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막, 압구정/도산공원 - 빅 후토마끼와 두 가지 소바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5. 18. 08:30
후토마끼란 일식에서 왕김밥을 이르는 말입니다. '굵게 말은' 이라는 뜻으로, 김 안에 밥과 사시미를 비롯해 재료를 가득채워 말아 먹는 요리이지요. 스시 코스에서는 후반부에 주로 등장하며 혹시 모자를 포만감을 보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워낙 굵게 말기에 쉽지 않지만 한 입에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우어 베이커리, 더블트러블, 런드리피자, 무차초, 브라더후드 키친, 형훈라멘, 엘에이포, 도산분식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한국 외식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CNP 푸드에서 운영하는 후토마끼 전문점이 있다는 소식에 한 번 찾아가보았습니다. 압구정에 위치한 '대막' 입니다.
노티드, 클랩피자를 비롯해 최근 핫한 가게들이 잔뜩 도열해 있는 도산공원 주변에 '대막'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오는 금요일임에도 저녁타임 오픈 전부터 사람들로 가게 앞이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CNP 브랜드들은 이 불황 속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잘 나가는 걸까요
카운터석과 테이블 석을 함께 운영하고 가게는 꽤 넓은 편. 저희는 카운터 석에 앉았습니다.
부엌에서 김밥 마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
카운터석은 대강 이렇게 생겼고 한 켠에는 이렇게 술병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쓸데 없이 사진을 많이 찍었네요.
메뉴판은 별거 없는데 로고가 꽤 멋있어서 되게 있어보입니다.
저는 첫방문이기에 대막의 메뉴를 고루고루 맛 볼 수 있는 2인세트를 먹을 예정.
맹물 대신 차를 기본 제공 합니다. 무슨 차 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남
메뉴를 주문하고 있으면 기본으로 일단 장국이 나옵니다. 음식 기다리며 홀짝거리기 좋은 미소국
로고 명함과 냅킨을 한 장 찍 골고루 찍어주었습니다.
2인 세트가 서빙됐습니다. 후토마끼 다섯 피스에 아부라소바, 바질소바가 나옵니다.
일단 후토마끼부터 봅니다. 주방에서 내어주면서 한 입에 먹기를 권합니다. 후토마키는 모든 재료가 동시에 섞이면서 나는 조화가 중요한 음식인 만큼, 여러 입에 나눠먹으면 기껏 준비한 재료들의 조합이 아무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겠죠. 논리에는 이해가 가지만, 먹기 그리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
저야 원래 입에 미련할 정도로 꾸역꾸역 밀어넣고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조금씩 천천히 먹는 사람들에게는 그닥 반갑지 않을 요리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굵게 말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싶습니다. 좀 더 먹기 편한 크기에서 타협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물론 크기 덕분에 비주얼이 살기는 하네요.
일본의 달걀 요리인 교쿠(7시 방향)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주변부를 생선, 단무지, 박고지, 아보카도, 오이, 새우 튀김 등이 감싸고 있습니다. 일종의 일식 종합 선물 세트 같아 보이네요.
입안에 어떻게든 넣어보니, 확실히 볼따구 빵빵하게 가득차게 채워넣고 우적거릴 때의 희열이 있습니다. 씹는 재미에서 일단 먹고 들어갑니다. 다만 맛 자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맛을 포용하려 했으나 오히려 너무 큰 크기 때문에 입안에서 쉽게 재료들이 섞이지 않습니다. 기껏 입안에 욱여 넣었으나, 재료들이 섞일 공간이 없어 의도한 맛의 조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맛이 혀에 한번에 닿을 수가 없어서 맛있게 먹으려면 입 안에서 수동으로 섞어주어야 하는 구조. 또한 날이 안 좋았는지 아니면 제 입맛이 문제였는지, 생선은 다소 푸석푸석하고 감칠맛이 적었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함께 있는 후토마키 안에서 물맛나고 흐물흐물한 생선회는 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매력도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다른 피스들은 먹는데 그리 무리가 없었는데, 꼬다리는 살짝 먹기 불편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새우꼬리가 갈고리처럼 튀어나와 있어 입천장을 겁나 찔러댔기 때문. 아무튼 입 작은 사람들은 감히 시도도 못할 만한 그런 후토마끼 였습니다.
간장소스에 오이를 내주는게 있었는데 요거 먹을만 했습니다.
이번엔 아부라소바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날 먹은 요리들 중 가장 좋았습니다.
맛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국수였습니다.
아부라소바는 기본적으로 기름과 타래소스(간장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비빔 국수 요리입니다. 지방맛과 감칠맛 그리고 짠맛을 어떻게 조합해내느냐가 관건이겠지요. 대막의 아부라 소바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을 제대로 짚어냈습니다. 또한 노른자의 녹진함의 맛의 두께를 더하면서 쉽게 질리지 않도록 매운맛을 섞었습니다. 어느 하나 모나지 않게 제 목소리를 딱 필요한 만큼 씩만 내고 있는 형태.
게다가 이 소스 맛의 정점을 찍어주는 것은 바로 꼬들꼬들한 면. 소스에 무리없이 비벼지면서 기분 좋게 꼬독하게 씹히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얇은 면이지만 비빔국수에도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일단 아부라소바는 무조건 먹을 듯
이번에는 바질소바 입니다. 일단 그릇에서부터 향긋한 바질 향이 강하게 올라옵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바질을 좋아하기도 하고, 라멘류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 바질이기에 기대가 꽤 컸습니다.
다만 직접 먹어보니 다소 아쉬웠습니다. 먹을만은 하지만 어딘가 이 요리의 인상을 결정지어줄 한 방이 없습니다. 이 바질 소바를 매력있게 만들어줄 포인트가 없다는 느낌.
바질소스와 노른자로 멍석은 깔아놨는데 그 위에서 춤출 사람이 없는 느낌입니다. 딱 한 방만 있으면 모든 게 완벽하고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 그 한 방이 없어서 헛물만 켭니다. 다진 고기에서는는 불고기 맛이 나는데 달달하고 짭짤해서 먹을만은 하지만 바질 소바의 얼굴이 되기에는 임팩트가 모자랍니다. 바질의 풍미도 노른자의 녹진함도 주인공으로 나서기에는 날카로움이 없어 몇 젓가락 못가 요리 전체가 맹맹해집니다. 그래도 비빔 국수로서 적당한 두께의 면도 좋고 소스의 농도도 맘에 들었기에 전체적으로는 꽤나 괜찮은 국수이긴 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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