양념을 바르지 않았기에 소금구이와 장어구이를 구별할 수는 없는 상태.

 

껍질의 쫀득한 찰기가 보기만해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도 구이 집도는 직원 분께서 직접 맡아주십니다. 손님들은 손 하나 까닥 안해도 되는 시스템.

 

도톰한 장어는 구워지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치만 어차피 제가 굽는 것도 아니니 밑반찬이나 먹으면서 차분히 기다려주면 되겠습니다.

 

밑반찬 상차림 모두 상태 좋습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추 무침, 양파절임, 쌈채소, 동치미인데, 앞 세 가지는 장어와 함께 먹기에 좋고, 동치미는 장어 먹고 난후 입에 남는 기름기를 지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갓김치, 멸치볶음, 명이나물 역시 모두 평균 이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밑반찬에 관심을 주고 있으니 어느새 장어 구이가 거의 다 익어 갑니다.

 

그럼 직원 분이 와서 소금과 간장 양념을 각각 발라준 후 마지막으로 조금 더 굽습니다.

 

드디어 노릇노릇하게 거의 다 익은 장어.

 

가차 없이 토막내어 먹기 좋은 모양으로 만듭니다. 

 

아직 먹지 않았지만 이미 탱글탱글함이 입에서 느껴지는 듯합니다. 시각과 미각이 연결되는 공감각적 능력이란 이런 것입니다.

 

사진이 맛있게 나오는 각도를 찾기 위해서 재차 촬영

 

해보지만 이래 찍나 저래 찍나 비슷하단 사실을 깨닫고 포기함

 

슬슬 장어를 맛보기 시작합니다. 우선 소금구이부터 집어 들었습니다. 

 

장어구이를 다른 생선구이와 차별화 시켜주는 포인트인 찰기 있고 쫀득한 장어 껍질도 적당히 잘 구워졌습니다.

 

포슬포슬하게 엉커있는 장어 살덩이가 보기만해도 탐스럽습니다. 

 

장어 살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데, 장어 껍질의 쫀득한 식감과 기름기가 흩어지는 살덩이를 힘있게 끈끈하게 묶어줍니다. 바스라지려는 부드러운 속살과 끈끈한 껍질의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입안에서 생동감있게 느껴지니 이 장어의 식감을 탱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겠습니다. 

 

이번엔 간장 양념한 장어 구이도 한 점 집어 먹습니다. 

 

막판에 간장 양념을 발라 구운 장어구이에는 간장 양념이 속살 까지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구이에 짠맛을 부여해 장어 특유의 기름기와 조화를 이룹니다. 또 간간하게 느껴지는 민물장어 특유의 비린내를 간장이 몰아내는 역할도 합니다. 비린내라고 할지 장어 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모두에게 호감있게 받아들여질만한 냄새는 아니기에, 일반적으로는 간장 구이가 좀 더 무난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린내에 그닥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면 소금구이를 좀 더 추천합니다. 어차피 간장 소스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소금구이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때는 그냥 양념 찍어 먹으면 되기 때문. 

 

장어로 끓인 것으로 추정되는 국도 나옵니다. 그리 맵지는 않지만 칼칼한 맛을 품은 국은 장어를 계속 먹다보면 기름기에 물려가는 입을 씻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농도 짙게 걸걸하게 끓여내서 자꾸 숟가락을 들이밀게 되네요.

 

좋은 국물이 있으니 아까 받아두었던 쓸개주도 지금 털어 넣습니다. 소주가 아무리 쌉쌀해도 국물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명이나물과도 함께 먹습니다. 다소 심심한 소금구이에 명이나물 양념이 더해지면서 지루하지 않게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쌈채소에 생강과 함께 먹는 것도 꽤 괜찮았습니다. 입안 가득히 우적우적 씹는 맛도 괜찮고, 채소와 함께 하니 맛 밸런스까지 잡혀서 부담없이 먹힙니다.

 

장어 꼬리도 먹어 줍니다. 입에 걸리는 뼈 없이 쫀득쫀득한 맛으로 바로 화룡점정 찍어버리기.

 

마지막에는 갑자기 묵은지와 함께

 

마지막에는 숭늉이 나옵니다. 장어로 살짝 모자랐을 포만감을 채워주는 역할

 

꼬들꼬들하게 적당히 불은 누룽지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누룽지 맛있는 줄 알았으면 공기밥도 시켜 맛이나 보는 건데요. 이후에는 시원한 매실차도 한 잔 나오는데 마시기 바빠서 사진을 못 찍었음. 아무튼 만족스런 식사였습니다. 비록 직원 분들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장어가 생각날 때면 한번 쯤 찾아가 볼 만 하겠습니다.

 

 

함께보기

2020/04/10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텐동 요츠야, 서울대입구역 - 종합 튀김 선물 세트

2019/02/17 - [시리즈물/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 [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골드피쉬와 참치(같은 치킨) 크래커로 야식 때우기

2020/01/01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이태리로 간 고등어, 보라매 - 초고열 생선 화덕 구이

2020/03/19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스시 츠루, 역삼 - 스시가 땡기는 주말 점심에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