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 서래마을 - 뉴욕 햄버거의 맛

수제버거 비싸다 비싸다 부르짖지만, 그래도 종종 먹으러 가게 되는 것은 그만큼 맛이 있기 때문이겠죠. 뜨끈하게 잘 만든 버거 하나 먹고 싶은 마음에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얇은 지갑을 간신히 부여잡고 서래마을에 위치한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를 찾았습니다. 수제버거 계에서 워낙 유명한 집이라 자칭 버거 매니아로서 당연히 예전에 들려본 줄 알았는데, 정작 생각해보니 이번이 첫 방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라도 먹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버거 매니아를 자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브루클린 더 버거 조인트는 서울에 이곳저곳 매장이 있는데 이날 제가 방문한 곳은 본점인 서래마을점. 아주 한적한 주택 골목 길가에 뜬금없이 네온간판이 있습니다. 

 

가게 내부는 모던한 햄버거집 스타일. 뉴욕 풍 분위기에 '힙' 한 숟갈을 얹어놓은 느낌입니다. 가게 내부를 넓게 활용해서 테이블 수도 과도하지 않고 쾌적합니다.  

 

테이블은 이렇게 생겼다를 보여주기 위한 샷

밖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산책하는 외국인들을 구경할 수 있었음

 

햄버거 종류가 꽤나 다양합니다. 메뉴가 다양할 수록 선택의 고통은 깊어질 수 밖에 없는데, 저는 더 고통받기 전에 잽싸게 브루클린 웍스를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메뉴 이름에 브루클린이 들어갔으니 아무래도 시그니처메뉴일것만 같았기 때문. 다른 버거들은 나중에 차차 와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패티 크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140그램과 200그램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아무래도 큰 걸 고르면 더 고기맛이 나겠지만 두꺼워서 먹기는 불편하겠습니다. 그리고 가격도 꽤 차이납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제공은 해주지만 왠만하면 손으로 들고 먹기를 권장합니다. 물론 손으로 들고 먹는게 더 좋겠지만 그건 먹기 편한 버거일때의 이야기. 가끔씩은 먹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의 햄버거를 종종 만나는데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잘라 먹는 것이 낫습니다. 손으로 먹다가 삼단분리 시켜버리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가볍게 콜라와 탄산수를 한 잔 씩 주문했습니다. 햄버거엔 탄산이 국룰인 것

 

브루클린 웍스 (9,800원, 140g) + 프렌치프라이 1/2

이건 동행자가 주문한 브루클린 웍스 140그람 패티에 프렌치프라이 추가한 것입니다. 6,000원 추가하고 세트로 주문하면 캔음료와 프렌치프라이가 따라나옵니다.

 

브루클린 웍스 (12,300원, 200g)

이건 제가 주문한 200그람 패티의 브루클린웍스. 패티가 140그램짜리에 비해서 60그램만큼 더 두껍습니다. 가격은 이천오백원차이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좌측이 140그램 우측이 200그램입니다. 같이 놓고 찍었어야 더 제대로 비교할 수 있는데, 찍을 당시에는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오른쪽이 좀 더 먹기 힘들어보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빵 상태 훌륭한 편입니다. 귀욤귀욤하게 올라간 깨의 고소함이 은근히 패티를 씹으면서도 느껴집니다.

 

썸네일 따기 위해 동행자의 감자튀김도 한번 다시 염탐해주고

 

하는 김에 하나도 슬쩍해서 먹어봤는데 감튀 역시 인정입니다. 바삭하게 튀겨낸 튀김 옷과 두껍지만 속 안까지 아주 깔끔하게 익혀낸 조리까지. 잘못튀긴 감자튀김에서 나는 설익은 애매한 단맛 없이 준수합니다. 

 

본격적으로 베어먹기 전에 다시 한번 촬영의 시간을 가져줍니다. 빵-베이컨-양상추-토마토-양파-치즈-패티-빵의 구조가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과연 한입에 베어 물 수 있을까요.

 

치즈의 고운 자태를 보세요. 보기만해도 행복해버리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일단 햄버거를 위에서 꾹꾹 눌러 압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열차게 베어 물었습니다. 재료 하나하나가 선 굵게 입안으로 들어오고 섞이며 시너지를 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것은 두껍게 잘라낸 생양파. 어찌보면 과도할 정도로 큰 양파지만 그 역할이 이 버거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햄버거의 가장 기본 축이 되는 고기와 치즈는 직관적으로 맛있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느끼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는데요, 고기치즈 바로 위에 위치한 큼지막한 양파의 존재가 그 느끼함을 모조리 잘라냅니다. 수분기 가득하면서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까지 양파는 고기 패티의 안티테제로서 햄버거의 정반합을 완성시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두꺼운 재료들 덕에 햄버거의 높이는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이 지점에서 결국 손으로 들고 먹는 햄버거가 갖는 가장 큰 단점, 삼단분리가 일어나기 아주 쉬운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또한 두꺼운 패티의 가득한 육즙이 흘러나오며 아랫빵을 곤죽으로 만드는 것 역시 다소 아쉬운 포인트입니다. 

 

이후부터는 햄버거 먹느라 바빠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제 손에서도 버거-삼단분리가 진행되었기 때문. 열심히 뒷처리해가면서 먹다보니 어느순간 접시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된 것입니다. 먹기는 다소 불편했으나 양파의 풍미와 고기맛 그리고 킥으로 들어오는 베이컨의 짭짤함까지 더해지며 맛 그 자체로는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맛있게 먹고 나니 동행자의 감튀가 다시 눈에 들어와 또 슬쩍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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