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정, 대치동 - 안정적인 한식의 맛

서울에만 열댓개 이상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안동국수 전문점 '소호정'. 블로거로서 프랜차이즈에 괜히 편견을 갖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덮어놓고 거부하기보다는 꾸준히 성업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라면 직접 먹어보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더 옳겠다 싶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소호정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안동국시부터 묵, 전까지 하나 빠지는게 없었습니다. 하긴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이 정도 규모까지 성장해왔다면 분명 경쟁력 있는 음식을 낸다는 이야기겠죠. 

 

제가 방문했던 '소호정'은 대치점이었습니다. 주택가 골목길에 뜬금없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게도 가정집을 개조해서 낸듯 하군요. 

 

신발 벗고 들어가야하는 옛날 스타일 식당. 

 

그래도 내부는 모두 테이블 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첫 방문인만큼 단품보다는 정식 메뉴를 주문해 음식을 고루 맛보기로 했습니다. 

 

 

소호 정식 (46,000원, 2인분)

저희가 주문한 것은 1인분에 23,000원 하는 소호 정식. 메밀묵, 전, 국수가 나오는 코스입니다. 

 

먼저 나온 밑반찬 부터 살짝 맛봤습니다. 깻잎부터 해서 다들 맛이 괜찮은 편입니다. 원래 밑반찬에 감흥 잘 안 하는 편이라 일단 패스

 

메밀묵

메밀묵부터 나왔습니다. 길쭉하게 썰은 묵 위로 김치, 시금치, 김, 참기름이 올라갔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넉넉하네요. 

 

고소한 향이 사르르 올라옵니다. 그래도 묵이 어차피 묵이지 하는 생각에 아직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

 

대강 덜어서 먹어보니 맘에 꽤나 쏙 듭니다. 묵의 단단한 질감과 거기서 올라오는 구수한 묵향이 우선 맘을 끌어 당기고, 뒤따라 오는 김치가 새큼하고 시원해 묵의 맛을 한층 더 살려줍니다. 

 

젤리 같은 질감의 묵보다는 이렇게 밀도감 있는 묵이 훨씬 더 먹는 재미가 있네요. 

 

특히 고명들과의 조화가 좋습니다. 배가 그리 고팠던 것도 아니라 묵은 조금 집어 먹고 마려고 했는데, 다음 음식이 나올때까지 정신 없이 계속 덜어 먹었습니다.

 

이번엔 전이 나왔습니다. 전은 허파로 부친 전과 동태로 부친 전 두 종류가 준비됩니다. 갓 부쳐 나와 뜨끈한 온기가 살아있습니다. 

 

위쪽에 올라간 것이 허파전, 아래가 동태전입니다. 

 

동태전

우선 익숙한 동태전부터 한 점 집었습니다. 

 

부드럽고 포슬포슬하게 씹히는 동태 전입니다. 갓 부쳤으니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지만 아무튼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순후추를 넉넉하게 뿌린 것도 상당히 매력포인트였구요.

 

허파전

이번엔 허파로 부친 전을 먹어봅니다. 사실 허파전은 처음 먹어봐서 은근히 설렜던 것. 혹여나 식감이 질겅일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부드럽게 베어물리는 것은 물론 기름기가 적어선지 담백한 맛이 은근 전과 잘 어울립니다. 간이 충실히 되어있어 다른 양념 없이 먹어도 충분히 좋습니다.

 

국시

정식용으로 나온 국수입니다. 소고기 베이스로 국물을 냈다고 합니다.

 

정식용 국수는 단품 국수에 비해 작은 크기로 나오는 듯 합니다. 사실 이거도 국물까지 먹으려면 많긴 했음

 

메뉴들 얼추 모두 나온 듯하니 단체 샷도 한번 찍어봤습니다. 왠지 그래야할 것 같아서..

 

아무튼 국수는 면부터 훌쩍 들어올려 상태를 봤습니다. 칼국수 스타일의 넓적한 면을 쓰는군요. 

 

국물도 살짝 떠서 맛을 봅니다. 첫 숟갈에 바로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고기 국물 맛에 감칠맛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혀를 간지럽히는 고기 국물의 향. 국물 자체가 기름기도 어느정도 머금고 있어 국물이 가볍지 않고 무게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국물만 먹어도 든든한 스타일의 국수라는 것. 

 

면도 함께 후루룩 먹습니다. 훌륭한 국물을 잘 머금은 국수 역시 좋습니다. 

 

고기도 의외로 꽤 들었습니다. 국물만으로도 좋지만 고기와 함께 먹을때가 확실히 더 감칠맛이 살아나지요. 그 감칠맛이 계속 국물을 뜨게 만듭니다. 

 

조금 심심하다 싶으면 국수 위에 전 올려서도 함께 먹습니다. 고소한 전기름이 면에 흘러 들어오면서 국수 맛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순식간에 면 끝장내고 다시 국물 계속 떠먹습니다. 

 

애호박 같은 채소에서 우러나온 단맛이 국물 맛을 한층 더 깊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만족스런 한 그릇이었어요.  

 

수정과

후식으로는 수정과가 나옵니다. 특유의 알싸한 향을 많이 제거한 마일드한 스타일의 수정과. 단맛도 정제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는 수정과 역시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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